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잡아라" 식품업계 간편식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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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잡아라" 식품업계 간편식 전쟁
  • 김상록
  • 승인 2020.01.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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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즉석밥, 냉동 볶음밥 같은 주식에 간식, 안주까지 모든 음식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식품업계 뿐 아니라 유통, 프랜차이즈 브랜드까지 시장에 뛰어들 만큼 간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의 오프라인 구매량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온라인 구매 건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간편식의 성장 배경은 점점 늘어나는 1인 가구, 맞벌이 가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사회적 변화와 소비자들의 식습관에 맞추기 위해 편의성, 가성비가 좋은 가정 간편식이 호응을 얻고 있다. 바쁜 현대 사회의 특성상 음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최대한 간편하게 먹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간편하다고해서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비비고 간편식 생선구이.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 비비고 생선구이 간편식

간편식은 ◀밥 종류의 주식 ◀국, 탕, 찌개류의 부식 ◀핫도그 만두 떡볶이 등의 간식 ◀안주 간편식으로 분류된다. 

그 중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간편식은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밥과 관련된 제품이다.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1996년 즉석밥 '햇반'을 선보이며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 간편식 브랜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비비고', '고메'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간편식 상품을 공개하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기와 비린내 때문에 집에서 해먹기 힘든 생선구이 간편식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생선구이' 3종은 고소한 고등어구이, 도톰한 삼치구이, 쫄깃쫄깃한 가자미구이로 구성됐다.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리면 맛볼 수 있고 20일 동안 냉장보관이 가능해 별도의 접시에 옮길 필요 없이 트레이째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

CJ제일제당 HMR 냉장마케팅 담당은 "현재 HMR 시장은 육류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수산 HMR은 아직 태동기에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생선을 구이로 섭취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구이 제품을 차세대 수산 HMR 대표 먹거리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생선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수분이 증발하므로 생선살이 퍽퍽해지고 맛이 없어질 수 있는데 CJ제일제당은 과일 추출물로 비린 맛을 잡고 생선 종류에 맞는 최적화된 소재로 절여 품질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롯데푸드 '쉐푸드 냉동볶음밥'
롯데푸드 '쉐푸드 냉동볶음밥'

롯데푸드의 ‘쉐푸드 냉동 볶음밥’ 5종은 오픈마켓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몰 판매를 위해 설계됐다. 기존에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볶음밥 제품을 운영했으나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에 특화된 전용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냉동밥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 성장한 약 91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선 물류 시스템 발달로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푸드는 고유의 맛을 나타내는 색을 전면에 사용하는 ‘컬러 마케팅’을 사용해 온라인 마켓에서의 주목도를 높였다. 

양은 기존 제품보다 넉넉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간편식 볶음밥이 1인분에 220g 내외인 것에 비해 '쉐푸드 냉동 볶음밥'은 1인분 270g의 양을 자랑한다. 기존 자사 제품에 비해 45g이 증량됐다.

종류는 당근, 그린빈, 양파 등 다양한 야채와 스위트콘, 완두콩 등의 곡류를 햄과 볶아낸 ‘햄야채볶음밥’, 국내산 배추로 만든 아삭한 김치를 넣은 ‘김치볶음밥’, 스크램블에그, 햄과 버터 풍미가 가득한 ‘버터간장볶음밥’, 호주산 소고기와 새송이버섯, 양배추, 대파로 맛을 낸 ‘소불고기 볶음밥’, 통통한 낙지에 특제 양념소스를 버무린 ‘매콤낙지볶음밥’ 등이다. 프라이팬, 전자레인지 조리 시간이 최대 3~4분을 넘기지 않는다.

SPC삼립 간편식 덮밥
SPC삼립 냉동 간편식 덮밥, 국밥

SPC삼립은 간편식 브랜드 '삼립잇츠'에서 냉동 간편식 '덮밥' 4종과 '국밥' 2종을 선보이고 있다.

'함박데미 라이스' '치즈김치 라이스' '에그불고기맛 라이스' '치킨데리마요 라이스' 등 총 4종이며 찜팩 용기에 담겨 있어 비닐을 뜯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5분간 데우면 된다. 삼립잇츠 국밥은 '황태국밥'과 '육개장국밥'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자레인지에 4분간 조리해 맛볼 수 있다.

대상(주)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 ON'으로 유통마진을 제거해 가성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다. 유명 맛집의 제품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콘셉트로 시작된 '집으로ON'은 곤약을 활용해 만든 즉석밥, 볶음밥, 덮밥 같은 주식과 짜글이, 양념육, 떡갈비 등 부식에 이어 꿔바로, 새우튀김, 만두, 핫도그, 떡볶이, 커피, 닭가슴살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가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손이 많이 가는 제사 음식도 간편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잡채'는 설을 맞아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0일간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지난해 추석 동기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명절 직전에 음식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비고 잔칫집 모둠잡채'는 국내산 돼지고기를 썰어 넣고 표고버섯과 만가닥버섯, 목이버섯과 양파 등 6가지 고명을 넣었다. 잡채의 핵심인 당면은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서 삶아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비비고 버섯잡채'는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 증가에 맞춰 선보인 제품으로, 국내 대비 채식주의자 증가세가 더 빠른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자 기획됐다.

신세계푸드 '올반 진한 사골떡국', CJ제일제당 '비비고 잔칫집 모둠잡채, 잔칫집버섯 잡채', 배상면주가 '느린마을막걸리 혼술상 세트'(왼쪽부터)

신세계푸드는 뜨거운 물과 전자레인지만으로 조리가 가능한 '올반 진한 사골떡국'을 선보인다. 쫄깃한 떡과 떡국용 고명으로 풍성한 식감을 느낄 수 있으며 1인분으로 소포장돼 혼자 설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간단한 방법으로 명절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배상면주가는 명절에 빠질 수 없는 술을 활용한 '느린마을막걸리 혼술상 세트'를 마련했다. '느린마을막걸리' 2병과 조리가 간편한 '느린마을 전' 1팩, 조청으로 만든 과자 '감자뻥'이 들어있다. 종이 테이블 매트를 동봉해 상을 차리고 치울 때의 번거로움을 덜었다. 

치킨, 피자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와 유통업계도 매출 부진을 만회하고자 간편식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교촌치킨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정 간편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체 온라인몰을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오픈마켓에서 처음 선보인 '닭갈비 볶음밥'이 좋은 반응을 얻은 뒤 자체 유통망을 갖추면서 시장 확대에 나선다. 맘스터치는 2018년 6월 HMR 삼계탕이 판매 1주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2월에는 HMR 전문 온라인몰 '맘스터치몰'을 열었다.

맘스터치 소중 삼계탕
맘스터치 소중 삼계탕

홈플러스의 슈퍼마켓 브랜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해부터 선보인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을 확대한다.

작년 옥수점을 시작으로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을 도입했으며 연말까지 매장을 50개 가량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문을 연 40개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의 경우 매달 매출이 15% 이상 상승하고 있다.

간편식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계의 전략도 치열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R&D 차별화와 혁신 제조기술,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 연구개발에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햇반'과 '비비고', '고메' 등 HMR 핵심 브랜드를 지속 육성해 내식의 간편화, 외식의 내식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대상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청정원 '안주야' 브랜드를 앞세워 식품업계 최초로 '안주 간편식' 시장을 만들고 선도하며 간편식 시장의 다양화와 니치마케팅에 주력해왔다"며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와 트렌드를 충족해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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