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변호사 '비무'의 달빛물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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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변호사 '비무'의 달빛물든 이야기]
  • 박홍규
  • 승인 2021.01.0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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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막걸리에 빠져 있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그래봤자 퇴근 뒤 저녁식사의 반주이고, 마셔봤자 1잔 또는 2잔. 한때 국순당의 '古고'도 괜찮았는데 구하기 쉽지 않았다. 홈플러스에서 '느린마을'을 한 번 사보고는 그 매력에 푹. 그런 '느린마을'이 주거 1층 '미니스톱'에 입고됐다.  

지난 주말 홍어회를 샀다. 홍어는 비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 아내와 아이들은 거의 먹지 않기에 살 때 망설여진다. 전라도 분들보다도 더 홍어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눈콧물 흘리면서 먹는 애탕도 마다하지 않는다. 푹 삭아 냄새가 과격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 미나리와 궁합이 좋다. 과메기도 미나리와 궁합이 좋다. 전라남도 음식인 홍어와 경상남도 음식인 과메기.

홍어를 먹다 보니 20년 전 추억이 내달린다. 관악구 신림9동(현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같은 독서실의 그룹 스터디 일행과 같은 식당을 이용했다. 10명 남짓. 어느 점심식사를 마치고 독서실로 돌아올 때 누가 "홍어의 '홍'의 한자가 무엇일까?"라고 문득 던졌다. 머리 꽤나 쓴다는 고시생 무리는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홍어는 넓고 붉고 큰 모습의 홍어목 가오리과이다. 사람이 널브러진 모습 같기도. 마치 웃음 짓는 듯한 홍어를 보면 성품 좋은 사람의 미소 같기도. 예상대로 1설은 洪넓을홍 주장이고, 2설은 紅붉을홍 주장이다. 무리는 저마다의 논거를 대면서 洪파와 紅파로 나뉘었다. 백날 논한들 무의미하기에 또 다른 누구의 제안으로 식당 - 독서실 동선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2명이 대표로 서점에 들어가 국어사전을 보고 나왔고, 김●● 형이 발표했다. 귀기울여 듣던 우리 모두 놀랐다. 洪도 아니고 紅도 아닌 弘클홍이라는 것. 듣고 보니, 음. 고조선 건국이념 弘益人間홍익인간의 이해가 좀 나아졌다. 이희승 박사가 감수한 민중서림의 국어사전으로 기억한다.

그때 추억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홍어의 '홍'의 한자가 무엇일까?"라고 물었다. 반응은 시큰둥. 하여 내기를 내걸었으나 홍어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한자를 거의 모르는 아이들은 여전히 시큰둥. 아내에게 눈을 돌리자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에궁, 결국 자문자답하였다.

그런데 홍어의 모습을 봐서는 '정말 弘만 맞는 한자일까?' 궁금하다. 네이버 검색한 결과, 지식백과와 국어사전 모두에서 洪과 紅으로 확인되고, 나무위키에서도 洪과 紅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弘은 어떻게? 그때 국어사전이 잘못된 것일까? 언어의 사회성으로 변한 것일까?

좌측이 암컷, 우측이 수컷이다

비무 생각에는 3개 다 맞는 것으로 보인다. 홍어는 넓기도, 붉기도, 크기도 하니까. 그런데 네이버 국어사전 「홍어(洪魚/䱋魚)」에서 䱋자를 처음 보았다. 䱋은 무엇인가? 䱋자에 커서를 대니 '곤이공 1. 물고기 뱃속의 알, 2. 홍어'라고 뜬다.

하여 집에 있는 두산동아의 현대활용옥편을 살펴봤다. 어라, '䱋'자가 없다. 이 글을 쓰는 블로그의 국한변환사전에도 없다. 옥편과 블로그 국한변환사전 모두 '곤이' 뜻으로 鯤곤이곤자를 안내할 뿐이다.

홍어는 막걸리와 궁합이 딱이다. 비무는 좋은 계절의 토요일 아침, 남한산성에 가곤 한다. 2시간 정도 산책하고 난 11시 무렵 식당 「숲속에서」에 가서 '참살이 남한산성 生 막걸리'와 더덕구이를 주문한다. '느린마을'보다 더 애정하는 막걸리이다. 더덕구이도 막걸리와 최고의 궁합이다.

남자에게 '홍어X같은'이라는 말은 절대 사용 금지이다. 영화 '넘버3', 배우 한석규의 대사에도 등장하는데 '차라리 고추를 떼버려라'라는 의미. 홍어는 암컷에 비해 수컷의 가격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부는 홍어를 잡자마자 암수 구별부터 하고는 수컷임이 확인되면 "차라리 고추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한다. 참고로 꼬리 부근의 생식기가 1개이면 암컷, 2개이면 수컷이다.

#변호사 '비무'는 '디케가 눈을 뜨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석양 전에 나는 것은 모두 불가한가?'라고 의문하며 오늘도 서초동에서 사랑과 일 간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법률가이자 글쓰는 사람이다.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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