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李·金 안되고 尹은 되는 '유퀴즈'…새 권력에 줄서는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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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李·金 안되고 尹은 되는 '유퀴즈'…새 권력에 줄서는 CJ?
  • 김상록
  • 승인 2022.04.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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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뒤 후폭풍이 일고 있다. 

윤 당선인의 출연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대하는 이들과 찬성하는 이들 간에 대립이 일어난데 이어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여권 인사들이 출연을 타진했으나, 유퀴즈 측에서 거절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퀴즈가 출연기준을 해명한 과정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애매한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여러 잡음도 함께 나오고 있다. 

논란은 지난 20일 방송된 윤 당선인 출연분에 방송 전부터 시청자 게시판에 당선인의 출연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유퀴즈 측은 이런 반대 논란 속에서도 예정대로 해당 편을 방송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다음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사관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유퀴즈 출연을 문의했으나 CJ ENM 측으로부터 거절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로 문 대통령 측과 CJ ENM의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CJ ENM이 애초 출연 제안 자체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하자, 탁 비서관은 이에 즉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작년 4월과 그 이전에도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했다.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의사를 밝혔다"라며 "우리는 제작진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 당시 프로그램 담당자와 통화한 기록이 있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가 (출연을) 요청받은 바 없다고 언론에 거짓말을 한 것은, 그 거짓말 자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후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관련해 국민과 소통할 방법을 찾던 중 유퀴즈 출연을 CJ EMN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에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비서관이자 대선 캠프에서 근무했던 A씨가 "이 전 지사가 경기지사였을 때부터 대선 후보 때까지 유퀴즈 출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제작진과 미팅을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며 "전달받은 거절 사유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본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A씨는 CJ ENM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전 지사에게 엄격하게 지켜졌던 원칙이 유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앞에선 작동하지 않은 것인가. 부디 관련 논란의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제작진 입장에서 정치인의 출연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출연 제의를 거절한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유퀴즈 진행을 맡고 있는 유재석도 그간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CJ ENM이 문 대통령, 이 전 지사, 김 총리 등 진보 성향 정치인들의 출연 제안을 모두 거절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윤 당선인의 출연을 용인한 것은 선뜻 납득될 수 없다. CJ가 자칫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비위를 맞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정황인 것이다. CJ의 '정치권 코드 맞추기 의혹'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윤 당선인 편에 나타난 유재석의 태도를 두고 왈가불가하는 여론도 적잖다. 유재석이 윤 당선인 앞에서 굳은 표정을 띤 모습이 본인의 정치 성향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것이 한 예다.

여러 논란을 자처하면서 전파를 탄 방송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윤 당선인이 이전에 출연한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을 뿐이라 새로운 내용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재 '유퀴즈 온 더 블럭'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윤 당선인의 출연 모습이 담긴 녹화 현장 사진을 볼 수 없다. 안팎으로 비판이 일자 당선인의 흔적을 감추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결국 유퀴즈의 첫 정치인 출연은 좌우 진영 지지자들의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됐다. 현 여권을 지지하는 이들에게서 '새로운 권력에 줄을 서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야권이나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이들은 '기껏 불러놓고 대접을 저렇게 하면 어떡하나'라는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CJ ENM은 윤 당선인의 출연 이후 불거진 정치인 출연 기준 논란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퀴즈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이는 CJ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지금 입 닫고 있는 것도 CJ'라며 CJ그룹 차원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어설픈 해명과 침묵이 이어진다면 CJ가 정치권력에 줄을 서려 한다는 대중의 의심이 굳어질 수 밖에 없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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