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땡겨요 '상생모델·혁신? 업계 미꾸라지·연임 도구?' 논란[박주범의 딴짓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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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땡겨요 '상생모델·혁신? 업계 미꾸라지·연임 도구?' 논란[박주범의 딴짓딴지]
  • 박주범
  • 승인 2022.09.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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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배달앱 땡겨요가 출시 8개월만에 회원수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월간 이용자수(MAU)는 8월말 기준 59만명으로 지난 6월 대비 54배나 성장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이같은 성과와 함께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다음으로 땡겨요가 4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땡겨요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규제샌드박스(혁신 금융서비스) 적용으로 2년간의 특례 기간을 부여 받고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배달앱 서비스다. 내년 말이면 특례기간이 만료되어 다시 연장을 하거나 매각, 분사 등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한부생명일 수 있는 신한은행의 땡겨요에 대해 '은행권의 혁신 서비스'라는 주장과 함께 '기존 사업에 숟가락만 얹는 행태로 은행이 해서는 안되는 비즈니스'라는 상반된 견해가 상존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땡겨요는 기존 배달앱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다. 배달 정보 등을 수집해 이를 갖고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땡겨요는 애초 소비자와 음식점간 배달을 연계해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이와 연계된 이해관계자들의 거래 정보 등을 활용할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기존 배달앱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땡겨요의 쿠폰이나 수수료 정책이 너무 공격적이라 앞으로 얼마나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하지만 거래 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신한은행은 땡겨요의 높은 할인과 낮은 수수료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즉 신한은행은 땡겨요 사업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이를 활용한 다른 금융 상품에서 수익이 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속내다. 이미 땡겨요 출시 전후로 배달 라이더 대출(20억원), 땡겨요 전용 카드(1300구좌), 땡겨요 적금(85억원) 등의 배달앱 외적인 실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땡겨요는 입점 수수료도 광고비도 받지 않고 수수료율을 업계 최저인 2%를 적용해도, 그리고 인터넷에서 '연쇄할인마'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쿠폰을 뿌려도 속칭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금융사업을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최저 수수료 등으로 입점사 등과 상생을 이루고 있는 등 땡겨요는 애초 규제샌드박스 적용 목적에 부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들도 땡겨요에 대한 시각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회는 은행에 대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처럼 은행권도 새로운 비금융서비스에 뛰어듦으로써 고객과 사회 요구에 호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땡겨요 홈페이지
땡겨요 홈페이지

땡겨요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 중 가장 근본적인 내용은 '고객 예금으로 위험성이 큰 사업을 시작하는게 맞냐'는 점이다.

배달앱 플랫폼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고객 예금으로 막대한 쿠폰과 광고 비용을 충당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10여 년간 피땀 흘려 구축해놓은 시장에 숟가락만 얹어놓은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은 배달 고객에서 나오는 매출로 재투자하지만, 땡겨요는 배달과 전혀 관계 없는 고객의 돈(예금)을 갖고 투자도 하고 딴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땡겨요의 운영 목적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위한 일이라는 신한은행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출 확대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배달앱을 영업 창구로 활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신한은행은 고객의 편의성, 배달 퀄리티 등을 높이는 데는 별 관심 없이 땡겨요를 통해 모인 데이터로 대출 상품을 만들어 이자수익을 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의미다. 배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으며 이를 충실히 하고 여기서 나는 수익으로 투자, 운영 등을 해야 하는데 신한은행은 고객예금으로 곁가지인 중개서비스를 운영하고 궁극적으로 기존 은행업인 대출만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12월 임기가 종료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연임 업적을 위해 땡겨요를 급조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지주의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젊어지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1961년생인 진 행장에게 업계나 지주에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떤 기업이라도 평소 새로운 아이템이나 비즈니스를 론칭하고 선보이고 있는데, 신사업을 선보이는 모든 기업들이 그 대표의 연임을 위해 그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땡겨요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금융서비스에 큰 화두 하나를 던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신한은행의 주장처럼 상생의 모델, 차별화된 비즈니스, 금융규제 혁파의 신모델이 될지, 다른 업계의 시각처럼 단지 대출을 위한 아이템, 업계의 미꾸라지, 행장 연임을 위한 도구가 될지는 앞으로의 1년이 가장 중요할 듯하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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