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면세업계의 목줄 쥐고 흔드는 ‘명품 브랜드 갑질’…콧대만 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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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면세업계의 목줄 쥐고 흔드는 ‘명품 브랜드 갑질’…콧대만 더 높아져
  • 김선호
  • 승인 2016.01.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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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힘들게 얻은 ‘5분 PT' 기회”에 돌아온 답변 “입점 의향 없다”
5년 시한부 면세점 매장 ‘문’만 많아져 따지고 재는 명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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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시장에서 명품 브랜드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HDC신라, 한화갤러리아, 신세계디에프, 두산의 사활을 건 ‘명품 브랜드 유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영업장을 확대하자 명품 브랜드 만 콧대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2014년 이후 국내 시내면세점 주요 매출 브랜드는 국산 화장품이 이끌고 있다. 면세점별 Top10 순위의 상당수가 국산 화장품 브랜드로 채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티크’ 명품 브랜드는 면세점에는 명품이 있어야 한다는 명분과 구색, 그리고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신규면세점의 러브콜에 ‘입점 의향이 없다’며 무리한 조건을 앞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 면세점 기획마케팅 담당자 A는 “명품 브랜드가 신규면세점 주리를 틀고 있다”며 “서울시내 신규면세점들이 전년대비 50% 늘어난 만큼 경쟁구도를 형성해 명품 브랜드 측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곳에 입점할 계획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소중견면세점 본부장 B 역시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힘들게 찾아간 모 명품 브랜드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5분 PT’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입점 의향이 없다’는 한 마디 뿐이다. 시내면세점 특허를 얻어도 6개월 내에 오픈을 해야 하고, 그 안에 명품 브랜드까지 유치하려면 쉴 틈도 없다. 이 상황에서 명품 브랜드는 더욱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12월 정부와 유통업계가 침체된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공동 시행한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세일행사’에도 명품 브랜드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 이전 국내 소비를 증진시키기 위해 명품 브랜드의 개별소비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변함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명품 브랜드의 콧대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당장 오픈을 앞둔 면세점들의 브랜드 유치 총력전은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 12월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 63’이 프리(Pre)오픈을 했다. 각각 3월과 6월에 그랜드 오픈 예정으로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명품 브랜드 매장을 꾸미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5월경 서울 시내에 오픈 예정인 ‘신세계면세점’과 ‘두타면세점’ 또한 브랜드 유치에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그 중 신세계면세점이 빅 브랜드(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유치에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 또한 “매장 인테리어가 모두 완료가 되어도 명품 브랜드에서 ‘No’를 하면 어쩔 수가 없다. 또한 브랜드 유치에 관한 ‘계약서’도 사실상 의미가 없으며 명품 브랜드의 요구 조건을 맞춰야만 매장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규면세점이 잇따라 오픈 예정으로 국내 총 면세점 면적은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 측은 ‘브랜드의 입지와 위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매장 수를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한정적인 명품 브랜드 매장 수에 비해 유통사는 늘어나 브랜드의 콧대만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정부 당국의 보완·대책은 미비해 보인다. 신규면세점은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 이후 6개월 내에 면세점을 오픈해야 되는 제도에 묶여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내기에도 급급한 실정.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 매장은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해 오픈을 하기 위해선 1년 혹은 2년의 시일이 걸리기도 한다. 즉, 현실적인 면세점 ‘오픈’ 일정과 제도적 괴리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면세점이 제도적 한계에 묶여 브랜드 협상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고충과 한숨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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