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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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나
  • 김상록
  • 승인 2020.01.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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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앱 화면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향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를 녹여낸 광고 문구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로 소비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냈던 이들은 지난해 12월 13일 독일 배달서비스 전문기업 딜리버리히어로와 M&A 계약을 체결한 뒤 가맹점주,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미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서비스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까지 인수를 확정하게 되면 독과점 체제가 형성되고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냐는 시각이 형성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아니라 '게르만민족'이 됐다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인수 합병 이후에도 중개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고 국내 시장의 경쟁 상황 또한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앞서 우아한형제들과 DH 최고경영진은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신설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배달의민족이 진출한 베트남 사업을 비롯해 DH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의 사업 전반을 맡는다. DH는 현재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달사업을 펼치고 있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 달러(한화 약 4조 7500억 원)로 평가해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아한형제들에는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13%)은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대표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 주주가 되며,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멤버가 된다. 이번 계약은 국내 인터넷 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만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구조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구조. 우아한형제들 제공

인수 합병 발표 이후 김봉진 대표는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상공인이 우려하는 수수료 인상은 진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M&A는 한국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키운 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서 일어난 딜"이라며 "국내 수수료를 조금 올려 보자는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했다.

김 대표의 생각과 달리 가맹점주, 소상공인 측은 배달의민족의 독과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엄정한 기업결합심사를 촉구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달 16일 논평을 내고 "자영업자들은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앱시장 독점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독일 자본의 배달앱시장 독점 피해는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배달앱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각종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주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사실상 유통과정이 한 단계 더 추가되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개 기업으로 배달앱 시장이 통일된다는 것은 자영업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임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더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인상 수순을 밟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같은 경우에는 이제 '깃발꽂기('울트라콜'이라는 월 정액 광고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해 점포 노출 빈도를 높이는 행위를 가리키는 업주들 간의 은어)'보다 '오픈리스트(배달의민족에 등록을 신청한 업소 중 3곳이 무작위로 상단에 노출되는 방식. 업소가 등록만 하면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로 변경 예정)'로 가고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수수료가 인상될 것이다"며 "배달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매출액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그로 인한 오픈리스트 수수료도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는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을 엄정히 심사하라"고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는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을 엄정히 심사하라"고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경기도 용인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한국면세뉴스에 "배달의민족을 쓰기 시작하고나서 전체 주문 전화의 80%가 배달의민족을 통해서 온다.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요기요에도 한달에 100만원 가량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광고비만 2중, 3중으로 나가는 셈"이라며 "확정된 건 아니지만 독과점이 되면 우리한테는 정말 큰일이다. 중개수수료가 분명히 오를 것 같다"며 걱정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점주들이 인수합병 이슈로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수수료와 광고료 인상 여부다. 점주 입장에서는 음식을 판매했을 때 중개수수료, 배달수수료 등의 비용이 빠지고 나면 순이익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배달앱으로 주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배달앱을 안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겨레는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가 함께 쓴 주식매매계약서에는 DH가 지분 인수 뒤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날 보도했다. 소비자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고 일부에서는 배달의민족을 보이콧 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일반적으로 글로벌 M&A 계약에는 수수료 등 세부 운영 사항에 대한 내용이 일일이 담기지 않는다"며 "4월부터 수수료를 현재 6.8%에서 5.8%로 낮추는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지난해 11월에 밝힌 바 있다. 이는 업계 통상의 절반이 안되는 수치다. 배민은 지난 10년간 업계 최저 수수료율 정책을 유지해왔고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상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하단 왼쪽),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차기 대표(오른쪽). 공정거래위원회, 우아한형제들 제공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상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하단 왼쪽),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차기 대표(오른쪽). 공정거래위원회, 우아한형제들 제공

결국 논란을 정리할 칼자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쥐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30일이 걸리며 최대 90일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심사의 주요 쟁점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독립적 체제를 지킬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5%, 요기요가 33.5%, 배달통 10.8% 순이다. 사업 범위를 배달앱으로 한정할지, 오픈마켓 전체로 볼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팀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모든 기업 결합은 다 똑같다. 공정거래위 법령 심판 기준에 나와있는 것들을 다 검토하겠다"며 "신고서는 최소화한 자료만 내기 때문에 보정자료 제출 기간에는 심사를 할 수 없어 전체 심사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언제 끝날지는 예측을 할 수 없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 빨리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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