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이재용과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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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이재용과 삼성'
  • 박주범
  • 승인 2020.10.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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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듣지 않는다'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을 일컫는 속담이다. 평소 거짓말을 밥먹듯 하거나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이런 저런 핑계와 변명을 입에 달고 사는 이를 지칭한다.

요즘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이 딱 이 꼴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이 진행 중인 지난 5월 6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본인의 아이들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며, 노동조합의 존재와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도 지탄 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이 부회장이 당시 직접 낭독한 말이다.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또 다른 사과를 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편법으로 국회 기자로 등록해 국회의원실을 방문, 로비했던 자사 임원을 비롯해 국회 출입증을 불법 이용한 직원 2명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이 내용과 함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데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가 사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날 한 켠에서는 삼성그룹 7개 계열사 노조가 국회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대국민 사과 뒤에도 삼성은 노사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존중하기는커녕 노사협의회와 임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정해 노조의 임금 교섭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노사협의회는 노조를 고사시키는 작업에 이용되는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계열사에 재직하고 있는 한 직원은 "해마다 노사협의회의 간부가 되기 위해 내부 직원들이 치열하게 움직인다. 여기 간부가 되면 이후 거의 승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사협의회가 '어용 노조'라 의심받을 만한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사과로 돌아가보자. 사과 내용의 핵심은 '임원과 직원의 (충성심에서 나온) 개인적인 일탈 행위일뿐 회사와는 전혀 무관한 사건이라 발뺌하면서 '꼬리자르기'를 공식 천명함'으로 해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기소 여부를 앞두고 이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삼성의 속내야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바라본 사과의 목적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내려질 사법적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검찰은 9월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 등 11명에 대해 부정거래·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삼성 임원의 개인적인(?) 일탈은 지난 7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 꼬리가 밟혔다. 이 임원은 자사 경영진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된 후 추석연휴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의원실을 방문했다. 이 점을 의아하게 여긴 류의원실의 조사를 통해 그의 편법 행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 부회장이 확약했던 내용들 중 무엇 하나 지켜지고 있는 것이 없다. 삼성은 현재 법을 어기고 있고, 편법에 기대고 있으며, 윤리적으로 지탄 받고 있다. 노사관계 법령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노조는 노동3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또 다시 양치기 소년이 돼가고 있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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