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꽁꽁 언 제주면세점.. “오늘 3개 팔았어요”
상태바
[르포] 꽁꽁 언 제주면세점.. “오늘 3개 팔았어요”
  • 박문구
  • 승인 2015.06.23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면세점은 물론 내국인 면세점까지 그 여파 여실히 느껴

제주도가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메르스 확진 환자가 3박 4일 제주 여행을 다녔다는 것이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사태 초기보다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7시, 제주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찾은 김포공항은 한적하기 그지 없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공항 아침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한산했다. 메르스 사태로 약 한달이 지난 지금 공항 분위기는 종전과 완전히 바껴버렸다.

6월 17일 오전 김포공항 출국대기장이 손님이 없어 텅텅 빈 모습이다. 6월 19일 오전 김포공항 출국대기장이 손님이 없어 텅텅 빈 모습이다.

공항 안내데스크 직원은 “확실히 사람이 많이 줄었다. 메르스 사태 전 금요일 오전은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한산하다 못해 고요할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메르스로 인해 제주공항에는 긴박함이 돌았다. 열감지 카메라를 통과하는데 “저기, 잠깐만요! 초록색 자켓 입으신 분!”하고 기자 앞에 가던 사람을 급하게 잡기도 했다. 이에 주변을 가던 사람들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해프닝도 있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주도 지정면세점인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JTO(제주관광공사) 역시 메르스 여파를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JDC면세점 관계자는 “5월까진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6월 들어 매출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유일호 국토부 장관이 제주를 방문해 메르스 관련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JDC면세점을 둘러볼 예정” 이라며 “국토부에서도 이번 메르스 사태로 JDC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3시 중문에 위치한 JTO지정면세점을 찾았을 때도 손님이 있긴 하나, 평소보단 한적한 느낌이었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 몇몇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d_0623_02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JTO 면세점, 18일 제주 메르스 사태가 이러진 뒤 손님이 급감했다.

JTO중문면세점 지배인은 “내국인 면세점이다 보니 크게 영향을 받진 않았으나, 어제 메르스 확진 환자가 중문관광단지를 찾았다는게 이슈가 되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 며 “그나마 지금 관광버스 5대가 찾아와서 손님이 있는데 이 손님들이 오늘 면세점에 온 손님의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19일 오후 6시. 시내에 위치한 외국인 면세점인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을 찾았을 때 그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특히 19일 재오픈한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근처 주차장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찾아 들었지만, 오픈발을 생각하면 너무 한산하고 면세점 이용이 얼마되지 않았다.

롯데면세점 제주점 내부 모습. 오늘 오픈한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손님이 없어 한적한 모습이다. 롯데면세점 제주점 내부 모습. 오픈식날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손님이 없어 한적한 모습이다.

인근에 위치한 신라면세점은 문만 열어놨나 싶을 정도로 텅텅 빈 모습이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약 90% 이상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들이 찾아오지 않으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었다. 매장 직원들도 예전의 활기찬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다들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한 매장 직원은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시점부터 사람이 줄기 시작하더니 6월초가 지나면서 거의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없어졌다. 평소보다 90%이상은 빠진 듯 하다”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왼쪽은 메르스 사태 전인 5월 22일, 오른쪽은 메르스 사태 후인 지난 6월 19일 사진이다. 두 사진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왼쪽은 메르스 사태 전인 5월 22일, 오른쪽은 메르스 사태 후인 6월 19일 사진이다. 두 사진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는데 직원들의 씁쓸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한 매장 직원이 옆 매장 직원에게 “오늘 몇개나 팔았어?”라는 질문을 했고 질문을 받은 직원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3개 피면서 답을 대신했다.

이처럼, 제주 면세산업은 메르스 사태로 그 여파가 실로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주도 메르스 확진 환자의 접촉자로 추정되는 180여명의 공식적인 잠복기가 어제부로 끝났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제주 면세산업이 하루 빨리 이번 사태를 딛고 일어서 다시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길 바란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