마침내 안식처 찾은 '권진규의 영원한 집' 남서울시립미술관 상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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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식처 찾은 '권진규의 영원한 집' 남서울시립미술관 상설 展
  • 이수빈
  • 승인 2023.06.0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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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년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비운의 천재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아듀, 노실의 천사' 전이 개최됐다. 많은 미술애호가와 관람객들에게 조각가 권진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달 1일부터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권진규 작고 50주년을 맞아 유족들에게 기증받은 141점의 작품 상설전시회를 개최한다. 남서울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중구 회현동 소재 벨기에 영사관을 옮겨온 것으로 2004년 소유주인 우리은행이 서울시에 영구 임대해 미술관으로 사용해 오고 있는 공간이다.

10922년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일본 유학과 강제징용을 겪었던 권진규의 일생과 접점이 있는 이곳에 권 작가의 상설전시관으로 운영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미술관측은 전했다.

우측사진,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가 '나의 외삼촌 권진규와 아틀리에' 영상에서 외삼촌인 권진규 작가에 대해 말하고있다. 허교수는 도슨트로 상설전시회에 참여한다.
우측사진,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가 '나의 외삼촌 권진규와 아틀리에' 영상에서 외삼촌인 권진규 작가에 대해 말하고있다. 허교수는 도슨트로 상설전시회에 참여한다.

생전에 자신의 작품철학과 작품들이 세간에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했던 권 작가의 바람이 마침내 상시 관람객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얻었다. 작품이 수장고 안에서 잠을 깨 세상 속에 관람객을 마주하며 생명성을 얻는 기회를 갖게 됐다.

마두상의 앞,뒤 비대칭으로 만들었다.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권진규 작가가 추구했던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혼, 영원성이었다. 권 작가의 유족들에게 작품을 기증받으며 약속한 상설 전시 공간을 마련하게 돼 뜻깊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전시회에는 작품 26점과 고증작업을 거친 자료 88점이 공개되고, 새롭게 선보이는 권 작가의 작품 4점이 있는데 작가의 자소상과 아내인 도모 흉상, 2점의 불상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1층 5개의 공간에 권진규의 일본 유학시절 '무사시노 미술학교 시기'와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서울 아틀리에 시기'로 구분해 작품을 선보인다.

오른쪽 아래, 이중섭화가의 흰소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흰소 두상.

무사시노 시기는 권진규의 조각가적 재능이 꽃을 피운 시기로 미술 신진작가로 인정받으며 같은 미대 서양화과 재학 중인 오기노 도모와 사귀며 그녀를 모델로 한 조각 작품들을 다수 남겼다.

부친 작고 후 형마저 병으로 잃고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1959년 귀국한 권진규는 고향 함흥의 재산을 놔두고 남하한 어려운 환경속에서 성북구 동선동에 3년에 걸쳐 서울 아틀리에를 직접 짓고 작품활동을 한다.

이번 전시에 새로 선보이는 작품들 4점. 불상 2점과 아내 도모 두상, 작가 자소상.

이곳에서 복잡한 한일 역학관계로 합의이혼 하게 된 아내 도모, 병으로 결국 노모까지 잃고 작업 활동에만 몰두했지만 국내 미술계 풍토상 추상미술을 추구하던 김환기 등은 주목받았으나 구상, 특히 조각작품은 외면받았다. 간간이 조선일보 주최의 전시회나 명동화랑, 수화랑 개인전 등을 통해 작품세계를 공개하곤 했다.

권진규 자소상의 변천과정
권진규 자소상의 변천과정

마침내 자신마저도 부친과 형이 앓은 질병에 걸리자, 외로움과 좌절을 겪던 그는 고려대 박물관 현대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구입·전시한 다음 날 자신의 아틀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성북구 동소문동의 권진규 아틀리에.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권진규 전시'노실의 천사'란 타이틀 처럼 그가 손수 지은 아틀리에 안에는 작품을 구워낼 노실이 마련돼 있다. 사진의 오른쪽.
성북구 동선동의 권진규 아틀리에.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권진규 전시'노실의 천사'란 타이틀 처럼 그가 손수 지은 아틀리에 안에는 작품을 구워낼 노실이 마련돼 있다. 사진의 오른쪽.
작가 권진규는 손수 아틀리에를 지으며 큰 대작을 만들기 위해 층고를 높이 지었다. 2층 다락을 만들어 앉아있는 모습.
작가 권진규는 손수 아틀리에를 지으며 큰 대작을 만들기 위해 층고를 높이 지었다. 2층 다락을 만들어 앉아있는 모습.
성북구 동소문동의 아틀리에 마당. 좌측 벽면의 부조는 동생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신혼집에 만들어준 작품을 이곳에 옮겼다. 권진규 상설전시와 아틀리에를 연계해 관람하면 작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성북구 동선동의 아틀리에 마당. 좌측 벽면의 부조는 동생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신혼집에 만들어준 작품을 이곳에 옮겼다. 권진규 상설전시와 아틀리에를 연계해 관람하면 작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홀로된 권 작가를 돌보기 위해 함께 살던 누이(권경숙) 가족은 그의 유품을 고이 간직해 오다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을 했고, 누이의 아들들인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와 허경회 권진규 기념사업회 대표는 작년에 이어 이번 전시회에도 도슨트 역할로 삼촌, 권진규의 인물과 작품세계에 대해 증언한다.

글·사진 이수빈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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