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Free!] 보스의 지시에 '노(NO)!'라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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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Free!] 보스의 지시에 '노(NO)!'라고 해보자
  • 박주범
  • 승인 2020.11.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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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018년 2월의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고 밝혔다. 또 대납 결정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승인이 있었다는 진술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노(NO)’라 말하고 다스 소송비를 대납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현실성 없는 가정이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최근 구속된 MB 판결에 분명 적잖은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삼성에 대한 여론 악화와 검찰 수사도 그렇게 거세게 불붙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에 가담한 임직원들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직원이 단독으로 의사결정 했을까? 누군가는 지시하고 누군가는 지시사항을 실행했다. 상사의 지시에 노(NO)라고 하면 찍히거나, 아무리 심해도 인사 불이익 정도만 받겠지만, 불법적인 지시에 ‘예스(YES)’라고 하면 범죄자가 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예스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량(?) 1위의 덕목이다. 조직에서 매끄럽게 ‘윗분’의 지시에 불복종하는 방법은 없을까. UCLA 마누엘 스미스 박사는 “조금만 뻔뻔해 지면 인생이 즐겁다. 거절하고 또 거절하자”고 한다. 서울대 곽금주 심리학 교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절의 불편함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노(NO)는 생산성 이전에 생존을 위한 필수 덕목이다. 뛰따라 오는 사자에게 톰슨가젤이 '예스'라고 하면 잡아 먹힌다. 우리는 노(NO)라고 해야 할 때 반드시 노(NO)라고 해야한다.

그렇다고 상관의 지시를 대놓고 노(NO)하는 참모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다. 크게 성공한 2인자들은 '예스(YES)'를 먼저 하는 방법을 자주 쓴다. 예스를 먼저하고 노를 위한 '시간'을 번다. 

"보스의 지시를 존중합니다" = 예스! 

"보스의 지시에 가장 효과적인 액션플랜을 위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겠습니다" = 예스! 

"단, 시간을 주십시오. 3일 동안 검토하고 제 의견을 보고하겠습니다" = 당장 하는 것에는 노(NO)!

이름 붙이자면, '예스예스노' 전략이다. 지금 당장 답하는 법은 없다. 시간을 활용한 되치기, 시간차 노(NO)를 통해 보스의 권위도 살리고, 나도 지키는 것이다. 

지시에 바로 움직이는 빠릿빠릿한 부하는 소중하다. 하지만 상사의 오판을 막아 주는 부하는 더 소중하다. 해서는 안된다는 확신이 드는 지시를 예스하는 것은, 자신과 상사, 나아가 조직 전체를 불행하게 하는 첩경이다. 

미 대선이 끝났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해서는 안되는 일을 지시하거나 그 지시에 '빠릿빠릿'하게 예스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글. 이인상 칼럼리스트. 항상 세상과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현재 문화미디어랩 PR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LG그룹 • 롯데그룹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dalcom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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