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습격'…편의점·마트·식당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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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습격'…편의점·마트·식당이 바뀐다
  • 김상록
  • 승인 2020.02.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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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가 테이블로 음식을 운반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가 테이블로 음식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제공

유통업계에 인공지능 기술(AI)을 활용한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마트와 편의점에는 무인 계산대, 식당에는 서빙 로봇이 등장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업무 효율성 향상과 더불어 시대의 흐름으로 볼 수 있지만 '일자리 감소 문제' '디지털 소외 계층의 발생' 같은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형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렌탈 프로그램을 전국 12곳 식당에서 선보이고 있다. 로봇의 수는 18대다.

로봇은 총 4개의 선반을 통해 한 번에 4개의 테이블까지 음식을 서빙할 수 있다. 최대 적재용량은 50kg. 점원이 선반에 음식을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딜리플레이트가 고객이 있는 테이블로 이동한다. 

현재 서울 3곳(신한은행본사 직원식당, 치어스, 메리고키친), 인천 3곳(메이하오 짬뽕, 교촌치킨 만수2호점, 오목골 즉석메밀우동), 경기 4곳(찬장, 천상마루, 포메인, 이바돔 감자탕), 속초 1곳(청초수물회앤섭국), 창원 1곳(성산명가)에서 딜리플레이트를 볼 수 있다.

CJ푸드빌은 지난 3일부터 국수전문점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서빙 로봇 '클로이 서브봇'을 시범 도입했다. LG전자가 개발한 이 로봇은 지능형 자율주행 기능으로 최적의 동선을 파악해 테이블에 도착한다. 3D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가 있어 좁은 테이블 간격도 무리 없이 이동 가능하며 장애물을 피하거나 멈춰 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은 매장 입장부터 서빙까지 첨단기술을 적용한 매장으로 운영된다. 매장 앞 태블릿PC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입장 순서에 맞춰 메시지를 받고 매장에 입장하면 각 테이블에 있는 태블릿PC로 메뉴 주문, 직원 호출 등을 할 수 있다. CJ푸드빌 측은 클로이 서브봇의 장점으로 4인 메뉴를 한번에 옮길 수 있어 고객이 기다리지 않고 음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도입된 서빙 로봇 '클로이 서브봇'
사진=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도입된 서빙 로봇 '클로이 서브봇'. CJ푸드빌 제공

GS25는 BC카드, 스마트로와 손잡고 BC카드 본사에 미래형 편의점인 'GS25 을지스마트점(이하 미래형GS25)'을 지난달 14일에 오픈했다. 시범 운영이며 BC카드 직원만 사용할 수 있다. 앞서 GS25는 2018년 9월 업계 최초로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과 스마트스캐너가 적용된 무인형 스마트GS25를 강서구 마곡동에 선보인 바 있다.

미래형GS25에서는 'QR코드를 통한 개인식별' '고객 행동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 '재고 파악을 위한 무게 감지 센서' '영상 인식 스피커를 통한 고객 인사' 'AI가 활용된 결제' 등 미래형 디지털 유통 기술의 테스트가 이뤄질 예정이다.

고객이 점포에 들어가면 34대의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가 행동을 인식하며 매대 별로 장착된 30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는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얼만큼 고르는지를 감지해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와 함께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다. 물건을 고르고 스피드 게이트를 빠져나오면 AI기술이 적용된 결제 시스템이 자동으로 결제해 고객에게 모바일 영수증을 제공한다. 

이마트24 역시 지난해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협업해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편의점 '이마트24 김포DC점'을 김포 장기동 데이터센터에 마련했다. SSG페이 앱을 이용해 매장 입장용 QR코드를 발급받은 뒤 이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계산 과정 없이 물건을 집어 나가는 것만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이마트는 전국 142개 점포(위탁 운영 매장 제외) 중 현재까지 95개 매장(66.9%)에 무인계산대 설치를 확대했다.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늘어날수록 노동자들의 불안은 가중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는 지난해 5월 광주 서구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인계산대 도입 후 인력재배치라는 명목으로 계산원들을 다른 점포로 발령하는 등 인력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미 높은 노동강도로 힘들게 일하는 계산원들은 이제 고용불안으로 하루하루를 더 힘들게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마트 측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인력은 변동이 없다. 무인 계산대가 불편한 분은 직원이 있는 계산대를 이용하면 된다.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니까 좋은 것 아니겠나. 무인 계산대를 더 선호하는 고객들도 많다"며 "무인 계산대 비율은 현재 들어가 있는 수준 정도로 유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GS리테일 측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와의 통화에서 "GS25는 무인형 미래 편의점의 확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 여러가지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무인화가 상용되기는 어렵다"면서 "더 큰 목적은 가맹점에 기술 보급이 확산 됐을때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지 여러 관점에서 테스트하는 것이다. 결국 인력 운용 효율화가 방점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미래형 편의점인 'GS25 을지스마트점'. 사진=GS리테일 제공
미래형 편의점인 'GS25 을지스마트점'. 사진=GS리테일 제공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사진=(주)우아한형제들 제공
사진=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 ㈜우아한형제들 제공

서빙 로봇은 장점에 비해 단점이 뚜렷하다. 실제로 보면 로봇이라기보다 이동형 선반에 가까운 모양이고 음식을 직접 테이블에 나를 수 없다는 점이 꽤나 불편하다. 손님이 많은 혼잡한 상황이나 여러가지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우아한형제들과 CJ푸드빌은 서빙 로봇 도입으로 인한 매장 인력의 감소 여부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기존 직원들의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쌀국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서빙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30대 남성은 한국면세뉴스에 "서빙은 단순히 음식을 주고 받는 수준을 넘어 고객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넓게는 단골 손님의 취향이나 필요로 하는 것들을 나누며 소통하는 관계로 볼 수 있는데 서빙 로봇은 너무 빡빡하지 않나"라며 "일자리 감소 문제 뿐 아니라 로봇이 있는 분위기에서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 편의점 점주는 한국면세뉴스에 "장기적으로 봤을때 10~20년 뒤에는 편의점 직원이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키오스크로 결제를 많이 하는 추세이고 인건비도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노동자들도 변화하는 기술의 흐름을 꾸준히 학습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정부·기업은 노동자들의 평생학습에 대해 지원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현재 속도로 볼 때 2030년에는 국내 일자리의 25%가 로봇과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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