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시티 시내면세점은 왜 '물품반입 금지'를 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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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시티 시내면세점은 왜 '물품반입 금지'를 당했나…
  • 조 휘광
  • 승인 2019.04.18 0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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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신촌민자역사 임대차 관계 소송 탓
서울세관 조치에 "아직 1심 판결 났을 뿐인데…"
안혜진 탑시티 대표 "굳건히 지킬 것" 의지 결연


▲ 탑시티면세점 신촌역사점 그랜드 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신촌역사 모습. 당시 이 건물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상영업 중인 영화관 홍보 현수막과 함께 법정관리 중임을 알리는 신촌역사 안내문이 썰렁하다.


악전고투 끝에 문을 연 탑시티면세점 신촌역사점이 또 하나의 걸림돌을 만났다. 복잡한 건물 임대차 관계라는 복병이다. 신촌역사 임대사업자인 티알글로벌이 건물주인 신촌민자역사가 제기한 명도소송(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에서 지난 10일 패하면서다. 탑시티는 티알글로벌에 재임차(전대차) 방식으로 신촌역사에 입주해 있다. 신촌역사가 탑시티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도 같은 케이스로 오는 25일 1심 선고를 남겨 놓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탑시티가 면세점 영업 장소를 상실할 수 있다고 본 서울세관은 바로 다음날인 11일 탑시티면세점에 물품반입 금지 명령 공문을 보냈다. 티알글로벌이 소송에 패했으니 탑시티도 아웃될 위기에 처했고 이것이 확정되면 특허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지난달 25일 신촌역사 상가 건물 한쪽 모습. 탑시티 시내면세점이 26일 그랜드 오픈한다는 현수막이 늘어진 전깃줄 사이로 을씨년스럽게 붙어 있다.


안혜진 탑시티면세점 대표는 "1심 판결이 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티알글로벌이 항소하게 되면 절차가 많이 남았고 설령 티알글로벌이 최종 패소하더라도 탑시티는 현재 자리에서 면세점을 계속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자신감은 탑시티면세점의 상가 활성화 역할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탑시티면세점이 입주하기로 한 순간 아무도 관심 없던 신촌역사라는 곳이 순식간에 채워졌다"고 회상한다. 탑시티면세점이 신촌역사에서 '키 터넌트(상가 핵심점포)'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법정관리 중인 신촌역사가 매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만 자리를 지켜주면 우리가 (신촌역사 인수를) 하겠다는 자금력 있는 회사들도 주변에 있다"고 귀띔한다.

"만약 경쟁이 심해 제3의 업체가 인수하더라도 합리적인 수준의 임대료라면 협상을 통해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다른 곳으로 이전까지도 생각하고 장소도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중, 삼중의 방어벽을 쳐 놨다는 뜻으로 읽힌다.

탑시티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물품반입 금지 기간을 '숨 고르기' 기회로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서울세관이 제시한 물품반입 금지 기한은 '미달된 규정을 충족할 때까지'다. 건물 점용 권리가 명확해 질 때까지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안 대표는 "4월 말이면 신촌역사 매각 공고가 날 테고 6월 말까지면 다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는 탑시티면세점 신촌역사점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그 때까지 내실을 다지며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복안인 듯하다.

"이미 고용 창출된 직원이 200명이고 입주 브랜드는 거의 중소기업인데 소식을 듣고 걱정한다"고 전하고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이곳을 굳건히 지켜 나갈 것"이라고 안 대표는 말한다. 목소리에 간절함과 결기가 숨어 있다.


▲ 탑시티면세점 서울 시내점이 들어 있는 신촌역사 전경.


탑시티면세점은 2016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오픈이 계속 미뤄졌다. 지난해 12월 부분 개장하고 지난달 26일 형식 상으로는 그랜드 오픈했다. 브랜드 유치 애로와 매장 인테리어 지연, 그리고 이번 세관의 조치로 본격적인 영업은 더 늦춰질 형편이다.

이와 관련 한 면세 업체 출신 인사는 "호랑이 굴에 토끼를 풀어놓고 잘 살기 바라는 격"이라며 "중소기업에 기회를 줬으면 정책적 배려를 이어가야 하는데 그것으로 할 일 다했다는 것 아닌가"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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