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관광·면세①] 전통재래시장이 면세점에 던지는 메시지 “명품은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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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관광·면세①] 전통재래시장이 면세점에 던지는 메시지 “명품은 디테일”
  • 김선호
  • 승인 2017.02.22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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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명품·화장품’ 위주...대동소이
재래시장의 興vs落이 보여주는 사례

이동훈 씨(32세) “(각 면세점의) 차이를 못 느끼겠다. 어차피 명품 아니면 화장품인데 온라인쇼핑몰과 가격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 것 같다. 굳이 면세점에서 사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사서 면세점이 늘어난 것 같은데...새로 생긴 면세점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 것 없는 것 같다”

이는 한산해진 전통 재래시장을 평하던 말이었다. 대형 백화점·마트에 이어 온라인 쇼핑이 흥하며 제품의 가격 및 차별성을 두지 못했던 재래시장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낙후된 시설과 쇼핑편의가 제고되지 못하며 소비자가 등을 돌린 것이다. 정부는 전통 재래시장에 ‘심폐소생술’을 가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D0221_004 사진=한국면세뉴스DB/ 종로구 통인시장이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통해 '엽전' 도입과 도시락카페 운영으로 활력을 찾았다. 소비자들이 엽전을 통해 각 상점의 음식을 다양하게 구매한 후, 도시락카페에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몇 곳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종로구 ‘통인시장’이다.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를 추진해 통인시장에 ‘엽전’이 생기고, 도시락카페가 운영되며 다시 활기를 찾은 것. 해당 사업을 추진했던 윤현옥 청주대학교 교수는 “일본인 관광객은 5~6명이 한 가게를 찾아 1인분을 나눠먹고, 다음 상점에서 다른 메뉴 1인분을 시켜먹는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선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엽전’과 ‘도시락카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바로 통인시장 내 소상공인 간의 ‘연합’이었다. 일종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야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재방문할 수 있는 매력이 생기는 것이다. 바로 인적 네트워크 위에 다시 꽃피는 한국의 ‘골목 문화’의 창출이었다. 윤 교수는 “백화점이나 마트가 상품 경쟁력이 있더라도 골목 문화 내에 형성된 커뮤니티는 재래시장을 찾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아 두는 것이다”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밝혔다.

방한 관광·면세시장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의 동향이 변화하고 있다. 단체에서 개별자유여행객 비중이 증가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을 직접 찾아 가고 있는 것.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쇼핑을 원하는 중국인의 해외여행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관광시장의 매력 또한 향상시켜 관광시장 규모를 더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개별자유여행객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젊은 층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D0221_003 사진=한국면세뉴스DB/ 통인시장이 '명품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디테일이다. 조명에서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오랜 협의과 조율을 통해 이뤄졌다. 그 저변엔 사업추진단과 소상공인과의 '연합'전략이 유효했다.

윤 교수는 “이제 공급자 주도형이 아닌 소비자 혹은 유저 중심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관광객은 ‘강매’가 아닌 자기 선택권, 자신이 주인이 되기를 원한다”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하얀 종이·천을 원한다. 거기에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뛰어놀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완성된·만들어진’ 그림을 보고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자신의 ‘관광 한국’을 형성하고 싶은 것이다.

플랫폼 사업이 흥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유저가 단순 정보를 받아보는 것을 넘어 그 플랫폼 안에 참여해 자신의 세상을 형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인시장의 엽전은 바로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엽전을 통해 통인시장 내 각 상점의 다양한 메뉴를 구매해 자신의 ‘도시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섬세한 감각과 경험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디테일’이다. 통인시장에 조명을 설치하는 과정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러 조명을 테스트하고, 상인들에게 물어보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만 몇 달이 걸렸다. 명품을 만드는 디테일은 절대적인 시간과 협의과정이 일궈낸 결과다”라며 “재래시장의 같은 채소가게라도 소비자층과 전략이 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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