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 11번가, 영세상인위한 대출?...결국 '정보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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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 11번가, 영세상인위한 대출?...결국 '정보 장사'
  • 박주범
  • 승인 2020.10.2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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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11번가가 중소영세 판매자들을 위해 선보인 대출상품이 결국 판매자들의 정보를 금융회사에 판매하고 이익을 취하는 형태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에 SK텔레콤과 11번가, 그리고 현대캐피탈은 '11번가 이커머스 팩토링'이라는 대출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대출 대상은 오픈마켓 11번가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중소영세 판매자들이다.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대출은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 평가에 활용하여 중소 판매자들에게 대출한도 상향 및 이자 절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영세한 판매자들을 위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덧붙여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경우, 매출 규모가 작고 담보와 신용도가 부족해 제도권 금융사를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쉬워 개인 신용 등급이 높아도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긴급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점을 꼽으며, 금리는 시중 유사 대출과 비교해 최저라고 밝혔다.

대출 심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SK텔레콤과 11번가는 "매출, 정산, 주문 취소, 반품 이력, 구매자 리뷰, 고객 응대 정보 등을 분석하여 새로운 '셀러 스코어’를 개발했다"며, "이 스코어는 기존 금융 정보 기반의 신용 등급과의 상관도가 낮아 독자적인 변별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11번가에 따르면, 이 상품의 금리는 연 최저 5.8%~24%(법정최고이자율)이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최저 4.9%~23.9%이다. 

판매자들의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세 판매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커머스 팩토링의 금리가 기존 신용대출 금리보다 약 1% 정도 더 높다.

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신용대출 설명 페이지 일부
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신용대출 설명 페이지 일부

다른 이커머스 기업이 판매자들과 제1금융권을 연계해주는 대출상품은 금리는 연 4.8%이다. 제1금융권, 즉 시중은행은 자본조달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유사한 제2금융권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통상 더 낮은 편이다. 현대캐피탈이 제2금융권이라 금리가 더 높을 수 있으나,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또 다른 제2금융권 금융회사의 대출상품 금리는 연 5.5%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대출상품의 금리가 높은 것이다.

만약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판매자라면 11번가와 SK텔레콤의 대출상품 이자가 다른 유사대출과 비교하면 10~15% 더 높게 된다. 최저 금리를 적용해 영세 판매자들을 돕는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제도권 금융사의 대출상품들 중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보다 이 상품의 금리가 높은 이유는, SK텔레콤과 11번가가 현대캐피탈로부터 대출상품 중개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대출이 이루어질 때마다 1% 전후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는 것은 맞다. 다만 현대캐피탈과의 계약 내용이라 수수료가 1%인지 정액으로 받는지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11번가도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지만 정확한 요율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대출상품의 구조와 심사 요소, 수수료 수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결국 SK텔레콤과 11번가는 판매자들의 정보를 캐피탈사에 판매하고 이익을 취하는 형태다. 신용정보판매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은 판매자들의 대출 연계에 따른 운영, 유지 비용 등을 고려한 것으로 (중개수수료로) 큰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오픈마켓 기업의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대출을 중개해줬다고 해서 받는 수수료는 없다. 단순히 연결만 할 뿐"이라고 전했다.

11번가의 한 판매자는 "자금 융통 차원에서 이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평소 상당한 판매 · 광고수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은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이자를 더 낮게 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SK텔레콤, 11번가, 현대캐피탈 홈페이지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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