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빛과 그림자' [정영수의 世上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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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빛과 그림자' [정영수의 世上萬事]
  • 박홍규
  • 승인 2020.11.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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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I got you'는 ‘가차(gotcha)’라는 연음(連音)으로도 읽는다. 술래잡기할 때 '잡았다!'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너, 딱 걸렸어!”라는 뜻으로도 쓰여, 특정인의 사소한 말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삼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꼬투리 잡기 저널리즘'이라고나 할까.

가차 저널리즘은 “손 좀 봐주자”는 그릇된 의도로 취재하고 편집하는 흥미 위주의 보도를 뜻하기도 한다. 학술용어로 자리매김한 가차 저널리즘은 언론매체에서 내용을 자신이 의도하는 쪽으로 편집하는 경우인데, 주로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사의 사소한 말실수 등이 ‘먹잇감’이 된다. 최근 가차 저널리즘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가차 저널리즘의 보도 형태는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 일부 보수 언론들이 후보자의 정책은 외면하고, 오로지 제스처와 말실수만을 부각하면서 비판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방송과 인터넷 언론은 격정적인 연설 장면을 의도적으로 편집하여 유권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작은 말실수를 빌미 삼아 정치생명을 위협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무릇 저널리즘이란, 매스미디어(Mass media)를 통해 공공적인 사실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보도하고 논평하는 활동이다. 저널리즘은 특히 시사적인 사안에 대한 보도, 논평 등을 사회에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고, 왜곡되거나 편향된 보도를 지양함으로써 뉴스의 수용가들의 사회활동에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진보와 보수 언론 간의 양극화가 심화하면 국민들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언론이 중대한 사건이나 이슈를 전달하면서 각 부분을 고립시켜 사소한 것을 중요하게 인식시키게 만든다. 가장 큰 폐해는 정치인들을 부정적으로 인식시키고 희화화하여 정치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마 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도 그렇다.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같이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본질적인 내용보다 후보자의 득표 전략이나 우열에 대한 여론조사 같은 흥미 위주의 내용만을 집중 보도하는 저널리즘이다. 마치 객석에서 경마를 구경하듯 후보자들의 득표 상황에만 매달려 선정성(Sensationalism)의 논란에 휘말리기 쉽다.

언론이 선정적 보도로 매도당하기 시작한 건 1890년대에 미국 뉴욕에서 발간된 '월드(World)'지와 '저널(Journal)' 사이에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 낙인찍힌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다. 흥미와 오락 위주의 첫 일요판에서 퓰리처는 '뉴욕월드'에 황색 옷을 입은 소년(Yellow Kid)을 등장시켜 상업성에만 치우쳤다는 ‘옐로저널리즘’이란 말이 탄생했다.

고약하기로는 ‘하이에나(hyena) 저널리즘’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무작정 쓰고 보자는 식으로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달려드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일러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먹잇감을 찾아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면 계속해서 물어뜯는 것이다.

무책임하기로는 파라슈트 저널리즘(Parachute Journalism)이다. 용어를 직역하면 ‘낙하산 언론’이라 풀이되는데, 흔히 현지 사정을 잘 모르면서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 들은 풍월에 따라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하는 형태를 이르는 말이다.

언론의 선정성과는 별도로 ‘가짜뉴스(Fake News)’가 사회적 논란거리다. 때론 진실보다 훨씬 더 정교한 가짜뉴스는 두말할 나위 없는 범법행위이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칼럼니스트 정영수 님은 전국 편집기자들의 모임인 한국편집기자협회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군대에서는 미군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중앙일보 입사 후 평생 언론인의 길을 걸었고, 중앙일보 편집부국장을 지냈다. *이 칼럼은 포천좋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김승태 에디터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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