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면 못할게 없다...'세계1등' 면세산업 발전에 기여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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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면 못할게 없다...'세계1등' 면세산업 발전에 기여하고파"
  • 김윤미
  • 승인 2019.11.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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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희 애니통상 대표

"제대로 알고 하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제 신조가 '죽는 거 빼고 안 되는 건 없다'인데, 너무 센가요? 현재 상황이나 처지에서 못 벗어나는 건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봐요. 진부한 말 같지만 아는 게 힘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겐 멘토가 힘이에요. 좋은 멘토가 많아야 해요. 나보다 나은 사람, 더 잘 아는 사람과 만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자꾸 묻고요. 몰라서 물어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죠, 모르는 게 창피한 거지."

한은희 애니통상 대표. 글로벌 뷰티-패션브랜드 마케팅만 30년 가까이 했고, 디오르-펜디-지방시 등 명품브랜드 선글라스의 제조유통사 사필로(Safilo)의 국내 면세점 유통은 20년이다. 애니통상은 현재 국내면세점에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판매사원만 90명 가까이 된다. 한때 20개 넘는 매장을 운영했지만 3년 전부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한눈에 시원시원한 인상과 화통한 말투, 30년 넘는 비즈니스 경력에서 나오는 내공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배어나온다. 중-고교시절 학생회장, 학도호국단장을 했었다는 주변의 귀띔에는 놀랍기보다 빠르게 수긍이 된다.

“군인 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자라 참 힘들었는데 아버지께서 항상 강조하신 게 있어요. 6하원칙에 따라 논리적으로 말하라, 말끝 흐리지 마라, 상대방 눈 밑을 보고 얘기하라 등등.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생일선물로 꼭 책에 이름을 써서 주셨는데 덕분에 책도 많이 읽고요.”

승무원-뷰티마케터 후 ‘재택창업’...“시장-고객에 집중”

전교회장에 응원단장, 한마디로 ‘학교아이돌’이던 시절을 지나 의외로 조용하게 대학생활을 보낸 후 덜컥 대한항공 승무원이 됐다. 이렇다 할 준비나 대단한 신념을 가지고 지원했던 건 아니었는데 (해외여행자유화 훨씬 전인 그 시절엔 더더욱 선망직종이어서) 불합격 지원자들의 눈물, 그리고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가 일을 시작한 원동력이 됐다.

“그땐 ‘이거 떨어진 게 저렇게 울고불고 할 일인가’ 싶어서 ‘좋은 건가보다’ 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싫어하시니까 더 하고 싶더라고요(웃음). 3개월간 직무트레이닝을 받는데 너무너무 필요한 걸 가르쳐줬어요. 승무원에 대한 편견도 많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렇게 즐겁고 재밌는 직업은 없다 싶었어요. 일본, 하와이 등 해외를 가니까 꿈만 같더라고요. 하하.”
 
그렇게 세계를 누비고 또 그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예비승무원 대상 강의도 하다 공무원이던 남편과 결혼해 미국 유학생 생활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상 대학원을 다녔고 랑콤 국내에이전시와 연결돼 뷰티마케터(Beauty Sales & Marketing Manager)로 커리어 2막을 열었다.

“일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해외 파트너들과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들은 ‘싸움’을 하기 전에 준비를 잘한다고 할까요. 차근차근 시간을 갖고 장기적인 플랜을 짜면서 천천히 오래가는 과정을 중시하더라고요.”

해외 뷰티브랜드 마케터로 경험을 쌓은 뒤 드디어 ‘창업’에 도전했다. 집에 컴퓨터 하나 놓고 시작했다. 직원이 3명 될 때까지 집에서 일했고 이후 사무실을 열었다. 

굳이 ‘일감’을 따려하지 않아도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맡은 샤넬의 세컨드브랜드 ‘부르주아’는 11만불 수준의 국내 매출을 1년 만에 120만불까지 껑충 끌어올렸다. 그렇게 2년 하고나니 지방시에서 연락이 왔다. 30만불 매출을 1년간 8배까지 늘렸다. 

“포커스를 무조건 시장, 고객에 집중했어요. 시장, 고객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측면이 많았거든요. 고객 취향이 아닌 마케팅 담당자 자신의 취향대로 주문해 상품을 쌓아놓는 경우도 있었고요.”

중국비즈니스, 아직 시작도 안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결국 사람, 관계였다. A브랜드에서 호흡을 맞췄던 해외파트너가 B브랜드로 옮기면서 또 연락을 해오는 식이었다. 부르조아에서 함께 일했던 담당자가 사필로로 가면서 연결이 되고 에스카다 담당자가 이직 후 센존을 이어줬다. 

“안 그렇다는 사람 없겠고 또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진심으로 사람과 사람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요. 직원들도 저랑 투닥거리면서 오래 다니고요(웃음). 싸우면서 오래가는 스타일인가 봐요. 뒤끝이 약해서 그런가? 아, 정말 고마운 사람은 남편이에요. 유머러스하면서도 생각이 크고 넓은 사람이거든요. 아주 사소한 것까지 제가 원하는 건 뭐든지 오케이, 격려를 아끼지않는 최고의 조력자, 지원자죠.”

사람이 이어준 브랜드 ‘사필로’는 현재 애니통상의 핵심이다. 한국에이전시로 인연을 맺은 게 어느새 20년이다. 그 사이 브랜치오피스인 ‘사필로코리아’가 생겼다가 15년 만에 철수하기도 하고 또 다시 설립되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면세점 유통은 여전히 한은희 대표가 굳건히 맡고 있다. 그만큼 사필로 본사의 인정과 신뢰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해외 패션뷰티브랜드 마케팅, 그리고 면세점 유통에 관한 한 그만한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면세점 영업에서 중국관광객들 정말 중요해요. 산술적으로 봤을 때, 중국 인구가 14억, 비자를 가진 인구는 6%에 불과하니까 어쩌면 본격적인 비즈니스는 시작도 안한 것일 수 있어요. (대 중국 비즈니스가) 10배나 증가했지만 아직 가능성이 많은 거죠.”

“면세산업 세계1위...‘뿌리 없는 마케팅’은 위험”

말은 이렇게 꺼냈지만 현재 면세산업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크게 인식하고 있는 그다. 17개 면세점 매장에서 매일매일 시시각각 현장분위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이 참 많은 걸 바꿨지만, 각자 잘하는 분야를 더 잘하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면세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해서 여러 기업이 뛰어들고 또 중소기업에도 문호가 개방되었는데요. 면세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어요. 실제 시내면세점의 경우 대기업에서조차 손을 든 상황이고요.”

올해 들어 3월, 8월, 9월, 3번이나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면세점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외화내빈’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수익성 면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따이궁’(代工, 중국보따리상)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송객수수료, 마케팅비용 등이 치솟고 그만큼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이궁이 한국면세점에 몰리는 것도 결국 가격차이 때문이고 이건 환율의 차원이고 이를 잘 콘트롤 해야하는 측면이 있겠고요. 따이궁 유치를 위한 면세점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과도할 정도의 세일로 시장이 혼탁해질 정도예요. 따이궁만 웃는, 이들이 점점 한국 면세점을 가볍게 여기기 시작했고요. 이들을 이끌어나가면서 영업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당장의 시장점유율이 중요하니까 마치 내일 문 닫을 것처럼 ‘뿌리 없는 마케팅’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면세정책에 대해서도 정말 할 말이 많아보였지만 한은희 대표는 언급을 조심스러워했다.

“한국이 면세산업 세계1위국가임에도 개선하고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오래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면세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몇 년 전 면세교육기관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매장 판매사원들 교육을 제가 직접 해요. 늘 상품에 대해 좀 더 많은 지식을 가져야 하고, 좋은 물건을 팔면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현장에서 앰버서더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힘껏 돕는 멘토가 되려고 합니다.”

김윤미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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