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기] ‘혼여’족 맥주의 고장 삿포로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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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기] ‘혼여’족 맥주의 고장 삿포로를 걷다
  • 김선호
  • 승인 2016.09.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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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거리에서 만난 일본, ‘곤니찌와’
혼자 즐기는 해외여행, 낮과 밤을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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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0919_002 사진=김선호 기자/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맥주박물관 전경.

여름의 더위가 채가시지 않은 올해 9월, 국내를 떠나 세계적인 맥주산지인 밀위키(미국), 뮌헨(독일)과 같은 위도에 위치한 일본 홋카이도(북해도·北海島) 삿포로로 향했다. 국내에도 훗카이도 삿포로는 ‘삿포로 맥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선선한 날씨 덕에 가을의 정취를 미리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홀로 일본 여행을 떠난 터에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단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삿포로역이 위치한 JR타워를 중심으로 낮과 밤이 교차하는 거리를 걷자 일본만의 문화가 피부로 다가왔다.

○ 낮에도 떠있는 삿포로 ‘붉은별’, 맥주박물관을 찾다

삿포로역에서 성인 남자 도보로 15~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삿포로맥주박물관. 단체인원이 이동하기엔 거리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혼자 버스를 찾고 일본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삿포로역 내에 위치한 관광안내소에서 한글로 된 지도를 들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삿포로역 북문으로 나가자 오른편에 ‘도토루’ 커피숍이 있었다. 일본 내 유명한 커피숍이라 매장을 들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걸었다. 평상시 진한 아메리카노의 쓴맛을 즐기기에 약간은 달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것도 일본의 ‘입 맛’을 알게 되는 계기라 생각하니 즐거움이 더했다.

t0919_004 사진=김선호 기자/ 삿포로 시 내에 위치한 놀이터.

역 인근의 마천루를 지나자 나지막한 주택과 상점들이 줄지어 나란히 서있었다.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바둑판식 배열로 건물과 도로가 위치해 길을 찾기가 쉬웠다. 삿포로역 북문으로 나와 오른 편으로 쭈욱 걷다보면 어느새 삿포로맥주박물관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다가 한적한 놀이터를 만나게 됐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홋카이도에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놀이기구를 둘러싸고 있는 돌들이 길과 놀이터의 경계를 알리고 있었으며, 약간은 서늘한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잠시 나무 기둥에 기대 지도를 펴자 바로 뒤편이 맥주박물관이었다.

t0919_003 사진=김선호 기자/ 삿포로 맥주박물관 전경.

현대식 ‘아리오(Ario)’ 종합쇼핑몰 옆에 벽돌이 둘러싸고 있는 옛스러운 건축물, 그리고 굴뚝 위에 그려진 붉은 별이 ‘삿포로 맥주박물관’임을 알게 해줬다. 삿포로맥주는 일본 메이지 시대에 홋카이도개발청인 가이타쿠시가 설립한 양조장에서 출발했다. 1889년 삿포로 양조장이 민영화됐고, 바로 1년 뒤에 삿포로맥주회사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맥주공장은 삿포로맥주회사가 만들어진 1890년이며, 북극성을 상징하는 붉은 색 별을 문양으로 제품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t0919_005 사진=김선호 기자/ 맥주박물관 내에서 삿포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t0919_006 사진=김선호 기자/ 박물관 내에 진시돼 있는 삿포로 맥주 포스터

해당 박물관은 구 홋카이도청사와 함께 일본 메이지 시대의 영향이 남아 있는 주요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으며, 내부엔 맥주의 원료를 넣고 끓이는 큰 솥과 맥주 간판, 삿포로 맥주 라벨 스토리와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건물 그 자체와 내부가 일본 홋카이도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홋카이도를 상징하는 붉은 별은 삿포로역 남문으로 나와 오도리공원에 도착하기 전에 만나게 되는 ‘삿포로 시계탑’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붉은 별은 홋카이도 개척을 맡았던 관청의 상징에서 유래됐다. 1869년 ‘호쿠신키(北辰旗)’로 불린 훗카이도 개척을 담당한 관청은 북극성에서 영감을 받아 깃발에 붉은 별을 그렸다. 관련 건물을 지을 때마다 해당 상징을 그려넣어 맥주공장, 시계탑을 비롯해 홋카이도 구 본청사, 홋카이도대학 본관, 서양식 호텔 호헤이칸, 귀빈접대소로 쓰인 세이카테이에도 해당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t0919_007 사진=김선호 기자/ 삿포로 시계탑 전경.

맥주박물관을 관람하고 다시 삿포로역을 찾자 가을 햇살을 내리쬐는 태양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삿포로역 남문으로 나와 10분 정도를 걷자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교 상징이었던 ‘시계탑’을 보게 됐다. 탑이라고 하기엔 높진 않았으나,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탑으로 알려져 있는 건축물이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에 1881년 시계가 설치돼 현재도 주요 부품을 교체하지 않은 채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 도심의 불빛으로 뜨는 홋카이도의 ‘붉은별’

해가 뜨고 져도 홋카이도의 주민과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곳이 삿포로 오도리공원이다. 도심의 속에 길게 뻗은 모양새를 지닌 오도리공원은 잔디에 누워 넓은 하늘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랜드마크는 ‘삿포로 TV타워’다. 오도리공원 동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높이는 147.2m에 달한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계탑을 보자마자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랜드마크를 접하게 된 것이다. TV타워는 삿포로 TV 방송 개시를 계기로 건설됐으며, 전망대가 있어 삿포로를 둘러싼 산과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t0919_008 사진=김선호 기자/ 삿포로 TV타워

t0919_009 사진=김선호 기자/ 삿포로 TV타워

그리고 낮과 밤 사이 오도리공원에 앉아 TV타워를 중심으로 펼쳐진 삿포로 도심을 바라보는 것도 혼자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 추천한다. 잔디에선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과 해가 점차 지면서 변하는 TV타워와 도심 전경이 어우러지며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TV타워에 시간은 지나고 있지만 여행을 온 사람의 시간은 잠시 멈추게 했다.

t0919_010 사진=김선호 기자/ 홋카이도 구 본청사 모습.

홋카이도 구(久) 본청사도 한번은 방문해볼만 하다. 미국 네오바로크(유럽과 미국 등에 부활한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첫 번째 건물은 화재로 소실됐으나 다시 지어져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홋카이도의 고문서를 소장하는 도립 도서관으로 지정돼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구 본청사 주변은 녹음이 우겨져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으며, 붉은 벽돌로 지어져 이를 칭하는 ‘아카렌가’로 불리며 도심 속 랜드마크 역할을 해내고 있다.

홋카이도 삿포로를 찾은 여행객에게 ‘걷는 관광’을 추천한다. 대중교통을 통해 지역을 손쉽게 이동해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홋카이도에 부는 바람과 사람 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선 걷는 것이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걷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그 곳에 위치한 일본 홋카이도의 주택을 비롯한 랜드마크인 옛 건축들도 더욱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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