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N코리아 일부 사업자 "부당해임–인수조건 일방 변경 등 전형적 갑질" 美 본사와 갈등

2019-12-09     김상록

미국 네트워크 기업 ACN의 한국 지사 ACN코리아 측 일부 사업자들이 본사가 갑질을 일삼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ACN 본사가 대니 배 전 아시아영업총괄 부사장과 ACN코리아 인수 제안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터무니 없는 조건을 제시했고, 대니 배 전 부사장의 임기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해임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본사가 국내 현실을 무시한 채 사업자들을 우롱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ACN은 2010년부터 한국에서 '알뜰폰' 등 서비스를 개시한 회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에 소재한 ACN 본사 전경

배 전 부사장은 아시아권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한 ACN의 전략에 따라 아시아 영업총괄을 위임 받고, 2010년 한국에 ACN코리아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전 세계 26개국에 진출한 ACN 글로벌 매출의 약 18%를 국내에서 달성하며 ACN코리아를 성장시켰다는 평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본사로부터 국내 사업체 ACN코리아의 인수를 제안 받았다. 본사는 몇몇 회사로부터 매각 의사 타진을 받았지만 실질적 사업리더인 대니 배에게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립자들(좌우 2명씩 4명)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아 2010년 9월
ACN아시아영업총괄부사장으로 취임한 대니 배(가운데)

미국 본사가 제시한 당시 매각가격은 4천만 달러(약 450억원). 대니 배 전 부사장은 이미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던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동남아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다고 여겨 본사와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한 IB업계 관계자는 "본점이든 지사이든 비상장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계산하든 ACN코리아의 한 해 매출과 이익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 과대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ACN본사는 이후 협상 과정을 통해 가격을 조정했으며, 지난 10월 애초 제안한 가격의 35% 선으로 협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10월에 이르러 상호 입장이 달라 매각 건은 결렬되고 말았다. 

대니 배 전 부사장과 인수 제안을 두고 함께 논의한 사업자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은 애당초 회사를 팔 생각이 없었다는 증거다"며 허탈감을 내비쳤다.

ACN코리아 사업자 김모씨는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본사의 이중적 플레이, 인적자원 홀대, 사업자 편가르기 등의 행태를 봤을 때 더 이상 본사를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면세뉴스에 "대니 배는 9월말에 해임됐다. 나를 비롯한 사업자들 중 60%는 쉬고 있다. 40%는 ACN코리아에 남아서 갈라진 상태다.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됐다. 이제 갈길이 다르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니 배는 준비를 착실히 했는데 본사가 지난 4월달에 일방적으로 매각을 중단시켰다. 사실 매각 과정에서 갑질이라는 건 있을 수 있다. 서로 조건이 안 맞으면 값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니 배가 ACN코리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 그의 입지로 봤을 때 다른 기업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협상할 상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사업자들도 대니 배의 리더십을 좋아하고 따른 경우가 많다. 본사가 매각을 부당하게 처리하면서 그 와중에 대니 배의 해임건까지 불거지니까 사업자들이 화가 난 것이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금 당장 ACN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전망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ACN과 커뮤니케이션을 맡아왔던 대니 배가 해임됐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분위기도 완전히 가라 앉아있다. 60% 이상은 이대로는 사업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ACN코리아(7층, 12층) 전경.
일방적인 부사장 해임과 보상안 변경으로 사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ACN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김씨 측 주장에 대해 "별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면세뉴스는 반론권 보장을 위해 ACN코리아의 추가 답변이 오면 기사화할 예정이다.

ACN은 각국 통신사와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기업과 소비자를 연계해주는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26개국에 진출해있으며 한국은 2010년, 일본은 2016년부터 '알뜰폰' 등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박홍규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