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로 금새 시들해진 면세시장...정부 부채질로 불씨 살아날까

2016-04-28     백진
여러 업체들이 앞 다퉈 면세점 진출 선언한 작년과 다른 분위기...미달사태 벌어질까
업계 “국내 면세시장 포화와 브랜드 협상력 약화로 예전만큼 사업성이 좋지 않아”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추가 여부에 대한 업계의 분위기가 작년과 사뭇 달라졌다.

정부가 관광시장 확대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작년에 신규 시내면세점을 3곳 추가하고, 올해에도 4~5곳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신중한 분위기다.

작년 12월 특허권 획득에 실패한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워커힐), 현대백화점 등은 정부의 특허추가 소식에 반색하며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그 외에 다른 기업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서울과 제주 신규특허 4장 중 서울에 할당 된 수는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 1곳으로 총 3개였다. 15년만의 신규특허 공고에 당시 7개의 대기업과 14곳의 중소중견그룹이 진출의사를 보이며 면세점 특허경쟁이 유통업계의 핫 이슈로 부상한 바 있다.

그러나 면세점 진출이 유력해보였던 이랜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발표 없이 “기간 제한 등 면세점 제도의 보완책 없이는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견이다. 작년 신규특허 중소중견 경쟁에서 열띤 공세를 펼치던 유진기업도 아직까진 면세점 진출이 주요 검토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특허심사 때 만든 법인 유진디에프앤씨는 아직 존재하지만, 해당 조직을 이뤘던 TF팀도 해체해 사실상 이름만 남아있다. 현재로선 진행사항은 없는 셈이다.

작년 대기업 시내면세점 참여 현황 작년 대기업 시내면세점 참여 현황

지방 면세점을 운영 중인 중소중견면세점들도 서울 진출 계획은 이미 접은 지 오래다. 작년 7월 심사에 참여한 대구그랜드호텔은 동대문을 필두로 서울 입성을 노렸지만, 지금은 사업성 검토 후 참여의사를 거뒀다. 이변이 없는 한 한정된 시장의 파이를 나눠 갖는 현 면세시장 구조에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구그랜드호텔 관계자는 “테러위험과 일본 지진 등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일시적으로 반짝 늘어났을 뿐, 관광객 숫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며 “관광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서울에 새로 오픈한 대기업 면세점의 매출·방문객 숫자만큼 지방 면세점의 매출과 방문객수가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중견 기업이 서울에서 수익을 내기엔 무리라는 의견이다.

이러한 ‘면세시장 진출’ 우려의 시선은 면세점 사업권의 가치하락으로 이러지고 있다. 매출상승률과 방한 외래관광객 증가율에 비해 갑작스럽게 많은 면세점이 생겨나게 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속화 됐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작년에 어렵게 특허를 따낸 기업들조차 브랜드 유치와 모객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는 수사에 의구심을 품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면세산업에 대한 전망이 현 상태에 나아지지 않는다면, 특허참여 업체가 특허공고 숫자보다 더 적은 ‘미달’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곧 오픈을 앞둔 두타면세점만 하더라도 아직 브랜드협상이 완료되지 않았다. 현재 운영 중인 신규업체 모두 마찬가지다. 국내 면세시장 포화와 브랜드 협상력 약화로 예전만큼 사업성이 좋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먼저 특허를 포기하는 기업도 나오지 않겠느냐”는 어두운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면세점 수요 충족과 신규 고용창출 통로로 면세점을 추가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업계에서 토로하는 부분에 지원책 마련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약 4~5개의 신규특허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은 29일 오후 관련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특허 개수에 대한 내용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가운데, 신규 특허 중 하나는 중소중견 제한입찰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