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피플] 롯데면세점 노조위원장 문근숙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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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피플] 롯데면세점 노조위원장 문근숙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 김선호
  • 승인 2016.1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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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은 화려한 명품 브랜드 속 직원들의 땀의 결정체”
기업과 노동조합은 다르나, 특허심사에 임하는 마음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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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엔 국내 면세산업 내 유일한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다. 그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문근숙 노조위원장을 한국면세뉴스가 만났다. 그는 “면세점은 직원들이 일궈놓은 터다. 이들의 노력과 땀이 보태져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며 운을 뗐다. 강원도 출신인 그는 서울로 상경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롯데면세점에 첫 입사를 했다. 당시 롯데면세점 최영수 전 대표가 수입품팀 과장, 이홍균 전 대표가 대리였던 시절이었다.

1104 사진=김선호 기자/ 롯데면세점 문근숙 노조위원장의 모습.

문근숙 노조위원장은 롯데면세점에 입사한지 만 29년, 내년으로 30년째다. 198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한 그는 최영수 전 대표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당시 최 과장님이 해외 명품을 유치하기 위해 출장 및 문서수발 업무가 많이 맡았다. 최 과장님이 수기로 내용을 적으면 이를 타자로 옮기고 해외로 팩스 보내는 일을 내가 많이 맡았다” 루이비통, 샤넬을 비롯해 불가리, 티파니, 펜디 등 해외 명품이 이 당시에 롯데면세점에 입점했다.

그렇게 롯데면세점은 점차 성장를 이루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8층에 조그맣게 있던 롯데면세점이 9층으로 확장(1988년 1월경)하게 되고, 2016년엔 12층까지 리뉴얼 확장 오픈하는 등 세계 최대 매출을 올리는 면세점으로 발돋움했다.

그 가운데 문근숙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의 복리후생·고용안정 등을 위해 뛰어다녔다. “이전까지 후배들을 대신해 나서 본적이 없었다. 그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IMF를 겪은 동안 직원이 직접 나서 목소리를 외치지 않는 이상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 같다”

그에게 가장 힘겨운 때는 바로 지금이다. “요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일하던 직원들이 찾아와 불안감을 얘기하고 있다. 물론 핵심은 고용불안이다. ‘일하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듣지만 나로서도 똑 부러지는 답변을 해줄 수 없어 답답하다” 때문에 그가 최선을 다해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건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으니 자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보자”라는 것이다.

1104-02 사진=김선호 기자/ 지난 10월 4일 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롯데면세점 장선욱 대표와 문근숙 노조위원장이 함께 서울본부세관을 찾았다.

일각에선 기업을 대신해 노동조합 혹은 직원들의 ‘눈물’로 월드타워점 부활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속상하다. 면세점이 단지 기업만의 것은 아니다. 직원은 현장 속에서 고용불안감을 체감하고 있다. 이 현실을 대변하고 싶었을 뿐이다. 노동조합이 기업을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 다만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때문에 특허신청서를 제출하는 자리에 장선욱 대표님과 함께 했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내 면세산업은 더욱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매출 규모 또한 올해 10조원을 넘어 12조 혹은 13조까지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면세산업을 이끌고 있는 직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을 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의 고민은 롯데에 남느냐 다른 곳으로 이직하느냐가 아니었다. 면세사업자가 늘어나며 경력직의 몸값이 뛰었다는 것은 일부의 얘기다. 오히려 매장 수를 늘려야 하는 브랜드 혹은 수입업체에선 경력직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몸값이 높은 직원을 자르고 이 연봉을 나눠 매장 판촉사원을 늘리는 식이다. 또한 매출이 나오지 않는 면세점에선 오히려 판촉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고용 안정 및 창출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다른 현장의 모습이다.

또한 면세점 내 매장을 더 늘리기 위해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 더욱 사라지고 있는 모습에 그는 안타까워했다. “롯데면세점은 ‘넘버 1’ 사업자다. 그리고 노동조합 또한 이곳에 유일하다. 때문에 사업자와 노동조합 간의 협약은 각 면세점 및 관련 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해당 기준에 따라 전체 면세점 관련 직원들의 복리후생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며 “그러나 현재 면세점은 늘어났으나 직원들의 복리와 건강·고용 등에 관해선 관심이 낮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d1028_002 사진=김선호 기자/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매장 모습.

문근숙 노조위원장은 인터뷰 동안 면세점 직원들과의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했다. “롯데면세점 초창기 직원들이 각 지점별로 흩어져 일하고 있다. 그런데 같이 모임을 가지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한 직원이 ‘이 백이 너무 좋다’라고 말하면 우르르 몰려서 모두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고, ‘이 화장품이 좋다’라고 소문이 나면 모두 같은 화장품을 쓰곤 했다”며 “한번은 다이어트 약을 잘 짓는다는 한의원이 소문이 났는데 모두 거기서 만나게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면세점 내에서 롯데는 직원들의 단합과 화합이 잘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문 위원장은 “군대 조직같은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기 때문인지 부드럽고 따뜻한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면세점은 “화려함 속에 감춰진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라고 전했다. 소비자에게 면세점은 다수의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직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치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문근숙 위원장의 하루는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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