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기] 베이징 ‘자금성’, 500년이 넘는 절대 권력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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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기] 베이징 ‘자금성’, 500년이 넘는 절대 권력의 상징
  • 김선호
  • 승인 2016.12.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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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天子)로 불린 중국 황제들이 머문 웅장한 궁궐
명·청나라 5세기 넘는 중국의 권력을 보여주는 곳

1406년 명나라 제3대 황제 영락제가 수도를 남쪽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옮길 것을 명하며 궁궐을 짓기 시작했다. 베이징 ‘자금성’이 바로 그 궁이다. 약 100만명이 14년에 걸쳐 지은 자금성은 전체 면적72만㎡, 건축 면적 15만㎡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이 중국 수도에 지어진 것이다. 그 이후로 명나라에 이어 청나라까지 5세기(1416~1911년)가 넘는 동안 중국의 절대 권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d1228_003 사진=김선호 기자/ 베이징 자금성 남쪽 정문 '천안문'

현재 ‘고궁박물원’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됐으나, 그 이전엔 황제, 황후, 고위 관리 및 궁녀·내시 등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때문에 자금성(紫禁城·쯔진청)은 자주색의 ‘금지된 성’이라는 뜻이다. ‘자주색’은 북극성과 관련이 있다. 우주의 중심인 북극성을 중국인들은 자주색으로 알고 있어 궁궐 색을 자주색으로 지정한 것이다.

d1228_004 사진=김선호 기자/ 베이징 자금성 내부에 돌 사자(숫사자)

자금성을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선 문화·사상과 아울러 봐야 한다. 건축 배치는 좌우 대칭을 이루며 주종 관계식으로 설계됐으며, 주요 건물은 남북 중앙에 위치한다. 먼저 자금성으로 진입하는 천안문은 풍수지리에 따라 남쪽에 자리 잡고 궁의 북쪽은 인공 언덕을 만들어 궁을 보호하도록 건축됐다. 이런 궁궐의 모습은 ‘황제’의 권력을 웅장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계층과 수직적 관계가 분명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엄격한 좌우대칭 및 정연하게 배열된 건축 미관을 두고 ‘군체적’ 형식이라고 부른다.

자금성으로 진입하는 4개의 관문 중 하나가 ‘천안문’이다. 천안문의 본래 이름은 승천문(承天門)이었다. 지붕에 황색기를 얹고 처마 귀퉁이에 하늘로 치켜든 패루였다. 그러나 1457년 화재로 훼손된 것을 재건하며 정면 폭이 9칸인 문루식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1644년 농민봉기군이 베이징을 공격하며 소실됐고 1651년에 다시 복구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천안문은 목조 패루에서 성루로 증축, 승천문에서 천안문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높이 33.7m의 천안문은 지붕 용마루 양 켠에 용, 봉황, 사자, 기린, 해마, 천마, 물고기, 해태, 후 등 아홉 짐승과 신선이 서 있다.

d1228_006 사진=김선호 기자/ 자금성 궁궐의 화려한 장식

지금의 천안문 모습은 1699년 개조 작업으로 이뤄졌다. 20세기까진 천안문 앞의 구역에 정부 관청들이 들어서 있었으며, 해당 지역은 1902년 의화단 운동으로 피해를 입으며 비워지게 되고 1905년대엔 중화문을 허물고 그 주변에 형성된 좁은 거리를 없애며 넓어지게 됐다. 천안문 광장은 중국의 근대 역사의 큰 축을 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다.

1948년 10월 1일 해당 장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을 선언했으며, 이후 저항 시위 및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화 운동 진압 과정에서 충돌로 인해 시위자 중 18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청나라의 황권을 보여주는 곳이자 지금 중국의 탄생과 그 과정이 담겨진 웅장하고 슬픈 역사적 현장이다.

d1228_005 사진=김선호 기자/ 베이징 천안문 사거리 전경

자금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는 동서남북으로 폭 50m다. 그리고 방 개수 약 9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금성 방 개수가 9999개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자금성 방은 8886개다.

천안문을 통과해 북쪽으로 줄지어 이어진 거대한 건축들은 기능에 따라 ‘외조’와 ‘내조’로 나뉘어져 있다. 외조는 황제의 공식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곳, 내조는 황제와 황후, 빈과 상궁들이 사용하던 사적인 공간이다. 공식 집무실은 바로 ‘태화전’이다. 그리고 방문객 및 신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화전이다.

d1228_103 사진=김선호 기자/ 자금성 중앙에 위치한 태화전. 태화전은 황제의 공식 집무실이자 공식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했다.

태화전은 그 자체가 황제의 권위를 보여준다. 길이 64m, 폭 37m, 높이 27m에 달하는 가장 큰 목조 건축물이다. 태화전 내에 옥좌는 금박으로 장식된 7폭 병풍과 의자, 향을 피우던 도자기와 기둥은 화려함의 극을 보여준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특이하게 태화전은 3단의 기단 위에 지어졌으며, 이는 황제가 머무는 곳에만 사용됐다.

d1228_009 사진=김선호 기자/ 자금성 북쪽에 위치한 경산공원과 정자

d1228_102 사진=김선호 기자/ 경산공원에서 바라본 자금성의 전체 모습.

어화원은 자금성 북쪽에 위치한 정원이다. 황제와 황후가 쉬면서 여가를 즐기기 위한 정원이다. 자금성 내에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객이 숨을 수 없도록 궁궐 내에 나무를 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괴한 모양의 바위와 거목들이 정원을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 황제는 궁궐을 보호해 달라며 제사를 올리기도 했으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무며 휴식을 취했다.

d1228_008 사진=김선호 기자/ 자금성 북쪽에 위치한 어화원. 황제의 정원.

어화원까지 지나 북쪽으로 향하다보면 경산공원과 그 위에 위치한 정자를 볼 수 있다. 경산공원에 올르면 자금성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베이징 도시 속에 위치한 또 다른 황제의 ‘도시’ 자금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엄밀한 좌우대칙과 남북으로 이어진 황제의 건축들이 웅장했던 중국의 역사를 보여준다.

d1228_101 사진=김선호 기자/ 자금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못)에 해질녘 붉은 빛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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