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갱단이 수도 프로토프랭스 90% 점령...아이티 정부 패닉 "목숨 스스로 지켜라"
상태바
무장 갱단이 수도 프로토프랭스 90% 점령...아이티 정부 패닉 "목숨 스스로 지켜라"
  • 한국면세뉴스
  • 승인 2023.03.23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리브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사실상 갱단에 점령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경찰은 인력·장비 모두 갱단에 압도당한 상태며 주민들에게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저야 한다고 알릴 지경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의 90%를 장악했다는 현지 전문가의 분석을 보도했다. 작년 12월 유엔은 이 비율이 60% 정도라고 판단했었다. 3개월 만에 갱단여 영향력을 크게 확장한 것이다.

갱단은 포르토프랭스 대부분 지역에서 마음껏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학교와 병원이 하나씩 문을 닫고, 납치 위험은 날로 커져가고 있으며, 거리에서 갱단이 대낮부터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근 유엔의 분석에 따르면 갱단의 전쟁 등에 휘말려 사망한 사람이 3월 1∼2주차에만 208명에 이른다. 사망자 대부분은 집에서 쉬다가, 혹은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날아온 총알에 목숨을 잃었다. 누군가 게임하듯 저격 소총으로 아무나 쐈다는 것이 유엔의 분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여성이 갱단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 갱단은 여성을 납치한 뒤 몸값을 내놓으라며 성폭력을 위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유엔은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시민들을 지키기는커녕 스스로 보호하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지난 1월에는 경찰관 최소 12명이 한꺼번에 갱단에 살해당했다. 갱단은 경찰관의 시신까지 훼손했다. 이 사건 이후 경찰관 상당수가 경찰서·검문소를 버리고 도망쳤다.

아이티에서 초임 경찰관의 월급은 약 200달러(약 26만원)다. 현지 최저임금보다는 높지만 사실상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아이티의 치안 임무를 맡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1만5000명 수준이던 아이티의 경찰관 수는 9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모두 그만두거나 아이티를 아예 떠났다고 한다. 경찰 대변인은 NYT에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경찰은 몇 주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갱단을 피하는 아이티 시민들과 갱단 공격에 대응하는 아이티 경찰관. 사진 연합뉴스 로이터 AFP  

문제는 경찰뿐이 아니다. 아이티의 입법, 사법, 행정이 모두 마비 상태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정부 수반을 맡은 아리엘 앙리 총리 직무대행은 유능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회도 공백 상태다. 선거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의원들의 임기가 지난 1월 모두 만료돼 의회를 떠났다. 그 결과 현재 아이티에는 정부에도, 의회에도 선출직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지방부터 중앙정부까지 민의를 행정 영역에 전달해줄 대변자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사법부는 애초부터 근본적으로 부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최근 성명에서 자국 경찰이 갱단에 맞설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며 민간의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 캐나다 등이 경찰관의 특수훈련, 장갑차 등을 지원했지만 상황을 개선하기는 역부족이다. 갱단이 밀수를 통해 미국산 기관총 등을 들여와 중무장하고 있어서다. 인권단체 아이티 국가인권수호네트워크 피에르 에스페랑스 이사는 "경찰은 완전 공백 상태다. 당국도 공백 상태다. 정부도 공백 상태다"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아이티의 한 야권 인사는 NYT에 "치안을 제공할 정부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한테 스스로를 방어하라고 얘기한다는 것은, 우리가 갱단이랑 내전이라도 벌이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사진 연합뉴스 로이터 AFP  

한국면세뉴스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