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면세점] 한화·두산 철수…흥행 참패 시내면세점 입찰-해외로 발 뻗는 롯데·신라·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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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결산-면세점] 한화·두산 철수…흥행 참패 시내면세점 입찰-해외로 발 뻗는 롯데·신라·신세계
  • 김상록
  • 승인 2019.12.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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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은 올해 전환점을 맞았다.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와 송객 수수료 문제를 비롯해 한화, 두산의 사업 철수가 이어지며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면세점 전체 매출은 계속 상승했지만 롯데, 신라, 신세계 외에 중소 업계는 입지를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11월 진행된 시내면세점 입찰은 현대백화점 한 곳만 참여하는 등 흥행에 완전히 실패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낀 업계 '빅3' 롯데, 신라, 신세계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두타 면세점(왼쪽), 갤러리아 면세점
두타 면세점(왼쪽), 갤러리아 면세점

■ '백기투항' 한화-두산

대기업 한화, 두산의 면세점 사업 철수는 적잖은 충격을 줬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 '다이궁' 중심에 따른 송객수수료 경쟁 등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빅3' 외에 신규 업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한화는 지난 9월 면세사업에서 철수했다. 사업권 기간은 내년 12월까지였으나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했다. 갤러리아면세점의 3년 간 누적 영업손실은 1천억 원에 달한다.

2016년 5월 개점한 두타면세점 역시 올해 10월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중국인 관광객 감소, 시내면세점 경쟁 심화 등으로 줄곧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두산그룹은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사업 철수를 최종 결정했다. 이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내년 1분기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리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 '흥행참패'로 끝난 시내면세점 입찰 

시내 면세점 입찰은 현대백화점 한 곳만 참여한 채 마무리됐다. 롯데, 신라, 신세계가 일찌감치 불참을 확정하며 흥행 참패를 맛봤다. 업계는 신규 특허만을 허용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정부의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은 지난 11월 11일부터 3일간 서울(3곳), 인천(1곳), 광주(1곳) 등 시내면세점 5곳의 특허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기업들이 면세점 입찰 신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면세점 특허권 4개는 사라지게 됐다. 처음으로 면세점을 유치하려던 광주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결국 면세점 유치에 실패했다.

유일하게 입찰을 신청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취득하며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특허권 취득을 전제로 두산 면세점의 부동산과 유형자산 일부를 인수하기로 두산과 합의했다. 

올해 면세점 업계는 다이궁을 관광버스로 실어나르면서 지급해야하는 송객 수수료 부담, 대기업 쏠림, 중소 면세점 매출 부진이 겹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속빈 강정'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되지 않으면서 국내 관광에 가장 큰 손이었던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시장성의 불투명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 두산 등 대기업도 힘들어 할만큼 면세점은 일반 유통과 많은 차이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도 한진, AK 등 면세 운영을 포기한 기업이 있었다. 면세점 사업을 관리는 하돼 자율경쟁 체계로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결국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600불로 설정된 면세한도를 높여 외국에서 하는 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라면세점 마카오 공항 면세점 조감도
신라면세점 마카오 공항 면세점 조감도
이갑(왼쪽 세 번째) 롯데면세점 대표가 지난 1월 호주 브리즈번 공항점 개점 행사에 참석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이갑(왼쪽 세 번째) 롯데면세점 대표가 지난 1월 호주 브리즈번 공항점 개점 행사에 참석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 해외로 발 돌리는 '빅3'

롯데, 신라, 신세계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 다변화와 안정적인 수익 기반 구축에 나섰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020년 해외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오세아니아 지역을 시작으로 7월 베트남 하노이공항점에 이어 최근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사업권을 따내며 해외 사업장을 늘리고 있다.

창이공항점에 다낭시내점까지 합하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면세점은 15개가 된다. 지난해 7개와 비교하면 2배 가량 증가했다. 창이공항 주류·담배 사업장은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 사업장 중 가장 큰 규모로 6년간 약 4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미주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10월 25일 미국 기내면세점 업체 ‘3식스티(3Sixty)’의 지분 44%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면세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주 면세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목적이다.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3식스티는 지난해 기준 세계 20위 면세사업자로 꼽힌다. 작년 매출액은 한화로 약 8000억 원 수준이다. 또 신라면세점은 11월 마카오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회득했다. 오는 2024년 11월까지 5년간 운영한다.

국내 면세점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의존하는 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로 리스크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 그룹도 중장기적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엔타스 입국장 면세점 전경
입국장 면세점 전경

■ 입국장 면세점 VS 입국장 인도장

올해 5월 인천공항에 오픈한 입국장 면세점은 예상보다 낮은 매출에 허덕였다. 입국장 면세점 측은 도입 초기 단계인 점, 판매품목 제한 및 특정 상품 밀봉 등 제약 사항이 많았던 시험 기간임을 감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매출이 지속 상승해 손익분기점에 일정 수준 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입국장면세점 시범 운영이 성공적이었다는 판단하에 전국 주요 공항·항만으로 입국장면세점을 확대했고 담배 판매를 허용하는 등 각종 규제를 풀기로 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 9~10월까지 진행한 '입국장면세점 국민의견 설문조사' 결과 이용자의 60.3%가 입국장면세점 이용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불만족' 응답자는 8.0%로 집계됐다. 입국장 면세점 이용자의 70.9%는 재이용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입국장 인도장 도입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입국장 면세점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입국장 인도장은 시내 면세점, 인터넷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인도장에서 바로 물건을 받아가는 형태다.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되면 여행객들은 입국장 면세점에 방문할 필요가 없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에스엠, 엔타스 측은 입국장 인도장 도입 시 대기업 과점과 내수 시장 혼란을 심화시키고 중소·중견기업이 면세산업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지난 11일에는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면세점 유관기관과 국회에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될 경우 입국장면세점 특허 조기반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온라인 면세점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롯데, 신라 등은 입국장 인도장의 통과를 바라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은 다양한 물품을 구비하고 있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728억 원 수준이던 온라인 면세점 매출은 올해 연간 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롯데인터넷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420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49.0% 급증했다. 2013년 8%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 비중은 현재 30%를 넘어섰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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