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입국장 면세점] ④ 면세점 산업 전봇대, 함께 뽑을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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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입국장 면세점] ④ 면세점 산업 전봇대, 함께 뽑을 기회로
  • 조 휘광
  • 승인 2018.09.11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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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 근거로 규제완화 내세웠지만 업계와 온도차
"면세한도·인도장 확충 등 포괄적 논의 이뤄져야"


▲ 일본은 나리타공항에 입국장면세점을 설치하면서 여행객 쇼핑편의와 공항 임대수익 증진을 위해서라고 밝혀 우리나라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사진은 일본 NHK의 `입국장면세점 9월 상순 오픈`을 알리는 보도화면 캡처.


#퀴즈 하나

3000달러 상당의 외산 명품 시계를 혼수품으로 구매한 신혼부부가 10쌍 있다. 이들 중 면세점에서 구매한 신혼부부는 몇 쌍일까?


◆현재의 제도는 공정한가

정답은 뒤에 가서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그들 중 일부가 면세점에서 구매했을 경우를 상정해 보자.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했든 외국 면세점에서 구매했든 이들이 입국할 경우에는 다음 세가지 중에 한 가지 유형이 된다.

1)자진신고 후 세금납부=면세점에서 구매한 고객은 600달러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입국 시 세관에 사전신고해야 한다. 사전신고 시 600달러 초과분에 대한 관세(20%)를 내면 통관된다. 당국은 자진신고자에게 관세를 30% 할인해 주므로 336달러를 내면 된다(3000달러-600달러=2400달러, 여기서 20% 관세는 480달러. 이 중 30%를 공제하면 336달러).

2)미신고 후 세관 검색, 가산세 납부=신고하지 않고 들여오다 걸렸다면 관세를 곧이 곧대로 다 내고도 40%의 가산세를 더해 총 672달러를 물어야 한다(480달러+40% 가산금=672달러).

3)미신고 무사통과=운수 좋은 몇몇은 아무 제재 없이 세관을 유유히 통과할 수도 있겠다.(0달러)

같은 제품을 사고도 누구는 감면된 세금을, 누구는 가산된 세금을 무는 반면에 또 누구는 공짜로 국내로 들여온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에게서 확인됐듯이 심지어 수십차례에 걸쳐 값비싼 물품을 국내로 반입하면서 관세 한 번 물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것이 공정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 입국장면세점 허용은 '규제 완화'에 방점

일본 나리타공항은 작년 9월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했다. 일본정부는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 공항들의 입국장면세점 설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여행객들의 쇼핑편의를 돕고 해당 공간의 임대를 통한 공항의 임대수익 증진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입국장 면세점은 긍정 부정 양면적인 효과가 있다. 일본도 나리타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전 우리나라처럼 오랜 논란을 겪었다. 허용 쪽으로 선회하게 된 데는 아베정부의 경제정책 즉, 아베노믹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노믹스의 주요 축 중 하나인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전략 일환인 셈이다.

지난 7월 이태규 의원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허용하는 입법발의를 하면서 거론한 근거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허용 검토를 '요청'하면서 언급한 취지도 국민편의와 내수 진작, 고용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였다.

일견 일본 정부의 '규제 개혁을 통한 성장전략'과 통한다. 그러나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아베 정부의 규제개혁이 전방위적인 기업규제 완화였다면 문재인정부는 선택적·제한적 규제완화에 그친다는 점이다.


◆면세점 산업 전봇대, 함께 뽑을 기회로

면세점산업만 해도 업계에서 체감하는 규제는 적지 않다. 최근 5년에 한해 연장 가능토록 완화되긴 했지만 면세점 특허 5년 제한은 '가장 현실을 모르는' 규제정책으로 꼽혔다. 최근 관세청은 9월부터 면세점 현장 인도를 일부 제한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정확한 지침이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을 논의하기 전에 입국장 인도장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쉬우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업계와 인천공항의 다툼 속에 해결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면세품 구매한도 600달러는 너무 적다는 여론도 재고해 볼 만하다. 게다가 지난 4월 1일부터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600달러 이상 물품 구매시 관세청에 즉시 통보된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브랜드 업체 사장은 "외화 유출 제한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행정 편의를 위해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면서 "국민 일거수 일투족까지 감시하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가 생각난다. 헌법 위배 아니냐"고까지 반문한다. 그는 또 "해외는 규제를 다 없애는 추세인데 오히려 역행하는 게 아닌가싶다. 누가 카드 갖고 다니겠냐 현금 갖고 다니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외 여행시 외화 반출 한도 1만달러를 갖고 나가고 카드를 600달러 이하로 쪼개 쓰면 된다는 '비법'은 해외여행 인터넷카페에 가면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입국장면세점 설치에 반대한다는 면세업계 관계자는 "파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서 면세점 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왕에 국민편의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입국장면세점 설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니 다른 규제를 없애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등해소 노력하는 대승적인 자세를

일본의 경우 공항의 임대료 수익을 근거의 하나로 거론했듯이 직접 이해당사자가 되는 인천공항공사도 좀 더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의 면세점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입국장 면세점이냐고 물으면 솔직히 인천공항공사 임대료 수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겠다"라면서 "국민 83%가 찬성한다는 식의 신뢰성 떨어지는 통계로 여론을 앞세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임대료 수익 얼마니 공익을 위해 어떻게 쓰겠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인도장 규모 확대 등 면세업계와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업계도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내비쳤다.


사족 같이 됐지만 앞의 신혼부부 퀴즈로 돌아가 보자.

정답은 '알 수 없다'다. 현재로서는 알려진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0쌍 중 8~9쌍은 면세점에서 구매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명품시계는 면세점에서 구매하면 20%~30% 저렴하다. 수백만원 짜리를 사면 시중보다 백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천만원짜리 최고급 명품시계 고객인 상위 1% 부유층은 크게 신경 안 쓸 지 몰라도 수백만원대 혼수품 시계 주 고객인 중산층은 백만원 정도 아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많은 국민들이 면세점 쇼핑 상품의 일부를 국내로 반입해 사용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그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편의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 그간 끌어왔던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게 이번 입법 논의 취지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관련업계는 물론 일반국민과 특권층 모두에게 공정한 잣대가 적용될 수 있도록 더욱 폭넓은 규제 완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게 업계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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