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픽앤픽' 유한울 대표, "렌탈 편리함 넘어 세상을 바꿀 것"
상태바
[인터뷰] '픽앤픽' 유한울 대표, "렌탈 편리함 넘어 세상을 바꿀 것"
  • 박주범
  • 승인 2022.01.24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렌탈하면 생각나는 것?

우선 제주도 렌트카가 떠오른다. 정수기, 침대, 비데, 공기청정기, 미술작품, 음식물처리기, 명품 백, 헤어 드라이기, 골프채, 스마트 워치 등등.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 보면 바로 빌릴 수 있는 수 십 품목을 1분도 걸리지 않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전에는 물건은 사고 싶은데 목돈이 없을 때는 할부를 애용하기도 했다. 일부 무이자 할부도 있지만 비싼 할부 이자가 아까워 물건 값을 모두 모을 때까지 구입을 참으셨던 아버지, 어머니들이 많았다.

지금 세상은 '렌탈할 수 있는 것'과 '렌탈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물건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설마 이런 것도 빌려서 쓸 수 있을까?'하는 물건도 여지 없이 렌탈 항목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 갤럭시 워치는 하루 900원이다. 부쉬넬 골프 거리측정기는 3900원이면 하루 라운딩에 동참할 수 있다. 애플 아이패드는 2000원, LG LED 마스크는 2000원이다.

어라운더블 유한울 대표

생활용품 렌탈 서비스 '픽앤픽'을 운영하는 기업 어라운더블의 유한울 대표는 "렌탈하거나 대여할 수 있는 품목이 많은 듯 보이지만 이를 경험한 소비자는 극히 일부다. 그런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시장이 바로 렌탈시장"이라고 말했다.

사회 첫 발을 디딘 이후 공유경제라는 키워드에 꽂혔다는 유 대표는 "공유경제에서 가장 기본은 '안전하게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 바로 핵심"이라며, "처음 시작한 분야는 C2C 렌탈이었는데 쉽지 않음을 이내 깨달았다"며 서로 믿을 수 있는 '신용도' 문제에 봉착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아무래도 개인이 쓰고 있는 물건을 다른 이웃에게 빌려주는 개인간 거래이다 보니 서로에게 적합한 신용을 담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노트북에 흠집이 나면 빌려주기 전인지, 빌린 후인지를 판단하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이는 지금의 픽앤픽 모델을 전개한 계기가 됐다. 빌려주는 물품을 제조사나 공급사로부터 새 것을 직접 공급 받고,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하루부터 일정 기간 빌려주는 비즈니스다. 회수한 물품은 새 것처럼 손질해서 다음 소비자 손에 전달하는 프로세스다.

생활의 편리함은 넘어 세상을 바꾸고 있는 스타트업 어라운더블의 유한울 대표를 지난 17일 서울 문정동에서 만났다.

Q. 사이트를 둘러보니 예상보다 렌탈비가 저렴하다.

A. 공급사들부터 저렴하게 물건을 받고 있으며, 그 대가로 실사용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제조사나 공급사들은 본인들의 제품 사용 데이터나 후기 등을 얻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쇼핑몰의 상품평은 짧은 시일 내 1회만 작성할 수 밖에 없어 너무 단편적이고 그 한계가 분명하다. 또한 부모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등의 구매자와 실사용자간의 괴리감도 있다. 어라운더블은 가장 현실적인 실사용 정보를 공급사에 제공하고 있다.

Q. 렌탈한 제품에 흠집이나 고장 등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상을 청구하는가.

A. 지금까지 거래에서는 그런 일은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이런 일이 생길 것에 대비해 현재 보험사와 파손 보험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국내에 유사한 비즈니스가 없어 실질적으로 적용할 손해율 측정을 위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Q. 요즘 코로나19 상황에서 남이 쓰던 것을 사용하기 꺼려 하는 경향이 있을 것 같다.

A. 회수된 물품을 세척, 소독한 후 대여해주고 있다. 현재 거래 추세나 지금까지의 의견 등을 살펴보면 꺼려 하는 소비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라운더블이 운영하는 생활용품 렌탈 서비스 '픽앤픽'
어라운더블이 운영하는 생활용품 렌탈 서비스 '픽앤픽'

Q. 보통 어느 제품이 많이 렌탈되나. 가장 많이 빌리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A. 일반적으로 한 달 단위로 많이 렌탈한다. 뷰티 미용기구, 탈모 치료기, 애플 워치, 골프 거리측정기 등을 많이 찾고 있다.

Q. 사용하다가 마음에 들면 구매할 수도 있나.

A. 물론이다. 사용 기간, 누적 요금 등을 고려해 산정된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2~3년간의 렌탈 기간 후에 소유할 수 있는 일반 렌탈상품과 달리 하루 단위로 실제 이용하면서 체감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점이 픽앤픽의 큰 장점 중 하나다.

Q. 소비자가 이용하려면 물품을 보관할 장소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주변 거점이 적은 것 같다. 

A. 앱에서 신청하면 바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이고, 최근 CU 일부 지점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거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 성장 차원에서도 픽앤픽의 거점 확대가 중요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거점이 충분히 확보되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인식시키기 쉽고, 공급사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함으로써 거래는 늘고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픽앤픽의 거점공간이 제조사의 신제품 론칭 채널이 될 수도 있다. 제조사와 공급사의 실질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집 앞 편의점에서 자사의 신제품을 고객에게 보여 주고 사용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떤 공급사나 제조사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Q. 앞으로의 포부나 경영 방향성은 무엇인가

A.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다. 당장 제 값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써보고 결정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이런 소비자 행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플랫폼은 중고장터가 유일했다. 마음에 들어 샀는데 써보니 예상과 달라 빨리 중고시장에 파는 행태인 것이다. 중고시장은 자원 재활용, 저렴한 상품 판·구매라는 장점이 있지만, 처음 구입한 사람, 제조사, 공급사, 재구입한 사람 등에게 비용이나 효용측면에서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하지만 픽액픽은 다르다. 신제품 체험에 큰 돈이 들지도 않고, 사용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은 비용으로 다른 제품으로 바로 교체할 수 있다. 마음에 들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실사용 경험이 단절되거나 공유되기 어려운 중고시장과 달리 여기에서는 (이 경험이) 없어지지 않는다. 데이터 등으로 고스란히 보관되며 차후 마케팅이나 신제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제품에 관계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제품 중에 정말 좋은 제품이 많다. 이런 제품들을 소개하는 장소로서 픽액픽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언뜻 생각해보면 픽앤픽과 같은 서비스를 해줄 곳이 여럿 있을 것 같다. '렌탈'이라는 단어가 워낙 흔한 말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픽앤픽과 유사한 서비스를 해주는 곳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인터뷰 말미에, 유 대표 말대로 거점이 점점 넓어져 비싸서 선뜻 손 가기가 어려웠던 물건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소비자는 분명 행복해질 것 같다.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행복한 시장을 만들고 있는 어라운더블은 올해 1월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는 “단기 렌탈 시장은 향후 지속 성장이 예상되며, 픽앤픽의 오프라인과 결합된 서비스 만족도, 그리고 경영진의 역량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투자사는 소비자와 기업이 행복해질 그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어라운더블을 생각했으리라.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