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처벌, ‘행동책’에 무죄선고…향후 처벌 방향에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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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처벌, ‘행동책’에 무죄선고…향후 처벌 방향에 영향 미칠까
  • 김상록
  • 승인 2020.01.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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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조직은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주범이 국내의 전달책, 인출책, 송금책 등 ‘행동책’을 모집해 범행을 저지르도록 시키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행동책’의 행위는 엄연히 사기 방조, 사기 등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행동책’이라 해도 무거운 보이스피칭처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풍조였다. 

그런데 지난해 ‘행동책’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 서울동부지법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사기 피해자에게서 2천만원씩 받아 송금하여 사기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보이스피싱의 주범들이 따로 있는 상황에서 ‘행동책’만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행동책’을 붙잡으면 사건을 종결지어 주범을 체포하지 않는 수사기관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일회용 도구’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행동책’에 대해서만 무거운 보이스피싱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행동책’을 처벌하고 보이스피싱처벌의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굴지 말고 새로운 형태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그 동안 안일하게 처리 되었던 ‘보이스피싱처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동조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나 결국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이들을 선처 해준게 아니냐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또한 이번 판결이 앞으로 ‘행동책’에 대한 보이스피싱처벌 수위에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은다. 

유앤파트너스 전형환 경찰출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대하는 수사기관이나 정부부처에게 진정한 의미의 예방책에 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주는 판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라면 이 무죄판결이 자신의 사건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형환 변호사는 “’행동책’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이 동일하지는 않다. 범행 기간이나 횟수, 내용 등에 따라서 정말 모르고 심부름을 했다가, 혹은 속아서 억울하게 해당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금전적 이득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경우도 있다. 각각의 사건마다 행위의 심각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판결을 보고 무작정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이스피싱 ‘행동책’으로 적발될 경우 구체적 행위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나 사기방조, 사기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된다. 행위 태양에 따라 하나의 행위에 여러 혐의가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으며 초범이라 해도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전형환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엄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일반인이 혼자 혐의를 벗거나 보이스피싱처벌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 조직에서 ‘꼬리자르기’로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해 변호인을 찾아 조력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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