罪죄와 罰벌 [변호사 비무의 달빛물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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罪죄와 罰벌 [변호사 비무의 달빛물든 이야기]
  • 박홍규
  • 승인 2020.12.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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罪죄와 罰벌. 도스토프예스키의 저명한 소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은 그 한자에 관하여 본다. 개인이 일탈하여 사회에 해가 되는 경우 사회는 그 유지를 위해 개인의 행위를 죄라고 하여 제재를 가하는데, 그 제재가 벌이다.

罪(허물죄)와 罰(벌줄벌)의 부수는 모두 罒(그물망)이고, 모두 회의자이다. 罒은 网(그물망)의 와자로, 그물을 그린 것이다. 지금도 물고기를 잡거나 범인을 잡는 등의 행위를 할 때 '망을 치다' 포위망을 치다' '망을 쳐라'고 표현하는데, 이때의 망은 그물이다. 이를 줄여 말하겠다고 '망치다' '망쳐라'고 쉽게 말하면 안 된다. 이는 '亡(망할망)치다'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罪는 본디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대나무로 만든 그물을 뜻하였고, 본디 범죄의 뜻으로는 辠(허물죄)라고 썼다. 그런데 辠의 모양이 皇(임금황)과 비슷하다고 하여 진시황이 辠를 못 쓰게 하는 대신 罪를 쓰게 하였고, 이때부터 그물의 의미는 없어지고 범죄의 뜻으로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럼 왜 辠 대신에 罪를 쓰게 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辠와 罪의 음이 같았기 때문이라는 설문해자(說文解字: 중국 후한 시대에 허신이 편찬한 총 15편의 자전)의 주(註)가 있지만, 실제 辠는 금문의 형태가 전해지지만 罪는 소전체부터 존재하는 점에서 보아 罪는 辠보다 후대에 만들어진 글자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여담으로 辠는 코의 상형인 自(자)와 형구(刑具)인 辛(신)을 결합해 고대에 죄인의 코를 베는 잔혹한 형벌을 나타내는 글자라고 한다. 그럼 辛(매울신)은 또 무엇인가? 辛은 옛날 죄인의 얼굴에 문신을 새겨 넣거나 벨 때 쓰던 칼을 그린 것이다. 이에 辛은 고통을 뜻한다. 辛은 辯과 辨에 관한 글에서 다시 본다.

罰은 詈(꾸짖을리)와 刀(칼도)의 합성어이다. 비무는 이를 '잘못한 것에 대해 칼로써 꾸짖는다'라고 해석한다. 여기서의 칼은 엣 형구인 칼을 의미하기도 하고, 강제 내지 제거의 의미를 가지고도 있다. 서양에서의 정의의 여신 디케(DIKE)가 칼을 들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또 法(법법)의 去자를 생각해보라. 去는 '갈거'가 제1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버릴거, 없앨거'의 제2의 뜻으로 사용된다. '칼을 들고 욕하고 협박하면 벌받는다'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자도 있다.

#변호사 '비무'는 '디케가 눈을 뜨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석양 전에 나는 것은 모두 불가한가?'라고 의문하며 오늘도 서초동에서 사랑과 일 간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법률가이자 글쓰는 사람이다.  

편집 박홍규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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