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일상] 북방 참치? 대서양 참치? 가두리 참치? 마트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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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일상] 북방 참치? 대서양 참치? 가두리 참치? 마트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
  • 민병권
  • 승인 2020.12.02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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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이벤트? 단지 미끼?
준다는 240g은 어디에?

최근 시중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달 26일부터 7일간 참다랑어(참치)를 반값 수준의 가격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참치회를 평소 즐겨찾는 고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국내 포털과 언론들도 이 마트가 진행했던 랍스터 대게 행사에 이어 참다랑어 반값 이벤트를 앞다투어 알렸다. 2일은 행사 종료일이다.

한 대형마트의 지중해산 참다랑어 50% 할인 행사

대형마트가 7일간 진행한 지중해 참다랑어(이탈리아産)는 '축양' 방식으로 양식된 참치다. 축양이란 어린 참치를 자연에서 포획해 가두리 양식으로 기른 것을 뜻한다. 마트는 행사상품에 '북방 참다랑어'란 타이틀을 달았다. 하지만 원산지와 가격을 표시한 상품정보 스티커와 홍보전단 어디에도 북방 참다랑어란 표기를 찾을 수 없었다.

굳이 서식지별로 살펴보면, 행사 상품을 북방 참다랑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참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산을 북방 참다랑어로 부르는 것은 의아할 일이다. 통상 일본 오오마산과 세계에 몇 안되는 지역에서 포획된 참다랑어만을 북방으로 인정한다. 축양방식의 지중해산은 그냥 참다랑어 내지는 대서양산으로 분류한다.

얼마 전 도쿄 참다랑어 경매에서 오오마산 북방 참다랑어가 34억 70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이렇듯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생선이니 함부로 '북방산'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대형마트가 말한 북방 참다랑어의 정체는 무엇일까? 서식지별 참다랑어 분류는 크게 북방 · 남방 · 대서양 참다랑어로 분류한다. 이 중 대서양 참다랑어는 북방 참다랑어의 아종 또는 이종이며, 별도로 분류하지 않는 추세다.

참다랑어 서식지 지도를 보면, 이탈리아산 지중해 참다랑어는 북방보다는 대서양 참다랑어로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하지만 북쪽에서 자라 '북방'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다.

노란 점 : 참다랑어 서식지
노란 점이 참다랑어 서식지다. 빨간 원 지역이 이마트 행사에 쓰인 참다랑어 원산지이다

'대서양 참다랑어'라 부르고 싶은, 북방 참다랑어 반값 세일 내용을 더 살펴보면 행사의 모호함과 애매함이 계속된다.

정치망이나 낚시로 잡은 자연산도 아닌 축양 방식 참치 할인행사에 주변이 열광한 이유가 궁금해 지난 1일 해당마트 매장에서 참다랑어를 구매했다.

참치는 매장 입구에서 나눠준 전단 이미지나 언론에 보도된 사진과는 너무 달랐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인데 미끼를 문 느낌이었다. 홍보 사진은 두 부위의 차이가 분명한 것에 비해 실제 구매한 모둠회와 뱃살회는 구별이 되지 않았다.

매장 입구 행사 이미지 컷
240g 포장 중량을 표기한 해당마트의 행사 전단지
실제 구매한 1만 6900원짜리 참다랑어 모둠회
실제 구매한 2만 4900원짜리 참다랑어 뱃살회

기자가 매장 직원에게 "차이가 느껴지세요?"라고 물었다. 그 직원은 "전 잘 몰라서요. 그런데 비슷하네요"라고 답했다.  

이 대형마트는 지난달 25일 행사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반값 수준에 선보인다'고 홍보했다. 과연 그렇까? 한 인터넷쇼핑몰에서는 행사 상품과 동일 원산지인 이탈리아산 참다랑어 1kg을 9만 9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240g 내외를 2만 4900원에 팔고 있는 해당마트는 제값을 다 받고 있었던 것이다.

신세계 SSG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동일 생산지 참치 가격 (사진=SSG몰 캡쳐)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동일 생산지 참치 가격 1kg 기준 99000원 (사진=해당 쇼핑몰 캡쳐)

 

이마트 행사 상품 안내
해당마트 행사 상품 안내

구매할 때 이상한 점도 발견했다. 참치 작업실에 저울이 보이질 않았다. 숙련된 작업자는 눈대중으로 정확히 240g의 참치를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이 보는 앞에서 저울을 재는 일은 '신뢰'의 문제다. 

아니나 다를까. 모둠회 1팩과 뱃살회 2팩에서 참치만 따로 무게를 재보니 3팩 모두 200g 이었다. 애초 선전했던 240g과는 40g 차이가 났다. 약속했던 중량보다 무려 17%나 적었다.

구매한 상품 팩은 모두 200g 내외였다
구매한 3팩에서 포장을 제외한 참치 중량은 모두 200g 내외였다. 참치를 올린 접시 중량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마트에서 회를 썬 후 집 저울로 재기까지 수분이 빠진다손치더라도 마트에서 집에 오는 시간에 40g이나 수분이 날아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해당마트는 행사 당시 참다랑어 15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17% 중량 미달율로 계산하면 2.55톤이며, 이를 200g으로 포장해 판매하면 1만 2750팩이다. 1팩 1만 6900원을 적용하면 약 2억 1547만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미끼에 낚여서 다른 것만 사고, 대신 광어회 샀네요." "대기업 장난질에 또 낚였네."

이 참치 행사에 대한 일부 온라인 댓글이다. 참치가 머 거기서 그거 아니냐고, 누군가 핀잔을 준다면 할 말이 없다. 늘 선보이는 마트 행사 상품에 큰 기대는 없었지만, 참치맛이 참치맛스럽지 못했다는 것에 또 한 번 씁슬하기만 하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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