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씨 개관 20周年, 신미경 초대展 개최 [kdf exhibition]
상태바
스페이스 씨 개관 20周年, 신미경 초대展 개최 [kdf exhibition]
  • 이수빈
  • 승인 2023.02.27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국제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각가 신미경을 초청해 3월 2일부터 6월 10일까지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을 개최한다.

㈜코리아나화장품의 창업자 송파 유상옥 회장이 지난 50여 년간 애정을 가지고 수집한 유물과 미술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2003년 서울 신사동에 스페이스 씨를 설립했다. 

고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스페이스 씨 건물에는 설립 취지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따라 한국 화장문화의 역사와 유물을 다루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이 5-6층에, ‘신체’, ‘여성’, ‘아름다움’ 등을 주제로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코리아나미술관이 지하 1-2층에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 건물에 공존하고 있는 스페이스 씨의 20주년을 기념, 그 특수성을 살려 기획된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과 고미술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동양-서양, 고전-현대를 교차시키며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고전의 번역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고자 하는 작가 신미경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전시 제목에 쓰인 ‘시간’과 ‘물질’은 신미경의 작업과 뮤지엄(museum)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으로, 전시에서 뮤지엄 공간은 작품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물질적 실체이자 다차원의 시간과 물질이 공존하는 다층적 구조로 작동한다.

좌. 화장실 프로젝트/ 우 풍화프로젝트

신미경은 단독 작가로는 국내 최초로 박물관과 미술관, 두 공간의 4개 층에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하며 총 120점에 가까운 작품을 선보인다. 절반 이상인 70점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이다. 유학시절부터 최근작까지 공개된다.

고스트 시리즈

1996년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British Museum)에 처음 방문해 그리스 고전 조각상을 보고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번역 시리즈'를 시작으로 신미경은 지난 30년 가까이 서양의 고전 조각상이나 동양의 도자기 등 문화적 유산을 ‘비누’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재료를 통해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쉽게 마모되고, 녹아 사라지는 재료인 비누는 작가가 탐구하는 시간성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오랜 시간 활용되어 왔다. 어떤 사물의 시간성과 기능성이 정지된 채 뮤지올로지(museology) 안에서 유물이 되는 과정은 비누의 본 기능에서 벗어나 예술 작품으로서 권위를 획득하고, 전시되는 신미경의 작품과 맞닿아있다.

라지 페인팅 시리즈

미술관의 첫 번째 전시실에 전시된 신작 '라지 페인팅 시리즈'는 조각가 신미경이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페인팅 시리즈'의 확장판으로, 회화의 형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제작방식과 그 물질성은 조각에 가깝다. 

한마디로 ‘회화처럼 보이는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캔버스로 치면 150호 정도되는 대형 철제 틀을 만들어 각 작품당 0.1톤이 넘는 비누를 녹여 색과 향을 더하고, 틀 안에 부어 굳히는 과정을 거쳤다.

마치 유럽의 한 뮤지엄 전시실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코리아나미술관의 소장품에 영향을 받아 제작한 신미경의 신작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두 점의 입상 조각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번역 시리즈(Translation Series)'의 초창기 작업으로 그 중 '트랜스레이션-그리스 조각상'은 신미경이 런던에서 대학원 졸업 후 헤이워드갤러리 기획전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자 2004년 브리티시 뮤지엄에서의 퍼포먼스에도 활용되었던 작품이다. 

전시는 5-6층에 위치한 화장박물관의 상설전시실로 이어진다. 5층 박물관 전시실 중앙에는 빛이 나오는 대형 좌대 위, 색색의 도자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페르시안 유리공예품 같은 모습을 띠지만, 사실은 투명비누로 도자기를 캐스팅해 속을 파내고, 최소한의 형태만을 남겨 투명함을 강조한 신미경의 '고스트 시리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오브제의 역사적 맥락과 정보는 소멸되고,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오가는 비누의 속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사용된 동경(청동거울)이 전시되어 있는 유물장에는 신미경의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6층 박물관 전시실에는 신미경의 지난 '풍화 프로젝트'와 '화장실 프로젝트'를 통해 변형된 모습의 인물상이나 불상 등의 조각을 다시 브론즈로 캐스팅해 번역한 신작이 선보여진다. 

이번 전시기간 새롭게 진행되는 '화장실 프로젝트'의 비누 조각상 4점은 지하 1층과 지상 5층의 남녀화장실에 각각 설치되어 전시를 찾는 이들에게 ‘작품을 손으로 만지고, 심지어 변형시키는’ 짜릿한 촉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3월 2일에는 개막행사가 진행되고, 11일에는 미학자 강수미와 신미경 작가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개최된다. 자세한 내용은 스페이스 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코리아나미술관 
 
이수빈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