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입찰 관전기] 네가지 '경우의 수'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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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입찰 관전기] 네가지 '경우의 수' 따져보니…
  • 조 휘광
  • 승인 2018.06.12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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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체 거론하며 당락 소문 벌써 나도는데…
"중복낙찰은 업체도 정부도 부담
2개 구역 나눠갖기 가능성 높아"


"신라의 방패냐 신세계의 창이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앞둔 두 업체의 프레젠테이션과 관세청 발표(22일 예상)까지 아직 일주일 이상 남아있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된다더라는 성급한 관측이 떠돌고 있다. 특정업체 이름을 거론하며 한 곳에 몰아준다는 소문도 들린다.


올해 면세점 업계 최대 핫이슈에 쏠리는 시선이 그만큼 뜨겁다. 제1여객터미널(T1) 출국장면세점 2개 구역(DF1, DF5) 사업자를 가리는 예선에서 인천공항공사는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의 손을 들어줬다. 양사를 대상으로 관세청의 최종심판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로 승자독식이냐 나눠먹기냐에 따라 면세점 업계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업계 순위변동은 물론 각 면세점의 향후 전략과 수익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면세점 빅3 2017년 매출

구분

매출

점유율

롯데

6조 598억원

41.9%

신라

3조4490억원

23.9%

신세계

1조8344억원

12.7%


먼저 기존시장 구도를 살펴보자.

2017년 국내 면세점 빅3 매출은 롯데가 6조598억원으로 41.9%를 차지했다. 이어 신라가 3조4490억원으로 23.9%를 점유했고 신세계가 1조8344억원으로 12.7%였다.


이번 입찰 대상 구역 매출은 DF1이 6500억원, DF5가 2200억원 규모로 합해서 8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롯데는 이미 경쟁에서 탈락했으므로 두 구역을 합한 8700억원이 매출에서 빠지게 된다. 올해 시장 변수는 제외하고 전년기준으로 단순계산했을 때 5조1798억원 규모로 매출이 줄고 점유율도 35.8%까지 축소된다.



면세점 입찰 경우의 수

구분

업체별 매출액(점유율)

주요영향

신라 독식

롯데 5조1798억원(35.8%)

-신라 점유율, 롯데 근접

-선두권 2강1약 체제 개편

-신라 독과점 논란 부담

신라 4조3290억원(29.9%)

신세계 1조8344억원(12.7%)

신세계 독식

롯데 5조1798억원(35.8%)

- 신세계점유율 20% 기대

- 면세점 3강체제 구축

- 출혈경쟁 가열

신라 3조4490억원(23.9%)

신세계 2조7044억원(18.7%)

DF1 신라/ DF5 신세계 낙찰

롯데 5조1798억원(35.8%)

- 신라 점유율 롯데 근접

- 3사 점유율 격차 유지

- 신라 독과점 논란 희석

신라 4조990억원(28.3%)

신세계 2조7044억원(14.2%)

DF1 신세계/ DF5 신라 낙찰

롯데 5조1798억원(35.8%)

- 신세계 점유율 약진

- 3사 고른 점유율 격차

- 독과점 논란 감소

신라 3조 6690억원(25.4%)

신세계 2조4844억원(17.1%)



경우의 수 1 - 모두 신라면세점 낙찰

관세청 심사 결과 신라면세점이 두 곳 모두 낙찰받을 경우 신라의 매출은 4조3290억원이 된다. 점유율은 29.9%로 늘어나 롯데면세점의 35.8%에 6%포인트 이내로 차이를 좁힌다. 둘 다 놓친 신세계가 12.7%에 머무는 데 비하면 신라의 엄청난 약진이다.


국내면세점은 롯데와 신라 양강과 이에 비해 좀 떨어지는 신세계의 2강1약 체제로 재편된다.사드여파로 잠잠했던 중국인 관광객 방한이 살아나는 분위기를 타면 격차는 더 줄어들 수 있고 내년에는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 내 면세점에서 향수/화장품 매출의 90% 이상을 신라가 차지하게 돼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부담이다.



경우의 수 2 - 모두 신세계면세점 낙찰

반면 신세계가 모두 낙찰받을 경우 신세계매출은 2조7044억원으로 점유율은 18.7%가 된다. 7월 문 여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포함하면 20%대 점유율을 기대할 수 있다. 35%대인 롯데, 24%선인 신라와 진정한 3강체제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경쟁을 할 만한 위치에 서게 된다. 경쟁 과열이 우려되고 제살깎기식 이벤트, 송객수수료(여행객을 데려온 현지여행사에 주는 수수료) 경쟁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져 가뜩이나 취약한 면세점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경우의 수 3 - DF1 신라, DF5 신세계 낙찰

신라의 매출은 4조990억으로 28.3% 점유율을 차지한다. 신세계는 2조544억원으로 14.2%가 된다. 롯데 35.8%,신라 28.3%, 신세계 14.2%로 기존 점유율 비중에 큰 변동을 받지 않는 구조다. DF1이 매장규모와 매출액 자체가 큰 데다 향수/화장품에 강점을 가진 신라 입장에서는 '땡큐'가 된다. 신라는 롯데 추격도 해볼만 하고 신세계의 도전에도 여유로운 위치가 된다. 독식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것은 덤이다. 명품 브랜드에 강점을 가진 신세계도 2터미널에 이어 DF5의 패션잡화를 따내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우의 수 4 - DF1 신세계, DF5 신라 낙찰

롯데, 신라, 신세계 매출은 각각 5조1798억, 3조6690억, 2조4844억원이 된다. 비율로 따지면 35.8%, 25.4% 17.1%다. 3개사가 10% 안팎의 점유율 격차를 유지하며 나란히 달리는 나름대로 균형잡힌(?) 그림이 그려진다. 서열이 명확해지면 평화 무드가 형성된다. 물밑경쟁은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분란은 줄어들 것이다.



4개 입찰업체 제안금액

구분

DF1

DF5

합계

롯데

2805억원

688억원

3493억원

신세계

2762억원

608억원

3370억원

신라

2202억원

496억원

2698억원

두산

1925억원

530억원

2455억원


인천공항공사의 수익성만을 위해서는 임대료를 많이 써낸 신세계가 되는 게 좋다. 최소 연간 670억원이상 더 남는 장사다. 그러나 독식은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독과점 논란도 있을 수 있고 '몰아주기'라며 색안경을 쓰는 시선도 부담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 업체는 인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긴 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공항의 경우 품목별로 한 기업에서 운영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추세며 이는 인천공항 2터미널도 그렇다"면서 "공정거래법상 3개 사업자가 75%이상 점유시 독과점 대상이 되는 만큼 신라나 신세계 누가 되든 독과점에 해당될 수 있어 과도한 주장"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면세점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느 한 곳이 중복낙찰을 받는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해마다 9%씩 늘어나는 임대료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라며 "결국은 한 곳씩 나눠갖게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누가 되든 경쟁은 줄어들지 않겠지만 특정업체에 몰아주는 모양새는 위험하다고 본다"며 "특히 할인, 이벤트 경쟁과 송객수수료 상승을 부추겨 재주는 면세점이 넘고 돈은 중국인이 챙겨가게 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신라 독식 땐 공정성과 독과점 논란이, 신세계 독식 땐 승자의 저주와 경쟁과열 가능성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관세청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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