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오픈서비스', 이재명 등 정치권까지 질타...타다 이어 한국은 '스타트업 불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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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오픈서비스', 이재명 등 정치권까지 질타...타다 이어 한국은 '스타트업 불모지'?
  • 황찬교
  • 승인 2020.04.0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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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의 새로운 수수료 정책 '오픈서비스' 도입으로 독과점 횡포 비판이 연일 거세지면서 지자체들이 독자적으로 배달앱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달 초 배민의 새로운 요금제 개편에 대해 '독과점을 통한 부당한 이익 추구'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배민을 "돈만 밝히는 배민"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의 '요기요' 기업 결합 승인 심사를 강도 높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계에서는 "배민에 대한 독과점 비난은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스타트업 죽이기를 그만하라"고 반발하고 있어 배민 비판이 미래 산업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희생양이 타다에서 배달의민족으로 옮겨가고 있다. 배민이 제2의 타다가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공정국·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배달 앱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지사는 "국민과 소비자는 기업을 살릴 수도 있지만, 죽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최대한 빨리 공공앱을 개발하겠지만, 그 사이에라도 대책을 세워야겠다. 배달앱 아닌 전화로 주문하고, 점포는 전화주문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도민을 보호해야 하는 지사로서 적극 응원한다"며 배민 불매운동을 독려하면서 배달 앱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 들
었다. 

배민이 지난 1일 출시한 '오픈서비스'는 배민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기존엔 광고상품은 1건당 월 8만8000원을 내면 되는 정액제(울트라콜) 위주였다.

문제는 자금력 있는 점주가 과도한 광고비용을 내고 지역광고를 독식하며 나타났다. 울트라콜 이용 점주는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아 매장을 홍보할 수 있다. 월 1000만원을 내고 200개의 깃발을 꽂는 점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깃발꽂기로 영세 점주가 배달 시장에서 도태되자 배민은 대안으로 '오픈서비스' 운영을 택했다. 회사는 "오픈서비스로 매출이 높은 53%가 내야 하는 비용은 증가하지만 47%는 줄어든다"며 "오픈서비스는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공평한 체계로 많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박태희 상무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상무는 "요금 체계를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왜냐하면 '깃발꽂기' 폐해가 너무 명확하다"고 말했다. 깃발꽂기는 대형 업소들이 배민 앱 화면 상단을 독점하려고 수수료를 더 내고 같은 업소 광고를 수십 개씩 등록한 뒤 반복 노출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점주는 "배달의민족이 배달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해 과도한 이유를 추구한다"며 "매출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정률제로 소상공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치권도 합세해 더불어민주당은 배민의 요금제 개편이 소상공인에 큰 부담이 된다며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별법 입법 등의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후보들은 공공 배달 플랫폼 개발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IT 스타트업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치계가 스타트업이 성장할 환경을 죽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의 간사인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그동안 이번 논란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껴왔는데 관이 나서서 사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것을 보고 막다른 벽에 이르렀다고 느꼈다"며 입을 열었다.

정 실장은 "플랫폼 산업의 특징은 계속 접점이 생기고 구획이 정해져 있지 않아 구팡을 비롯해 얼마든지 대항마가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이 애플·구글을 20~30년 지켜보다가 최근에야 독점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등의 이런 행태는 플랫폼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는 이를 참담함 이상의 '스타트업 죽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한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표는 "이재명 지사가 '배달 앱은 기술혁신이 아닌 단순 플랫폼'이라는 발언에서 우리나라가 플랫폼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며 "월 1000만명이 이용하는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치계가 타다를 혁신으로 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018년 가능성을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이 된 이후에도 장사교육, CSR 등 다양한 활동으로 스타트업의 동경이 됐다"며 "이처럼 좋은 본보기가 됐던 스타트업이 정치계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데 누가 스타트업 맘 놓고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사진 = KBS 방송 캡쳐

황찬교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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