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체육계 폭력에 안타까운 죽음...'최숙현법' 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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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체육계 폭력에 안타까운 죽음...'최숙현법' 제정 추진
  • 황찬교
  • 승인 2020.07.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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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이 지난달 26일 부산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3살의 어린 나이였다. 최숙현이 죽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핸드폰 메시지는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였다.

지난해까지 경주시청 소속이던 최숙현은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력과 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 팀 닥터가 20분 넘게 뺨과 가슴, 배를 차고 체중감량에 실패하면 3일씩 굶기기도 했다. 빵 20만 원 어치를 강제로 먹이게 하거나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하는 등 알려진 사례들만 보더라도 믿기 힘든 수준이다.

최숙현은 용기를 내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를 세상에 알리고 폭력을 가한 자들의 징계를 바라는 마음으로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수를 고소했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 및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최숙현의 바람과 달리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가해자들은 폭력 행위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최숙현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여당은 국회 차원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미래통합당도 '최숙현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오는 6일 상임위원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이 사건은 문제의식이 부족한 지자체, 체육계, 그리고 소위 말하는 힘 있는 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한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진상규명 촉구에만 그치지 않고,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상임위 청문회 등을 추진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도 지난 2일 체육계 가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당 차원의 TF(태스크포스)를 열었다. 이들은 선수들이 가혹행위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하는 '최숙현법'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최 선수의 사연을 가장 먼저 알리며 수사를 촉구한 봅슬레이 감독 출신 이용 통합당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같은 체육인으로서 정말 참기 힘든 분노를 느낀다"며 "누가 이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처벌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3일 페이스북에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신고가 접수된 후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10주가 넘는 시간이 있었으나 선수의 고통이 서류에 담겨 표류했다"고 썼다. 또한 "체육계 안일한 인권의식, 윤리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훈련의 일환이라는 핑계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비인간적 훈련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란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지난달 26일 23살의 어린 선수가 그 꿈을 펼쳐보기 전에 하늘에 별이 돼 떠났다.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에 나온 '그 사람들'의 죄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 청원은 3일 오후 2시 현재 7만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체육계 및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은 명백한 진상조사와 폭행 관련자들의 엄중처벌을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문제가 드러난 관련자에 대해선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윤희 차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사실규명을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말뿐이 아닌, 더 이상 꿈을 위해 청춘을 던지고 있는 스포츠 유망주들의 꿈을 짓밟는 일을 제도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늘 내놔야 할 때다.

사진 = JTBC 방송 캡쳐

황찬교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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