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Free!] 짜장면 배달의 나비 효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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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Free!] 짜장면 배달의 나비 효과(3)
  • 박주범
  • 승인 2021.02.1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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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anva

코로나 영향으로 배달 음식 주문이 잦아졌다. 우리는 더 많은 플라스틱과 비닐을 뜯고, 벗기고, 버리게 됐다. 북극 빙하는 더 빨리 녹고 북극곰은 더 굵은 눈물을 흘린다. 

아침에는 커피를 마셨다. 텀블러를 가져가지 않으면 따뜻한 커피는 일회용 종이컵에, 아이스커피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담아준다. 카페에서 쓰는 종이컵은 액체에 젖지 않도록 내부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PE)을 바른다. 이 플라스틱 때문에 일반 종이로 분류할 수 없다. 종이 끄트머리를 찢어보고 코팅이 돼 있으면 재활용을 할 수 없다.

종이컵 전용 수거함이 종이함과 별도로 있어야 한다. 아파트에 그게 없다면 종이컵을 따로 모아 묶어서 배출하면 나중에 분류하시는 분들이 편하다. 종이컵 재활용률은 1.5%에 불과하다. 고급 종이가 대부분 소각되어야 하고 코팅된 PE 때문에 유해 가스까지 나온다니 두 번 억울한 일이다. 종이컵은 따로 모으자. 단, 이물질은 반드시 헹구고 버려야 한다.

우유팩은 더 고급 섬유라서 티슈를 만드는 펄프를 대신한다. 종이컵과 마찬가지로 일반쓰레기도, 종이류도 아니다. 아파트의 경우 우유팩만 모아서 배출하고, 단독주택에서는 종이류에 넣지 말고 다른 재활용품에 섞어 배출하는 게 낫다. 이때도 우유팩을 따로 모아 묶어 배출한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선별장에서 따로 선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주민센터에서 보통 우유팩 500ml 30개당 휴지 1개로 교환해준다.

케이크 상자 어떨까. 종이류일 것 같지만 찢어보면 얇게 코팅이 돼 있다. 역시 100% 종이가 아니다. 큰 케이크 상자도 10리터 종량제봉투에 버리려면 가위로 작게 잘라야 한다. 가만 보면 포장재, 종이 가방 등 코팅된 ‘짝퉁’ 종이가 너무 많다. 불필요한 포장은 재활용을 방해하고 쓰레기를 늘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질에 대한 규제가 없다. 기름기가 묻은 피자와 치킨 상자도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유사 종이(?) 말고도 난이도가 높은 분리 배출 아이템들은 즐비하다. 빨대는 폴리프로필렌(PP) 단일 소재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라 선별되기 어렵다. 명함, 칫솔, 볼펜, 병뚜껑 등도 워낙 작은 탓에 재질이 아무리 좋아도 선별할 수 없다.

보다 강력한 정책과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소주병 사례를 보자

2009년 제조사들과 환경부는 환경보호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소주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소주병의 디자인(초록색)을 통일해서 어떤 회사든 다른 회사의 폐기된 병을 재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하이트진로에서 2019년 4월 다른 모양과 색깔의 진로이즈백(하늘색)을 출시해버렸다. 다른 회사들은 폐기된 진로이즈백의 병을 재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존 초록색 병이 아니라고 해서 당국이 진로이즈백의 판매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정부는 올해를 '2050 탄소중립' 기반을 닦는 한 해로 만들겠다며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호응하듯 선언문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기차 보급도 좋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이 열심히 분리 배출한 종이,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이 소각되는 일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한다.

택배 박스를 표준화하면 어떨까? 배달 음식용 용기를 규격화하면 또 어떨까? 똑같은 규격으로 만들어서 어느 업체, 어느 업소나 돌려 쓸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예전엔 어느 중국집에서 시키든 초록색 멜라민 그릇에 짜장면이 담겨 나왔다. 요즘은 더 안전하면서도 안 깨지는 친환경 용기도 많이 나오는데 전국민이 똑같은 배달용 그릇을 쓴다고 해서 그게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일까? 

소주병 공용화 협약처럼 화장품통, 세제통, 생수 페트 공용화 협약은 왜 안되나? 진로이즈백처럼 '난 내 잘난 디자인 땜에 죽어도 공용화에 참여 못한다'고 하면 그 우격다짐에 합당한 세금을 (왕창!) 물리면 되는 것 아닌가? 국민 500밀리, 국민 1리터 통이 통일됐다고 빨갱이 소리 들을 일은 아니지않나. 

구글과 애플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RE100’ 선언을 했다. 화석연료로 만든 부품은 애플에는 단 한 개도 납품할 수 없다는 말이다. 수출에 의존해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탄소중립이 생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쯤 되면 환경 활동은 운동(movement)이 아니라 생명 유지를 위한 ‘호흡’(breath)이 아닐까.

글. 이인상 칼럼리스트. 항상 세상과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현재 문화미디어랩 PR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LG그룹 • 롯데그룹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dalcom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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