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 "나는 몇 주 동안 더러운 청바지-셔츠-티셔츠를 입고 트레이닝 슈즈를 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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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포드 "나는 몇 주 동안 더러운 청바지-셔츠-티셔츠를 입고 트레이닝 슈즈를 신고 있었다"
  • 박홍규
  • 승인 2020.09.1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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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FORD SPRING/SUMMER 2021  [박홍규의 딴지딴짓]

코로나19-2.5 단계 중에 나는 재택 근무를 해야 했다. 몆 주 동안이나 같은 더러운 파자마와 셔츠, 그리고 줄담배를 피며 피아노 위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려야 했다...매일 거의, 20시간 가까이 YTN과 긴급재난문자, 네이버와 보도자료를 반복해서 보다가 지치면 NGC나 히스토리 채널 다큐를 계속 봤다.  2.5 단계가 조금 완화되면서 5명 이내의 친구들과 만나 막걸리라도 한 잔 할 수 있게 됐다.

그런 금요일 오전, 바다 건너 LA에 살고 있는, 옷과 안경을 만든다는 사내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번역본이 보도자료를 통해 날아들었다. 그렇다, 나는 구라파 비슷한, 구파발에 산다. 톰이라는 이름은 톰과 제리처럼 친숙하다. 포드도 지구에서 제일 유명한 성이다. 그도 나처럼 사는구나... 전전긍긍하면서. 그가 만들었다는 옷을 보니 행복하다. 입을 수 없고, 살 수 없지만...무엇보다 그의 컬렉션 보도자료가 명문이다. 전문을 옮겨본다. 새옷도 소개해본다 - 박홍규 

내가 이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엄격한 락다운(Lockdown) 상황에 처해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유행 중이었고, 사회의 불안함이 매일 뉴스에 만연하게 보도되고 있었다. 나는 몇 주 동안이나 같은 더러운 청바지, 셔츠, 티셔츠를 입고 트레이닝 슈즈를 신고 있었다. 수개월 동안 집에 머물렀다. 줌(Zoom)으로 미팅을 한다는 건 일어나서 씻고, 수염을 좀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중대하고 혼란스러운 일들이 우리의 세상을 뒤흔들고 있을 때, 나는 컬렉션을 디자인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패션 그 자체가 매우 사치스러운 것 같아 보였다. 어느 것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영감을 얻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탈리아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나의 샘플 룸은 몇 달간이나 문을 닫은 채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내가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되더라도 컬렉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실치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봄에서부터 여름까지 계속되었고, 우리는 모두 세계적인 불황[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을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시즌을 아예 건너뛰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누구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옷이 필요할까? 오피스에 나가 출근할 수가 없다면, 새 수트가 필요할까? 저녁 식사나 파티가 없다면, 과연 새로운 드레스가 필요할까? 힐 또한 매우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였다. 새로 산 힐을 신고 아파트 주변을 걷거나, 보석으로 장식된 플랫폼 힐을 신고 집에서 아이들을 홈 스쿨링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난 마치 패션계가 1년 동안은 동면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끔찍한 전염병이 계속되고 사회적인 불안이 더욱더 심란해지면서, 매일 24시간 하루 일과는 CNN과 MSNBC 뉴스를 반복해서 보는 것으로 계속되었다. TCM 클래식 무비 채널을 통해 오래된 할리우드영화들을 보거나, HGTV 채널에서 공간 리모델링을 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보는 일이 나에게는 모든 삶의 고민들을 잊게 했고, 부엌에는 외딴섬을 만들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LA에서 완전한 락다운 상태가 조금 완화되자, 엄격한 사회 거리두기 상태를 유지하며 나는 한 번에 2명 이상의 친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조금은 세상이 격식을 갖추어 감을 느꼈다. 여전히 평범하지만, 옷을 갖추어 입기 위해 노력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고,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다. 카프탄(Caftan) [그렇다, 나는 LA에 살고 있다.]이나 심플한 드레스, 플랫 슈즈가 길에 보였고, 변화의 시작을 작게라도 느낄 수 있었다. 남성들 또한 같았다. 그들도 깨끗한 셔츠, 멋지게 커팅 된 팬츠를 입고 싶은 것 같았고, 정말 씻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기나긴 터널의 끝에 빛이 보였다.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희미하게 보이는 상상의 빛이 있었다. 나에게 있어, 컬렉션이 바로 그런 의미다. 더 행복한 시간의 희망. 여전히 같은 일상을 살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우리를 웃게 만드는 옷이 필요하다. 옷은, 우릴 행복하게 해 준다. 

#TOM FORD SPRING/SUMMER 2021

지난 6개월간 보았던 수백 개의 TV 쇼, 영화들 중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안토니오 로페즈(Antonio Lopez)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이 영화는 수 년 전에 개봉되었지만, 한 번도 볼 기회는 없었다. 이는 훌륭하고, 영감을 주는 영화였다. 나는 1970년대의 모델 팻 클리블랜드(Pat Cleveland)나, 돈나 조던(Donna Jordan)의 미소에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 약, 에이즈가 활발했던 그때는 모든 걱정이 없는 시대와 같아 보였다. 과거 팻 클리블랜드와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의 에너지가 나를 가슴 뛰게 했다. 우리는 새벽 2시에 촬영을 끝냈고, 촬영장에서의 두근거림을 가라앉히고 잠이 들기까지는 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밤새 코카인을 한 것 같았다. 팻의 에너지가 영감이 되었다. 그녀는 기쁨을 주었고 명랑했으며,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그녀의 70년대의 화려한 메이크업 또한 영감이 되었다. 꾸미지 않고, 지저분한 머리와, 나쁜 조명 속에서 줌 속 사람들을 몇 개월에 걸쳐 바라본 것이 나를 더욱 간절하게 했던 것 같다. 모델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보고 싶었고, 풀 메이크업이 된 입술로 짓는 미소를 보고 싶었다. 나는 기쁨과 행복의 표현으로 이 컬렉션에서 비비드한 메이크업을 선택했고, 청바지와 티셔츠 대신 지금 당장 파티가 없더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화려한 럭셔리함을 보여주었다. 물론, 청바지와 티셔츠는 줌에는 아주 잘 어울리는 의상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슬프게도, 컬렉션을 발표한 지금 우리 세계에서는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사회적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을에 다시 기승을 부리기 위해 잠시 동안 멈춰 있는 것만 같다. 2021년 초반에는 백신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옷들이 봄/여름 시즌 매장에 도착할 때쯤에는 좀 더 희망적인 시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의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시대정신과 상황은 항상 패션에 영향을 끼쳐왔다. 나는 나의 옷이 희망찬 봄을 갈망하며, 클래식하면서도 여유로운,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하는 옷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즐겁게, 행복하게 입을 수 있는 그런 옷. - 톰 포드 by TOM FORD

박홍규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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