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만남에는 동의하지만 "의제를 사전에 조율해야지만 이 대표와 만날 수 있다"는 조건부 만남을 이 대표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무를 거부하고 전국 순회 일정에 들어간 이 대표는 제주시 한 카페에서 3일 오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윤석열 후보와 얘기할 의사가 있다"며 "선거 캠페인, 갈등상황을 풀어나가는 방식까지도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에서 저희 관계자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하면서, 의제를 사전에 조율해야지만 만날 수 있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에 대해서 굉장한 당혹감 느낀다"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의제를 사전에 조율하지 않아서 만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걸 왜 사전에 제출해서 검열을 받아야 하는지 문제의식이 든다"며 "당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 검열을 거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현재 빚어지고 있는 윤 후보와의 갈등의 유책이 전적으로 윤 후보에게 있음을 이번에 또 한 번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윤 후보와 만나 당 대표와 후보 간의 합의에 따라 결정된 사안들이 어떤 (나에게) 통보도 없이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수였다"며 "윤 후보의 핵심 측근에 대해 특정인을 저격해서 내치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캠페인 등 갈등상황을 풀어나가는 방식까지도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며 "저는 윤 후보가 무한책임을 진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왔다"며 "후보가 결정하는 것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지만 저지한 적은 없다"라며 현재의 갈등 상황에 대해 윤 후보 책임론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수정 교수 임명과 관련해서도 윤 후보가 임명 의지를 밝힌 데 대해서는 "임명하시면 되지만, 내가 반대 의견을 남겼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주시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이 교수 임명과 관련해 "메디컬 페미니즘을 가르쳐 주겠다"고 언론 질의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본인을 겨냥했다고 해석한 부분도 있다. 이 대표 "도대체 얼마나 후보 측이 기고만장하면 당 대표에게 가르쳐주겠다고 하고 있나"라며 윤 후보의 독단적인 언행을 지적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의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이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데도 누구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며 " 당내에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거듭 '윤핵관'을 직격했다.
이 대표는 3일째 제주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음 행선지로 '울산행'을 밝혀 이날과 4일 사이에 제주 일정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3일 오후 2시 40분경 윤 후보는 돌연 당사 후보실을 출발하며 "이준석 대표님을 뵙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혀 당내 불거진 대표와 후보 간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에 들어간 것 아니냐란 정치계 해석이 전해지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제공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