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TFWA 회장 선거와 세계 1위 면세대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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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TFWA 회장 선거와 세계 1위 면세대국의 민낯
  • 조 휘광
  • 승인 2018.12.13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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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면세협회(TFWA) 로고.


세계면세협회(TFWA) 회장 선거가 금요일인 내일(14일, 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거의 20년만의 경선이라선지 지난 11일 현재 출마를 공식화한 사람만 4명에 달한다고 외신은 전한다.

아쉽게도 면세 시장 글로벌 1위를 자랑하는 한국 인사는 후보에 없다. 한국은 면세점기업 세계 톱10에 롯데가 2위, 신라가 5위에 올라있는 면세 강국이다. 12위에 오른 신세계면세점까지 포함하면 20위권에 3개 업체가 랭크된 유일한 나라다. 그럼에도 후보군으로 거론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인사는 없다.

TFWA는 세계 면세업계 대표 단체다. 세계적 명품을 비롯한 유명 브랜드 제품 공급업체 520개사가 회원이다. 면세산업 공급업체와 운영업체 간 긴밀한 관계 구축과 업계 이익을 대변한다. 면세업계 최대행사인 세계면세박람회를 매년 가을 프랑스 칸에서 개최한다. 봄에는 싱가포르에서 TFWA아태박람회도 주최한다. 내로라하는 면세품 공급업체와 운영업체 인사들이 총집결해 사교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최고 기회다. 한국 브랜드 업체와 면세점 고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하지만 주류 집단에 진입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른바 명품 브랜드 관계자를 만나 공급 요청을 하는 데 그치는 정도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인 보따리상 수요 덕에 된 '어쩌다 졸부'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진작부터 국제사회 주류들과 소통하며 운영위원회 일원으로 발을 들였다면 이 분야 세계 1위 국가다운 위상을 확보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누가 이 역할을 맡아줘야 하지 않을까.

롯데는 개별기업으로 글로벌 2위,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다. 세계 면세 시장에서 자사 이익과 한국 위상을 위해 당당하게 임해도 될 만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한국면세점 산업을 위한 경제 외교 전면에서 뛰어주길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인가. 과거 한국 경제가 지금만 못했던 시절에도 기업인들은 비정치 외교 무대에서 종횡무진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88올림픽 유치를 위해 물불 안가리고 뛰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IOC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스포츠 위상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TFWA는 면세산업 발상지인 유럽 업계가 아직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아킬레스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가 회장 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한 앤드류 포드 아시아태평양면세협회(APTRA) 회장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앤드류 포드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형사재판에서 롯데와 좋지 않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 2013년 괌공항 면세점 입찰을 전후해 롯데면세점 영업비밀 해외유출 혐의로 롯데면세점 전 임원이 기소된 사건에서다. 앤드류 포드는 당시 롯데의 경쟁사인 DFS 고위 임원이었다. 영업비밀을 넘겨받은 것으로 지목된 당사자다. 더구나 이 소송은 올해 들어 롯데면세점이 직접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5년 전에 있었던, 명백한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사건이다. 그 와중에 사건의 한쪽 키를 쥐고 있는 당사자는 글로벌 면세 무대에서 회장 후보에 오르며 활보하는 아이러니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이 소송 피고가 혐의 없음으로 끝나고, 만에 하나 앤드류 포드가 TFWA 회장에 당선해 이 시장의 이니셔티브를 장악하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 면세점 업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TFWA 회장 선거를 보면서 한국면세점 산업의 현주소를 생각한다.

한 면세점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세계 1위 스위스 듀프리는 아시아를 향해 동진하고, 중국 1위 CDFG는 세계를 향해 팽창'을 꾀하고 있다. 한국 면세점 산업을 먹여살리는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해외 면세품 수요를 자국 내로 돌리기 위한 정책을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업체들은 2, 3년 후면 어찌 될 지 모를 중국인 보따리상 구매 물량에 의존하며 안주하려 한다. 세계시장 구도가 어떻게 흘러가든 내 알 바 아니요, 확보한 현찰로 눈앞의 매출과 점유율을 맞추기 위해 송객수수료같은 '쉬운 마케팅'과 출혈 경쟁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물며 국내 면세점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한국면세점협회조차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면세협회에 주도적으로 참가해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는 게 난센스라는 자조감도 든다. 한국면세점협회 회장은 2년 4개월째 공석, 수석부회장 역할을 하는 이사장은 7개월째 빈자리다. 조직이 겉돌아도 아무도 관심을 갖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면세점협회 산파 역할을 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압도적 1위 업체인 롯데(신동빈 회장)가 내부단속을 서두르고 세계를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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