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공예, '의·표·예' 展, 패션에 나타난 시대 의식과 장인정신 [kdf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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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공예, '의·표·예' 展, 패션에 나타난 시대 의식과 장인정신 [kdf exhibition]
  • 이수빈
  • 승인 2023.02.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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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세대 패션디자이너 최경자-노라노-앙드레 김의 의상들 전시
2월 7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2월 7일부터 4월 2일까지 '의(依)·표(表)·예(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 전시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1세대 패션디자이너라 할 수 있는 최경자, 노라노, 앙드레 김의 작품들에 아카이브를 포함 60여 벌의 의상을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세 사람 중 가장 맏이 격인 최경자 디자이너는 일제 강점기인 1937년 국내 최초로 함흥에 양장점 '은좌옥'을 열었다. 2년 뒤 국내 최초의 패션전문교육기관인 '국제패션스쿨'을 설립, 대한복식디자이너 협회, 국제차밍스쿨(한국 최초 모델 양성기관)을 설립하는 등 패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 디자이너의 국제패션스쿨에서 수학한 이가 바로 '앙드레 김'이다. 우리나라 패션을 해외에 인지시킨 그의 첫출발은 1965년 '살롱 앙드레'를 설립하면서부터다. 1966년 한국인 최초로 파리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며 한국 패션을 해외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 공로로 2010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최경자, 앙드레 김 디자이너는 공교롭게도 스승과 제자가 2010년 같은 해 유명을 달리했다.

최경자 디자이너의 작품들

노라노 디자이너는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1952년 명동에 '노라노의 집'을 오픈, 1956년 국내 최초로 반도호텔 패션쇼 개최하는 등 한국 패션계에 굵직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노라노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와 약혼식 드레스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기증받아 소장 중인 최경자, 앙드레 김, 노라노 1세대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세 디자이너의 작품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 복식을 '의(依)·표(表)·예(藝)' 테마별로 나눠 '입다, 드러내다, 표현하다'로 구성, 전시한다.

'드러내다,표현하다'테마 존이 가장 볼거리가 풍성한데 앙드레 김의 작품들을 오랜만에 감상할 수 있다. 특유의 화려한 패턴, 자수, 아플리케 기법을 활용해 만든 드레스와 수트 등은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80~90년대의 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보는 듯하다.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앙드레 김의 모습을 드러낼 때 입었던 화이트 수트가 전시돼 있는데, 독특하게도 흰 면 소재로 된 의상이었다. 가슴에 화려한 패턴으로 장식된 그 의상을 보니 때때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앙선생'으로 불려도 유머로 웃어넘기던 앙드레 김을 추억하게 된다.

앙드레 김 디자이너의 웨딩 수트와 드레스 옆에 윤보선 대통령의 연미복과 모자, 구두가 전시돼 있다. 1960년대까지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도 연미복을 입고 파티에 등장한 사진이 있으니 윤보선 대통령이 착용했던 연미복이 생경하지는 않다. 다만 연미복을 제작한 디자이너에 대한 전시정보가 없는 점이 아쉽다.

최경자 디자이너의 코트 드레스나 타이넥 드레스, 이브닝드레스의 경우 레트로 무드의 유행을 타는 21세기인 오늘날 입어도 자연스레 소화할 수 있을 듯한 의상들이다. 붉은 이브닝코트는 자수와 그림에 비즈까지 더해져 단아한 테일러드 디자인에 레드, 자수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크롭탑 플레어스커트는 상반신 크롭탑과 웨스트라인의 자수가 드레스 뒷부분까지 흘러내리듯 금사로 연결돼 있다. 드레스 뒤의 주름에 달린 스팽글과 비즈의 반짝임이 금사와 어우러져 은은한 빛을 발한다.

노라노 디자이너의 의상들 특히 웨딩드레스와 약혼식 드레스는 1960년대부터 꾸준히 재벌가 며느리, 딸이 입었던 드레스들이 연상된다. 웨딩드레스의 디자인 어디에도 튀는 부분은 없지만 풀 레이스 원단에 풍성한 주름이 고급스러움을 돋보이게 한다.
60년대 혹은 70년대 결혼을 한 여성들은 이 전시회에서 만난 웨딩드레스에서 자신의 결혼식을 추억할 수도.

최경자 디자이너의 타이넥 드레스

런던, 파리, 밀라노, 뉴욕 해외 4대 패션위크에 오뜨 쿠튀르, 하이패션에 최신 트렌드 패션만 좇다가 1930년대부터 시작된 근현대 한국 복식에서 현재까지 패션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 서울공예박물관의 '의·표·예,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전시회는 한국 패션의 기초를 다졌던 1세대 패션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최경자 디자이너의 이브닝 코트

글·사진 이수빈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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