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Free!] 블루존의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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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Free!] 블루존의 백신
  • 박주범
  • 승인 2021.01.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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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새해가 밝았다.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친구 얼굴 볼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좀 춥지만 자전거 타고 나가 옥수동 시민공원에서 두 명의 오랜 벗을 만났다.

새해 덕담을 주고 받았다. 서로 복을 받으라고 아우 먼저, 동생 먼저 하다보니, 서민들이 받을 복이란 게 빤해서 부동산, 주식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다 정치 이야기까지 휘말리고 말았다. 

정치는 일기장이나 페북 따위에, 그것에도 성이 안차면 청와대게시판에 각자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곤혹스러운 신년 정치토론이 진행자도 없이 시작됐다.

"월급 따박따박"  

"빚내서 임대료"

"위선자와 들러리들"

"공감 절벽"

"일x?"

"대깨x?"

맙소사 "x라도! x상도!"

서로에게 겨누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뾰족한 말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시간이 다소 지나 괜시리 벗에게 얼굴 붉힐 수도 있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마스크를 고쳐 쓰고 화제를 가족, 운동 이야기로 돌렸다. 함께 지내 온 시간과 그 만큼 쌓은 사교의 내공이 친구간 상처 내는 것을 막은 셈이다.

집으로 돌아 오면서 자전거 핸들을 다시 꽉 잡았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약을 올려도, 아무개 정치인이나 정당이 맘에 안 들어도,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걸 잃지 않도록 꽉 잡아야 한다. 나와 서로의 마음을 지탱해 준 그 사람들을 다시 꽉 잡아야 한다.

랜선 톡방마다 곧 보자는 말들이 공(空)약이 되어 몇 달씩이나 멋쩍게 떠 다니고 있다. 안보면 오해도 생긴다. 힘들 때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라고 남 탓을 해버리면 마음은 편할 때가 있다. '이게 다 이모씨, 박모씨, 문모씨, 윤모씨 때문?'...이런 말 하지 말자. 1년을 넘긴 감염병 피로도와 상실감을 ‘사람’을 향한 혐오와 비난으로 해소하지는 말자.

세계적인 블루존(건강마을) 이탈리아의 '사르데나'와 그리스의 '이카리아'의 장수 비결은 그 어떤 슈퍼 푸드가 아니고, 마을 사람 간 정서적 교류와 유대감이라고 한다. 사람이 보약이고 사람이 백신인 것이다.

떨어져 사는 가족 간에도 오고 가는 게 요즘은 쉽지 않다. ‘사람’보다 소중한 건 없다.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자. 지금!

글. 이인상 칼럼리스트. 항상 세상과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현재 문화미디어랩 PR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LG그룹 • 롯데그룹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dalcom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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