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판매사원 구인난 심각"...진앙지는 신세계 강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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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판매사원 구인난 심각"...진앙지는 신세계 강남점
  • 조 휘광
  • 승인 2018.07.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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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명 필요한데 희망자 적어 일손 돌려막기
면세점 직영사원 거의 없는 고용구조도 문제


▲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등 시내면세점 오픈이 잇따르면서 면세점 판매사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업체들은 구인난과 비용부담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주요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글로벌 명품업체 한국법인 인사담당자 A씨는 요즘 면세점 판매인력 채용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른다. 당장 필요한 인력이 50명에 달해 구인공고를 내고 직접 여기저기 문의도 하지만 마땅한 인력을 찾을 수 없어서다.


A씨는 "모집 공고를 띄워도 지원자가 절대 부족하다"면서 "희망자 아무나 뽑을 수도 없고 최소 필요수준에 맞춰 선발하자니 애로가 크다"고 말한다. 당장 신세계 강남점이 문제고 11월의 현대 백화점면세점, 12월 탑시티 신촌역사점 입점도 판매사원을 구하지 못해 망설이고 있다.


면세점 판매사원 구인난이 심각하다. 시내면세점 개점이 잇따르면서 인력들이 연쇄 이동하고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각 브랜드들은 판매사원을 구할 수 없어 아우성이다.


그 과정에 판매인력의 몸값도 덩달아 크게 오르고 면세점들의 경쟁도 달아올라 브랜도 공급업체들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18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오픈하고 연말까지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과 탑시티면세점 신촌역사점이 새로 오픈할 예정이기 때문에 면세점 인력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구인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판매사원 대부분이 브랜드 공급업체 소속이라는 면세점 업계의 고용구조와 관계가 깊다.


당장 수천명의 신규 취업이 가능한 고용의 보고를 앞에 놓고도 관련업계나 고용당국은 별다른 관심이나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인력난의 직접적 발원지는 18일 서울 서초동 센트럴시티에서 문을 여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다. 이 면세점에는 약 350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브랜드 당 최소 4명의 판매인력이 필요하므로 적어도 1400명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신세계 외에 개점을 준비하는 2곳을 포함하면 연내 새로 필요한 면세점 판매사원 규모는 3000명 이상이라는 게 업계 추산치다.


면세점 판매직원은 외국어, 그 중에서도 중국어 소통능력이 기본이지만 지원자 자체가 적고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는 더욱 힘들다. 중국인 고객이 많이 찾는 시내면세점 판매사원은 따라서 중국인(중국 교포)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중국어가 되는' 한국인 취준생은 거의 없다. "중국어를 하려면 1년 정도의 공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힘든 판매직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전문대 교수 얘기다.


브랜드 공급업체 관계자 B씨는 "내국인은 희망자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적정한 중국어 가능 인력을 구하기는 더 어렵다"며 "내국인에 비해 아무래도 적응력이 떨어지지만 할 수 없이 (중국인을) 뽑을 수밖에 없다. 청년취업난이 극심하다지만 곧이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어를 하는 교포라면 한국어를 못해도 면세점에 취업이 가능하다. 결국 면세점시장 확대로 인한 수혜자는 한국인이 아니고 중국인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면세점사업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 국내 면세점의 독특한 고용구조 때문이다. 면세점에서 직접 고용하는 인력은 거의 없다. 정산과 사무직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면세점에 브랜드를 공급하는 업체(에이전시) 소속이거나 일부 파견직이다. 사실상 면세점 판매사원은 거의 전부 브랜드업체 소속이라고 보면 된다.


면세점 판매사원의 초봉은 연간 2000만원 안팎이 보통이다. 여기에 판매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붙는다. 초급자는 월 30만~40만원, 경력자는 50~60만원 정도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스카우트 경쟁이 심해지면서 임금도 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한몫했다. 최저 임금 적용을 받는 아르바이트생과 정규직 신입 직원 간 임금차이가 별로 없어 정규직 초봉 인상이 불가피하고 경력자들도 연쇄적으로 인상되는 추세다.


한 브랜드 공급업체 C사장은 "판매사원 월급이 작년에 비해 25%는 올랐다. 요즘은 직원 스스로 얼마 올려주지 않으면 관두겠다는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한다. 뜻대로 안해 주면 바로 떠난다"고 말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신입 연봉도 오르고 그에 따라 경력자 연봉도 연쇄적으로 올려줄 수밖에 없어 부담이 눈덩이"라고 토로한다.


브랜드업체의 고충은 이뿐만 아니다.

C사장은 "면세점마다 세일, 이벤트 경쟁이 불 붙으면서 그 비용부담도 고스란히 공급업체에 전가된다. 이런 부담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신규면세점에서 입점 제안이 와도 거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인다. C사장은 결국 신세계 강남점에는 다른 면세점 직원들로 대체하고 돌려막기 식으로 인력운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경력자 채용 광고를 6개월 해도 못 구한 곳이 많다. 최근 한국면세뉴스에서 무료 취업알선 사이트를 만들고, 면세점 취업 희망자를 모집했지만 응모자는 기대에 못 미쳤다.



면세점 판매직을 위한 교육과정은 현재 특별히 없다. 구청 등 지자체에서 해당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면세점 판매직 취업 무료교육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구경하기 힘들다.


업계 자체적인 교육 커리큘럼도 없다. 한국면세점협회가 교육본부를 두고 사이버교육센터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기존직원에 대한 재교육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에 취업을 하려면 중국어 HSK 4,5급 정도는 돼야 하나, 중국어를 2, 3년 공부하는 전문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이 자격을 취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취업과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고 취업을 시키려고 애를 써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규교육과정에 흡수해서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업계 고등학교에 면세점 취업반을 육성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앞의 전문대 교수는 "대학도 대학이지만 실업계고등학교에 중국어과를 만들어서 취업에 대한 준비를 시켜야 한다. 14억 인구가 몰려 오는데 한국 면세시장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확장에만 신경쓰니 이런 사태가 오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면세점 특허 기간이 5년으로 줄어들면서 면세점들이 고용유연성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사내 하청 직원이라고 해도 일정부분 업무지시나 감독이 있을 수 있고 법 위반 위험성도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실업계 고등학교 특별반 지원 등 고려할 만한 방안을 찾아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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