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수의 세상만사] 20학번, 2m, 그리고 소중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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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수의 세상만사] 20학번, 2m, 그리고 소중한 일상
  • 박홍규
  • 승인 2020.03.1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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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2018년도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대신문
국민대학교 2018년도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대신문

대학에서 근무하는 특권 중 하나는 꽃이 피는 3월이 되면 신입생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활력으로 나 스스로 더 젊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올해 3월의 교정은 썰렁하다못해 을씨년스럽다. 신입생들의 웃음은 온데간데 없고 사하라 사막이나 서부의 어느 황량한 시골 도시 같다. 비단 대학뿐일까. 명동도 그렇고 종로도 그렇고, 지금은 사라진 강남역 뉴욕제과 앞이 그렇다. 

내가 사는 동네를 비롯해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집단 우울증이라도 걸린 듯 싶다. 무엇보다 우울의 시간이 길어지면 실물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간에 인심이 사나워질까 우려스럽다. 사회적인 타격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개강을 2~3주 연기한 것도 모자라 이후 온라인 강의를 2~4주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에너지를 주었던 학생들을 무려 1달 이상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보고 싶은 학생들을 봐야할 시기가 더 미뤄질 수도 있다. 1학기를 온통 온라인으로만 만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떠오른다. 바이러스가 얌전히 행동하기를 기대할 밖에 무슨 뾰족한 수가 날 리는 만무하기에 그냥 기도하는 심정으로 우두커니 집에 앉아 있곤 한다.    

요즘 가장 많이 듣고 보는 말이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글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울시와 살고 있는 구청에서 재난문자를 보내는 통에 기억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거리 두기의 길이도 안다. 2m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감염병이 유행하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으로, 외출을 자제하고 모임을 연기해서 타인과의 만남을 줄여 바이러스 확산을 막자는 일종의 사회적 규율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온라인으로 주변 지인들과 소통하면서 '몸은 멀리, 그러나 마음은 가까이'를 실천하자는 다짐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확진자 수가 주춤하고 있으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만은 가까이를 2~3주 가량 실천한다면 효과가 클 것임은 불문가지일 듯하다. 

코로나19로 텅텅 빈 서울의 거리
코로나19로 텅텅 빈 서울의 거리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은 어디선가 나타나고, 나타난 희망은 또 다른 희망을 낳는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든 시기임에도 기저질환 환자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마스크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을 보며,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많음을 느낄 수 있다. 

보통의 사람이 겪고 있을 공포와 당황·황망함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아픔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대구·경북 사람들을 돕기 위한 전국적인 모금 활동과 SNS에서 ‘#대구·경북을 응원합니다’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보면서, 역시 '배달의 민족은 뭐가 달라도 달라'라는 생각을 한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우선 생각하고 말로 다하지 못할 역경들을 극복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선배들의 전통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음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환자 상태를 본인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헌신적 모습의 의료진에 감사하며, 바이러스와의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장의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TV 속 흰머리카락에 경의를 표한다. 

코로나19는 세계가 하루 생활권임을 새삼스레 일깨우고 있다. 한 나라만 안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모두 몸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새삼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떤 결과를 낳든, 본심이 어떻든지간에 각국 정부는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언제가는 코로나 사태는 종식될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고, 신종플루처럼 일상 속에 숨어 인간과 공존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바이러스로부터 얻은 교훈은, 평안한 일상이 삶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우쳐 준 것이다. 숨은 쉬고 있지만 산소의 고마움을 몰랐듯이 일상의 고마움을 평소에 너무 모르고 지냈던 나를 반성한다.

반가운 모습으로 20학번 새내기들을 맞이할 날이 몹시 기다려진다. 우두커니 방에 앉아 있던 나는 지금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러 간다. 새내기들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참 많을 듯 싶다.

글. 이길선 국민대학교 교수. 많은 이들이 공동체적 가치를 갖고 함께 도우며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정치·사회·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벤처회사에 투자 및 조언을 하고 있다. gslee@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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