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유학생 부모 상대 피눈물 장사하나...배송비가 마스크값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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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유학생 부모 상대 피눈물 장사하나...배송비가 마스크값 3배?
  • 황찬교
  • 승인 2020.04.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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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가족이 있거나 유학하는 자식이 있는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미국을 포함해 유럽과 전세계 전역에서 보건용 마스크 대란이다. 

최근 독일로 향하던 3M 마스크 수십만장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독일 정부는 미국 정부가 중간에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기세를 더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품귀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독일로 축구 유학을 보낸 길음동에 거주하는 홍모(46) 씨는 최근 독일에 있는 아들로부터 마스크를 보내줄 수 없냐는 전화를 받았다. 국내에 마스크 5부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구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보건용 마스크를 구하러 다녔다. 

홍씨는 주민번호 뒷자리가 '2'로 끝나 지난 7일 '화요일'에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었다. 아들과 통화 한 것이 지난 1일 수요일이었다. 6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딸과 아들 이름과 본인 이름으로 6장을 구하고 지인에게 부탁해서 2개를 얻어 어렵사리 8개를 채웠다.

이제 독일로 보내는 일만 남았다. 홍씨는 구입한 공적 마스크 8장·일회용 마스크 10장·일반 면마스크 2개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다행히 아침이라 대기하는 손님이 적어 바로 접수대에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우체국 직원이 '사전 등록 여부'와 신분증·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왔는지 물었다. 공적 마스크를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우체국 홈페이지나 모바일을 통해 EMS 사전접수를 해야 한다.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준비해 가족관계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또 공적 마스크 이외 다른 마스크는 별도로 보내야 한다. 합포장이 안되기 때문에 추가 배송비가 든다.

우체국 관계자는 "포장박스는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1종 박스 외에는 안된다. 일반 소포도 안되고 EMS로만 가능하다. 박스 안에는 보건용 마스크 8장 이외에는 어떤 것도 넣을 수 없다. 배송은 3~4주 걸린다"며 "만약 독일에서 상황이 안좋아서 화물 항공기를 착륙하지 못하게 하면 반송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가지고 간 일반 포장 박스와 추가로 동봉하려고 했던 면마스크를 다시 가지고 돌아와야 했다.어렵게 접수를 끝낸 홍씨는 결제단계에서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건용 마스크 8장 가격이 1만 2000원인데 배송비로만 3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5% 할인 가격이다. 

홍씨는 한국면세뉴스에 "코로나19로 전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시기를 우체국은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유학생 부모를 상대로 피눈물 장사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분통해 했다.

정부는 현재의 규제 정책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마스크 수량이 부족하고 우편물 관리 인력도 모자란다는 이유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우편물 접수과정에서 불필요한 민원 마찰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우편물 발송을 위해 수량과 중량을 제한한 것"이라며 "마스크 수량을 늘리거나 다른 우편물을 함께 보낼 계획은 없는 상태다"고 했다.

보건용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법적인 해외 반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고작 8장을 보내기 위해 매번 3만원 상당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또 하나의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관세청은 지난 1일부터 해외에 마스크를 보낼 때 묶음 발송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같은 배송비 안에서 다른 물품도 묶음 배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그것이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인 것이다.

황찬교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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