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입국장 면세점 확대...“출국장·기내면세점 매출에 직격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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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입국장 면세점 확대...“출국장·기내면세점 매출에 직격탄 될 것”
  • 백진
  • 승인 2016.02.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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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주요 품목인 술과 담배, 출국장 면세점과 겹쳐
국내에서도 도입계획 있었으나 무산...국제 면세시장 변화에 따라 국내도입 고려해야

중국당국이 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대폭 늘리며 자국 면세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는 지난 22일 중국 재정부, 상무부, 해관총서(세관 격), 국가세무총국, 국가여유국(관광국)이 최근 공동으로 19곳 공항과 항만에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한다는 계획 발표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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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하이난과 입국장 등에 면세점을 확대하며 잇따라 자국 면세점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것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 면세점에서 명품 등을 대량 구매하는 자국민의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제외한 중국 국제공항 대다수가 출국장 면세점만 보유하고 있었으나, 신설 입국장 면세점에 면세한도를 높이는 등 내수활성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주류와 담배 매출비중이 높은 국내 공항 출국장면세점과 항공사 기내면세점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들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고객의 이탈이 예상돼 직접적인 영향권을 받기 때문이다.

작년 인천공항에서 판매된 상위 10개 브랜드 매출순위를 보면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항 면세점은 주류, 담배, 패션, 잡화, 피혁, 향수, 화장품, 식품 등 전 품목을 판매하지만, 출국장의 특성상 술과 담배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모든 품목을 판매했던 작년 롯데 인천공항점 매출액 순위에서 KT&G(한국담배인삼공사)가 870억 원으로 가장 높고, P.M(필립모리스)가 3위로 350억 원 규모를 차지한다. 4위와 5위도 담배 BATK(던힐유통)와 주류 발렌타인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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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류가 국내 화장품의 인기와 함께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전체 매출액 증대를 돕고 있지만, 전체 매출액 규모에서 아직 담배와 주류 매출비중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셈이다. 인천공항 다음으로 국제선 여객수가 많은 김포공항도 마찬가지다. 전체 10개 상위 브랜드 중 7개가 담배나 주류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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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관계자는 “중국은 작년 한 해에만 1억 2천만 명이 해외여행에 나서는 등 출국객과 입국객이 우리와 비교불가 수준이다”며 “국내 출국장과 기내면세점에서 외국인 매출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빠지게 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약 3,0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추정되는 국내 기내면세점은 출국장 면세점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주력 품목인 양주와 담배 품목 등이 입국장 면세점과 겹치기 때문에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출국장 면세점뿐만 아니라 향후 시내면세점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보통 술과 담배, 초콜릿 등 해외에서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거나 선물용으로 사는 작은 기념품 정도를 파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며 중국의 입국장면세점 설치가 당장은 국내 면세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특성상 향후 지속적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 할 시 국내 면세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가품의심 때문에 자국에서 잘 구매하지 않는 특성이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해 이 사업권을 DFS나 듀프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면세한도가 높아지고 매출액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명품의 입점과 판매가 늘 것이고, 편의성이 더 높은 자국 입국장 면세점을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입국장 면세점 확대 수순이 결국 국내 면세업체들에 매출타격으로 번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중국의 사례처럼 자국 내 소비를 늘리고, 여행자 편의성을 위해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한 나라는 싱가폴과 홍콩 등 동남아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 60여 개국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과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12년 말 안효대 의원을 대표로 11명의 의원이 입국장 면세점 허용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고, 이와 관련해 정책토론회와 국토부의 현장 방문, 대정부 질의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인천공항은 여객터미널 1층 수하물수취대 일부 지역에 190㎡ 면적으로 2개의 매장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 9차례에 걸친 여론조사에서도 약 17,700명의 응답자 중 84%가 찬성하는 등 입국장 면세점 허용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2013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 될 정도로 주요 사안으로 다뤄졌으나, 정부는 최종적으로 “조세형평성 등을 고려해 현 시점에선 도입을 보류한다”고 발표해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무산됐다. 한 면세점 고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조세형평성의 이유였지만, 기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국적항공사들의 반발이 굉장히 심했던 것도 큰 요인이었다”며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귀띔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의 정책변화로 인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면세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의 작년 국제여객 이용자 수가 4,491만 명으로, 전년보다 10.1% 증가했고, 매년 두 자리 수 이상 증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향은 중국노선이 늘어난 최근 2~3년 사이 전국 공항으로 번지고 있다.

작년 한국공항공사가 집계한 전국공항의 최근 5년간 연평균 국제여객증가율은 약 16.2%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더불어 매년 10%이상 늘어나는 내국인 출국자 증가세를 따져 봤을 때,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자국소비 활성화와 여행객 편의를 늘리기 위해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변화에 맞춰 가야하는 것 아니냐”며 “매장 운영구역이나 품목을 중소기업 등 무언가 작은 시도라도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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