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입국장면세점] ③ 얻는 자와 잃는 자 -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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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입국장면세점] ③ 얻는 자와 잃는 자 - 항공사
  • 조 휘광
  • 승인 2018.08.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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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기준 3600억 매출 상당부분 잠식 '손해' 클 듯
오너갑질 등 범국민적 비판 여론에 반론 제시 못해


▲ 입국장면세점이 도입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기내면세점이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자료/대한항공



입국장면세점이 들어섰을 때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항공사다.


작년 기내면세점 매출은 3610억원이었다. 14조5000억원 가량었던 국내 면세점 시장에 비하면 2.4% 수준이다. 이 중 대한항공이 1700억원으로 47%, 아시아나 항공이 961억원으로 27%를 차지했다. 나머지 499억원은 저비용항공사 몫이었다. 기내면세점은 물품 원가를 제외한 판매가격의 40~50%가 그대로 남는 장사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항면세점들이 과도한 임대료에 시달리는데 비해 기내면세점은 임대료가 제로다. 특허수수료는 물론 인건비도 들지 않고 마케팅비용도 거의 없다.


만약 입국장면세점이 설치되면 해마다 수백억 원씩에 달하던 수익을 당장 내년부터 상당부분 잃게 된다. 입국장면세점이 일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은 기내면세점 수요를 갉아먹고 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이면 항공사로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다. 최대 10조원대에 달하는 매출에 비하면 얼마 안 되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조922억원 매출에 93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대한항공이 작년 기내면세점에서 거둔 1700억원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1.4%에 그친다. 기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을 40%로 계산해 68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4%로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일각에서는 기내면세점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일반 공항면세점이나 시내면세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특허받은 면세점들이 매출액의 최대 1%까지 내야하는 특허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면세점들은 5년마다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지만 기내면세점은 등록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등록만 하면 영업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특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항공사로서도 할 말은 있다.


기내면세점을 특허로 운영하려면 항공기를 특허장소로 지정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주요국과 함께 우리나라도 가입한 교토협약에 따르면 '항공기 내에서 승객에게 판매하는 물품에 대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관통제를 최소화'하도록 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내면세점은 국내면세점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항공사와 경쟁하는 것"이라면서 "외국항공사들이 기내면세점을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만 등록제로 바꾸자고 하는 것은 형평성을 빙자한 억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내면세점이 특혜받고 있으니 형평성 차원에서 특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보일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사촌이 땅을 사니 배아프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고 제도를 하향평준화 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 일부를 판매직원(승무원 등)에게 셰어하는 등 적절한 보상을 하고 사회기여를 늘리는 등 포지티브한 방식을 검토하는 게 차라리 공정하고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항공사들은 입국장면세점 얘기를 꺼내면 입을 다문다. 원론적 입장만을 반복할 뿐이다.


△면세점의 기본 취지는 해외 여행시 필요한 신변 용품에 대한 세금 면제인 반면 입국장 면세점은 국내 소비가 주 목적이라 면세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점 △대한민국 면세점 시장은 세계 1위 규모로 이미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입국시 면세품 구입으로 인한 세관검사, 수하물 운반 등 입국 절차가 더 혼잡해져 항공사들의 업무 가중이 불가피진다는 점 △입국장 면세점 이용객을 가장한 테러, 밀입국, 밀수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높다는 점 등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오너 일가 비리와 기내식에서 파급된 문제로 범국민적으로 미운털이 박힌 양대항공사 입장에서는 지금 시점에 나서봐야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인 듯한데 그러는 사이에 입국장면세점 도입은 점차 현실화돼 가고 있다"면서 "항공사들은 원론적 입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팩트와 현실에 기반을 둔 적극적인 반대논리 개발과 홍보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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