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데자뷰?' 가격 올리고 메뉴 없애고…수장 바꾼 맘스터치의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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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데자뷰?' 가격 올리고 메뉴 없애고…수장 바꾼 맘스터치의 일방통행
  • 김상록
  • 승인 2020.06.05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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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이병윤 사업부문 총괄사장을 새 CEO로 선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일부 메뉴 가격 인상과 더불어 비인기 메뉴를 정리하기로 했는데 고객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과거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은 채 가격을 올리고 메뉴를 없애 원성을 샀던 맥도날드와 묘하게 겹친다.

맘스터치를 운영하고 있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지난 1일 이병윤 사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 공채 출신인 이 신임 사장은 해마로푸드서비스 전신인 TS해마로가 도입한 파파이스의 기획팀 및 해외 사업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CJ그룹 외식사업부, 이랜드파크, SPC삼립 등 외식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신임 사장은 "첫 직장이 TS해마로였던 만큼 개인적으로 해마로푸드서비스가 더욱 친숙하고 고향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의 환경변화와 경쟁이 있겠지만,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이 신임 사장의 취임 소식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의 가격은 400원 올렸으며 '불싸이버거'는 300원 인상했다. 맘스터치의 가격 인상은 2018년 2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리셀버거·불고기포테이토버거 등 9종의 버거 메뉴를 정리했으며 통치킨·핫통치킨 등 14종도 판매 중단한다. 팝콘볼라지·콘샐러드 등 11종의 사이드 메뉴도 사라졌다. 다만, 일부 판매 중단 메뉴는 추후 고객 의견을 반영해 재출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맘스터치는 가격 인상과 메뉴 개편에 대해 "인건비와 원부자재 상승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고객들의 메뉴 선택의 용이성을 제공하고,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수 소비자들은 맘스터치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의견이다. 메뉴 정리 문제는 개개인의 선호도를 모두 적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습적인 가격 인상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달 4일부터 30일까지 버거세트 4종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병주고 약주냐'는 소리가 나올 듯 하다.

맘스터치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장 매출은 줄었지만 오히려 배달 매출이 증가하며 큰 타격을 입지도 않았다. 맘스터치의 이 같은 행보는 사모펀드 매각 이후 수익성 강화에 더욱 초점을 맟춘 전략으로 분석된다. 정현식 전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은 지난해 11월 보유지분 대부분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 주식회사에 넘겼다. 이후 맥도날드 출신 인사들이 맘스터치로 대거 이동했다.

앞서 맥도날드는 조주연 전 대표 시절 기습적인 가격 조정과 메뉴 정리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가격은 올렸지만 맛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초 선임된 앤토니 마티네즈 신임 대표 이사 체제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1990년대 후반 맥도날드, 버거킹, KFC, 롯데리아 사이에 뛰어든 맘스터치는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이른바 '가성비 버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갓스터치', '혜자버거', '맘세권' 같은 신조어까지 나오며 지지층을 확고히 다졌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가격 인상, 메뉴 정리로 인해 맘스터치에 충성심을 보였던 소비자들이 조금씩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맘스터치의 이 같은 행보에 무조건적인 비난을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고객을 조금 더 우선순위에 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맘스터치가 맥도날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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