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19' 확진자 발표와 대응이 더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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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코로나19' 확진자 발표와 대응이 더 무서운 이유
  • 이태문
  • 승인 2020.03.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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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로와 장소, 접촉자 등 신속하고 정확한 공개와 관리 없어
전국의 보이지 않는 '슈퍼 전파자' 존재에 불안감만 더욱 커질 뿐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56명이 새로운 감염자로 판명돼 6일 오후 10시 현재 총 1112명이 됐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 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을 보내야만 하는 일본 국민들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태세와 확진자 발생 이후의 대응에 갈수록 불안감만 커져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달 13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80대 여성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다음날인 2월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정부 대책본부에서 감염 예방을 강조하면서 "사람 붐비는 곳을 피하라"고 밝혔을 뿐이다.

게다가 이날 아베 총리가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고작 8분에 불과했으며, 뒤이어 니혼게자이신문사 회장과 사장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며 무려 168분에 걸쳐 회식을 즐겼다.

6일까지 일본 전국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90명(3명 사망), 도쿄도(東京都) 58명(1명 사망), 아이치(愛知)현 62명, 가나가와(神奈川)현 40명(1명 사망), 오사카(大阪) 31명, 지바(千葉)현 17명, 와카야마(和歌山)현 14명(1명 사망) 등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31곳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앞서 일본 첫 사망자인 80대 여성의 사위로 확진자 70대 택시 기사는 회사 동료와 가족들과 함께 강을 유람하는 소형 유람선(屋形船·야카타부네)을 빌린 신년회에 참가했다. 이 모임에서 집단감염돼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택시회사는 정상 영업을 하였고, 택시 기사들 역시 격리 조치 없이 승객들을 태우고 운행을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TBS 취재진이 택시회사의 신년회에 참석했던 택시기사를 인터뷰해 방송에 내보냈는데, 전날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전화하겠다는 택기기사의 연락이 없어 확인해 보니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걸로 밝혀졌다고 한다.

확진자 90명(3명 사망)으로 일본 내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홋카이도의 경우, 삿포로(札幌)시가 지난 3일부터 지하철과 노면전철의 소독을 시작했다. 그것도 5~6일에 한번 차량 점검과 함께 소독을 실시한다고 하니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검사 자체가 불충분하고 불투명하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27일 현재 총 5만6395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일본의 경우는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2월26일 현재 총 1890명이 검사를 받은 것에 그쳤다.

일본의 한 달 검사 능력은 한국의 하루 검사 능력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까지 나왔다. 따라서 인구만 비교하더라도 3배나 많은 일본이 오는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의식해 일본 정부가 검사 확대를 꺼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가장 큰 문제는 확진자의 이동경로와 접촉자에 대한 발표가 없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으며, 누구를 만났는지 가장 기본적인 자료조차 공유할 수 없는 까닭에 일본 전국의 숨은 '슈퍼 전파자' 실상과 규모는 확인 불가능한 상태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광역단체와 후생노동성은 지역과 연령대, 성별만을 공개할 뿐 구체적인 이동경로와 장소, 그리고 확진자 등에 대한 정보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측도 위생관리, 근무형태, 수익악화 등의 문제 발생을 우려해 확진자 발생 자체를 숨기고 있다. 

상점가와 대형쇼핑센터 등도 지역 경제의 타격과 영업 손실을 우선시해 확진자와 근무지 공개에 민감하게 반응해 쉬쉬하고 있는 상태라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요코하마(横浜)시가 6일 저녁 발표한 70대 남성 확진자의 경우만하더라도 23일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25일부터 발열에 피로감을 느껴 의료기관에서 2번이나 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돼 3월 4일 검사를 받아 5일 코로나19 감염이 판명됐다.

그동안 남성은 약 600명이 이용하는 스포츠센터를 3월 1일부터 5차례나 다녔으며, 증상이 나왔던 26일에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시내 술집에 갔다고 한다.

이처럼 철저한 검역과 검사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확진자 발생 후 정확한 정보 공개, 의심 장소의 폐쇄, 접촉자 자가격리 등의 조치와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 한 '슈퍼 전파자'에 의한 새로운 감염자가 속출할 위험성이 있다.

글 = 이태문 도쿄특파원 gounsege@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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