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협회장 2년째 공석] ㊤ 왜 계륵같은 자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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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협회장 2년째 공석] ㊤ 왜 계륵같은 자리가 됐나?
  • 조 휘광
  • 승인 2018.09.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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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의혹 등 구설 휩쓸리며 불편한 감투 돼
민감한 현안에 목소리 못 내고 구심점 약화


▲ 한국면세점 협회장 자리가 2년째 공석이다. 당면과제가 많은 면세점 업계 현실에서 구심점을 되찾아 줄 리더십을 기다리는 목소리가 높다.


<글 싣는 순서>

㊤ 왜 계륵같은 자리가 됐나?

㊥ 선장 없는 배는 어디로?

㊦ 대안을 찾아서…


지난 5일 관세청 발 보도자료로 인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식약처, 관세청, 면세점협회 3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맺은 소식을 전하면서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직함을 한국면세점협회장으로 잘 못 표기한 때문이다. 전후관계를 따져보니 보도자료 작성자의 오해 내지는 실수에서 연유한'사소한' 착오였다.

그러나 기사를 접한 관련 업계에서는 '장 대표가 다시 회장을 맡았나?'라는 의문이 잠시 떠돌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면세점 업계가 선장없이 표류한 게 얼마나 됐나라는 새삼스러운 물음이 오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1일부로 협회장 직을 사임했다. 이미 만 2년이 넘었다. 하지만 후임 회장 인선이 여지껏 이뤄지지 않아 협회장은 아직도 공석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약 14조5000억원으로 세계 최대인 한국면세점 시장이 선장 없이 항해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면세점협회는 왜 2년 넘게 사공 없는 배가 됐을까.


◆특허 관련 뇌물 혐의 등 정치적 외풍 시달려

산업계라고 정치적 외풍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한국 면세점 업계는 최근 수년간 어느 때보다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시달려 왔다. 소수 대기업에 의해 출발해 2010년대 이후 호황 속에 급성장하면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세간의 평가 속에 신규 진입 업체가 크게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 정부에서 특허권 획득 과정에 특혜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른바 비선실세에게 청탁을 하고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까지 받으면서 신동빈 롯데 회장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마치 비리의 온상인 양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을 견뎌야 했다. 내부적으로는 경쟁입찰 때마다 나타나는 업체간 알력과 상호비방전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대표가 2년 전 사의를 표명한 실제 이유도 이런 정치상황에서 연유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책임과 구설 외엔 득될 게 없는 자리를 맡으려는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다.


◆선임 규정 아리숭...협회는 공개 꺼려

협회장이 무주공산이 된 데는 제도적인 측면의 이유도 있다. 역대 회장은 롯데측에서 도맡아 왔다. 협회 설립을 주도했고 회비는 시장점유율에 따라 내도록 돼 있어 사실상 절반 이상 기여하는 등 협회 운영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 게 롯데기 때문이다.

과거 협회 정관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1위 기업 대표이사가 협회장을 맡는다'는 규정이 명문화 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규정 상 대표이사만 회장을 맡을 수 있어서 회원사 사장이라도 대표이사가 아니면 명함을 내밀 수 없는 것이다. 협회가 정관을 개정하고 '추대제'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공석인 이유 중 하나다. 협회는 자세한 내막을 공개하길 꺼린다. 제도적으로도 전근대적인 요소가 다분히 남아았는 것이다.


◆ 큰 틀에서 해결책 제시할 리더십 기다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의 사드보복, 면세점 특허기간 축소, 공항면세점 임대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인도장, 물류센터 등 크고 작은 현안으로 바람 잘 날 없다. 구심점이 없기 때문인지 민감한 현안에 협회 차원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실무자 선에서 어쩔 수 없는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업계 의견을 조율하고 정·관계와도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에도 침묵하고 각자도생하라는 분위기"라며 "당면한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업계 전체를 아우르고 대외적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운영본부 팀장은 지난 13일 협회장 인선과 관련한 현황과 규정에 대한 질문에 "협회 회장 건과 관련해서는 일절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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