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나쁜 사람들이다" 알바노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맥도날드 고발…버거 '베스트'-알바는 '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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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나쁜 사람들이다" 알바노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맥도날드 고발…버거 '베스트'-알바는 '워스트'
  • 김상록
  • 승인 2020.06.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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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맥도날드 노조 페이스북 캡처

맥도날드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알바노조로부터 근로 계약 위반으로 고발을 당하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600여명의 대규모 정규직 채용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정작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홀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알바노조는 지난 23일 한국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서울 종각역 인근 종로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맥도날드에 매장 인력 충원과 이른바 근무시간 '꺾기' 중단 등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 본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주당 신청한 근무 시간을 일방적으로 줄이면서 임금을 깎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매출액이 9% 성장했다고 밝힌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발표가 무색한 상황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저비용 고효율' 정책은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와의 통화에서 "2년 4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주당 22시간을 일하기로 합의했는데  7.5시간까지 내려간적도 있었다. 이렇게 줄어들면 임금의 4~50% 가량이 날아가니까 생계 유지가 안된다. 이런 부분을 여러차례 반영해달라고 매니저에 이야기하면 자기는 권한이 없다면서 점장한테 미루고 점장도 그 후로 조치가 없다. 본사에 얘기해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알바노조의 기자회견 이후 "당사는 근로기준법상의 레스토랑 및 직원 운영에 있어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다"며 "당사의 시간제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근로 시간을 매주 변경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시간제를 장점으로 여기고 있으며 당사는 시간제 근로자가 신청한 스케줄을 최대한 존중하고, 근로자들 간의 형평성과 매장 상황을 고려해 당사자와 협의하에 스케줄에 반영하고 있다. 직원과의 협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무일 또는 근로시간을 정하거나 변경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에서 언급한 협의는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휴게실에 공문 하나 붙여놓는게 무슨 협의냐. 이런 절차조차 없는 매장도 많다. 우리가 신청한 근무 시간과 다르다고 하면 다 똑같이 그렇게 잘라서 쓰니까 이해해달라고 하거나 다음주에 더 넣어주겠다면서 고작 12.5시간을 넣어주는 식이다. 이게 무슨 협의냐. 맥도날드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고 분노했다.

서울 시내 맥도날드 한 매장

한국맥도날드의 "코로나19로 인해 근무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시간제 근로자의 인당 월평균 근무시간 역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코로나19 이전 1월과 비교해서도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는 입장도 반박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일은 많은데 사람을 안 쓰려고 한다. 같은 시간에 세 명이서 할 일을 한 사람이 하게 된다. 그마저도 8시간에서 5~6시간만 시키니까 그 시간 안에 일을 다 마치려면 무척 힘들다"며 "전 매장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장을 운영해야되고 사람은 쓰긴 써야되니까 그렇게 사람을 계속 채용한다는 식의 궁핍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매장마다 각각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럼 적어도 담당자를 만나서 얘기할 기회는 줘야되지 않냐"고 토로했다.

그는 "매출이 올랐으면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돌리면 된다. 코로나가 안 끝났다는 핑계를 대면서 사람을 적게 쓰려 하니까 이런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것이다. 정상적으로 운영해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다. 예전에도 힘들었지만 갑자기 그걸 나아지게 해달라는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가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을 축소했다는 지적은 올해 초부터 제기됐다. 이후 몇달이 흘렀음에도 동일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맥도날드의 진정성 또한 의심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맥도날드의 수장이 된 마티네즈 대표는 맥도날드 크루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식품 업계 경험이 전무했던 조주연 전 대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

마티네즈 대표는 지난 3월 취임 후 전한 첫 번째 메시지에서 "매장 직원(크루)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맥도날드를 대표해 고객을 응대하므로 고객의 더 나은 경험은 직원 만족에서 시작된다"며 "직원에게 보다 안전하고 존중받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작년 12월 '2019 올해의 일자리 대상’ 민간 일자리 부문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5월 산업정책연구원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공동 후원하는 ‘2020 국가산업대상’ 고용친화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일하기 좋은 기업, 고용친화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말이다.

매장 내에서 근무하며 고객과 마주하는 시간제 근로자들은 맥도날드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에게 정규직 직원과 같은 수준의 책임감을 강조하기 이전에 상식적인 근무 환경과 임금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 맥도날드의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고객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큼 근로자들의 목소리에도 집중해야 한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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