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4년간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해줬다. 이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금액의 대출이 통상의 기준이나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3일에서 2024년 1월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댁, 처조카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616억원(42건)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부적정 대출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냈는데도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해주거나, 부적절한 담보나 보증인을 근거로 대출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대출 취급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해 대출 심사 절차를 위반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같은 부적정 대출로 인해 다수의 연체와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관련 대출잔액이 총 303억원이며 단기연체와 부실 대출 규모는 198억원이다. 우리은행은 실제 손실예상액이 82억~158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금융관련법령 위반 소지와 대출 취급 시 이해 상충 여부 등에 대한 법률검토를 토대로 제재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하는 한편,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차주와 관련인의 허위 서류제출 관련 문서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가 손 전 회장이 부적정 대출이 이뤄진 것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묻자 "저희도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앞서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2022년 700억원대의 직원 횡령 사건에 이어 지난 6월에도 18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까지 나오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내부통제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하다가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