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에스티로더그룹’의 검은 가면
상태바
[단독]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에스티로더그룹’의 검은 가면
  • 김선호
  • 승인 2015.09.14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드시 조치”…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묵묵부답'
소비자의 알권리와 안전은 방기한 채 미봉책만 우수수

KakaoTalk_20150914_153657689

해외 유명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그룹(Estee Lauder Companies)이 유독 국내 소비자에게 야박한 이유가 무엇일까? 2008년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도입돼 소비자들은 제품 성분에 대해 알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그러나 내용량 50ml 이하 제품은 용기가 작아 모든 성분을 기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별도 사항을 두고 있다. 성분표를 대신해 이를 알 수 있는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를 적거나 모든 성분이 적힌 책자 등의 인쇄물을 판매소에 늘 갖추어 두면 되는 것. 그 중 에스티로더그룹은 오로지 ‘고객센터’만 안내한다. 해외에선 내용량에 관계없이 성분을 제품에 기재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고객센터’ 하나 툭 던져주고 ‘(소비자가) 알아서 알아봐라’는 식의 에스티로더그룹을 고발한다.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해도 성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기자의 취재과정에서 에스티로더그룹 브랜드 대부분이 해당됐다.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과 알권리가 직접적인 침해를 받고 있음에도 위법사항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는 “위법 사항이 아니면 규제할 방도가 없다. 성분 안내에 대한 방법은 기업이 택할 문제다”라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굳이 소비자는 불편해도 ‘고객센터’에 다시 연락해 성분표를 받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귀찮은 프로세스를 견뎌낼 수 있을까? 소비자의 알권리와 안전을 위해 도입된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의 목적과 대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화장품은 기능성 제품일수록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특히 유해한 성분이 다수 포함될 경우 피부에 직접적으로 접촉·흡수되기 때문에 성분 안내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뿐 아니라 소비자 문의에 즉각 응답해야 되는 의무이기도 하다. 단지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해야 되는 가벼운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 및 해외 브랜드 ‘랑콤’이 성분 안내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브랜드의 매장에서 성분을 문의하면 판매 중인 제품임에도 포장 내에 구비된 ‘성분 안내표’를 꺼내서 보여준다. 또한 ‘랑콤(LANCOME)’은 내용량에 관계없이 전성분이 한글로 표기된 라벨을 부착해 소비자가 성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현행제도의 사각지대와 ‘에스티로더’의 불편한 성분 안내를 지적한 ‘에스티로더, “성분 알려면 제품 구매해”’라는 기사가 첫 게재됐다. 그러자 L백화점 ‘에스티로더’ 브랜드 매장의 판매원은 “기자가 돈을 노려 악의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말했다는 제보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에스티로더그룹의 기업 홍보·커뮤니케이션 이지원 이사는 “기사를 통해 소비자의 불만에 대해 알게 됐다. 반드시 조치를 취하겠다”며 한국면세뉴스와 3가지를 약속했다. 첫 번째는 10월 둘째 주까지 제품의 내용량 관계없이 전성분 표시 라벨 부착 및 소비자 안내문을 홈페이지 게시할 것. 두 번째는 라벨 부착 전까지 소비자 문의 시 매장에서 바로 성분 안내 및 이를 위한 직원 교육 실시. 마지막으로 L백화점 ‘에스티로더’ 브랜드 매장 직원의 악성 발언에 대한 사과다.

그러나 미봉책에 불과한 당장의 약속이었다. 반드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해당 기자에게 후속 취재 및 보도를 하지 말라는 요구뿐이었다. 엄연히 기자의 임무를 방해하는 사항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라는 네임 밸류를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생각뿐이었을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지금의 상황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당장의 불을 끄자는 심정으로 더 큰 불을 초래한 꼴이 됐다.

진정한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의 신뢰에 기반한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지탱하는 매체와의 약속은 그 신뢰를 담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티로더그룹은 오로지 ‘말’에 갇힌 가면을 쓰고 있다. 그 가면을 벗고 소비자의 알권리와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때에만 그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소비자는 무너진 신뢰에 대한 에스티로더그룹의 응당한 조치와 마땅한 소비자 권리에 대해 요구하고 있으나 에스티로더그룹은 여전히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