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업무집행과 업무상배임 사이, 판단 기준은? [전형환 변호사의 경영과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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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업무집행과 업무상배임 사이, 판단 기준은? [전형환 변호사의 경영과 법률]
  • 허남수
  • 승인 2020.01.3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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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배임 및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B기업의 이 모 회장에게 2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4300억원 대의 업무상배임 및 횡령을 저질러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B기업의 사실상 1인 주주이자 최대주주이며 회장으로서 자신의 절대적 권리를 이용해 임직원과 공모, 기업의 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했다”고 밝히면서도“기업이 모두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어 다른 피해자들의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고 피해액 전부를 공탁 및 변제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회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B기업이 시공한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불법으로 분양가를 조정하여 부당 이득을 취득하고 임대주택사업 우량계열사 자금 2300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거나 자신의 조카가 운영하는 기업에 90억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는 등 업무상배임, 횡령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시때때로 기업을 위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CEO나 임직원 등은 그러한 판단이 잘못되어 기업에 피해를 입혔을 때 업무상배임 혐의에 연루되기 쉽다. 특히 개인의 혹은 제3자의 이득을 위해 특정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의 단골 손님으로 꼽힐 정도로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2017년 한 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계열사 내 지원행위가 업무상배임인지 경영상 판단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계열 회사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지, 특정인이나 회사만의 이익을 추구한 것은 아닌지, 지원받을 계열사의 선정과 지원 규모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정상적이고 합법적 방법으로 지원이 이루어졌는지, 지원하는 계열사가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정리했다.

만일 이러한 행위에 대해 업무상배임 혐의가 인정된다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범죄 행위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경법이 적용되어 처벌이 가중되며 범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라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또한 얼마 전 특경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업에 피해를 입힌 CEO의 취업제한 범위가 늘어나는 등 제재가 크게 강화되었다.

유앤파트너스 전형환 경찰출신 변호사는 “사회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상배임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무상배임에 연루될 경우, 형사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추후 자신이 직접 세우고 키운 기업에 돌아갈 수 없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초반부터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혐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무상배임은 기업에 손실을 끼친 임직원, CEO에게 자주 적용되는 혐의이지만 손실을 입혔다고 해서 반드시 배임 행위로 볼 수는 없다. 전형환 변호사는 “업무상배임이 성립하려면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뚜렷한 근거와 증거자료가 필요한 데다가 처벌 수위를 결정짓는, 구체적인 피해 금액을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배임 사건을 홀로 처리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남수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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